[사회] 법원 “새만금 조류충돌 위험” 공항건설 첫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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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건설단체연합회가 지난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새만금 국제공항의 조속한 건설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 전북건단련]

법원이 정부의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조류 충돌 위험이 기존 공항보다 수십~수백 배에 달하는 등 국제공항 건설 계획의 전략환경영향평가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2022년 9월 사업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이 제기된 지 3년 만에 나온 법원 판단이다. 정부의 신공항 건설 계획을 취소하는 첫 판결이기도 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 이주영)는 11일 시민이 국토부 상대로 제기한 선고에서 “새만금 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법원 “새만금 조류충돌위험 다른 공항의 수백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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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취소 소송 1심 선고다. 원고 중 하루 동안의 소음 수준을 나타낸 값인 가중등가소음도가 57 이상 영향 지역에 거주하는 3명만을 적법한 원고로 인정하고 나머지 1294명의 청구는 각하했다. 새만금신공항은 총사업비 8077억원을 들여 전북 군산시 새만금 매립지 340만3054㎡에 활주로와 계류장, 여객터미널, 화물터미널 등을 짓는 사업이다. 재판부는 새만금 국제공항 사업으로 침해되는 공익이 달성되는 공익보다 크다고 판단했다. ▶새만금 국제공항은 조류 충돌 위험성이 높은 점 ▶서천갯벌 자연환경에 미칠 악영향 ▶경제성이 높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업 계획이 객관성과 합리성이 없어 부당하다고 봤다.

먼저 재판부는 국토부가 새만금신공항의 조류 충돌 위험성을 지나치게 낮게 평가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이 사건 사업부지의 조류 충돌 위험이 국내 어느 공항보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음에도 평가 대상 지역 축소 등을 통해 그 정도를 의도적으로 축소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새만금신공항의 연간 예상 조류 충돌 횟수는 반경 13㎞ 기준 최대 45.929회로서 인천공항 2.997회, 군산 0.048회, 무안국제공항 0.072회에 비해 수십 배에서 수백 배에 달한다”며 “피고가 이 사건 부지와 조류 서식환경·규모가 유사하다고 주장한 무안국제공항에서 실제로 여객기 참사가 일어났다”고 짚었다.

새만금신공항이 부지 인근의 서천갯벌 환경에 미칠 영향도 고려하지 않았다고 봤다. 서천갯벌은 공항 부지로부터 약 7㎞ 떨어진 곳으로, 습지보호지역·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재판부는 “이 사업으로 해당 부지에 서식하는 조류들의 취식지·휴식지 파괴 및 축소, 개체수 감소 등의 악영향은 불가피하다”며 “이 사건 사업은 부지와 생태적으로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임에도 피고는 서천갯벌에 미치는 영향을 자세히 검토하지 않았고, 구체적인 대책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경제성에 대해서도 “이 사업은 비용편익비가 0.479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돼 사실상 경제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면제받은 채 추진되고 있다”며 “사업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이 사업으로 인해 침해될 공익·사익보다 상당한 우위에 있어야만 그 추진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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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공항 건설 반대 기자회견. [연합뉴스]

이 소송은 2022년 9월 ‘국민소송인단’이 철새 도래지인 새만금의 조류 충돌 위험성, 갯벌 보전 등을 주장하며 제기했다. 이 소송을 둘러싸고 그간 환경단체에서는 ‘기본계획 취소’를, 지역 건설협회에서는 ‘신속 추진’을 요구하는 집회·시위가 이어져 왔다.

이날 서울 서초구 양재동 행정법원 앞에는 수십 명의 원고들이 종이로 만든 새 모양의 모자를 쓰고 결과를 듣기 위해 모였다. 소송을 제기한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공동행동)은 판결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가 (공항 예정 부지) 수라갯벌을 지켰다”고 환영했다.

국토부는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며 판결문을 면밀히 살펴보고 향후 대응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새만금신공항은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판결문을 보면 절차적 문제가 아닌 조류 충돌 가능성이라는 기본계획 내용을 문제삼고 있다”며 “항소가 빠를지, 기본계획을 다시 세우는 게 빠를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법원의 첫 신공항 취소 판결로 다른 신공항 건설에도 영향이 있을 전망이다. 가덕도신공항 건설과 관련한 행정소송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3월 신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시민 1028명이 참여해 국토부를 상대로 건설사업 기본계획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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