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손기술 배우려면 CCTV로 찍어야 하는데…'공장 AI' 뜻밖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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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이 대통령이 대선 때 공약한 국민성장펀드는 AI(인공지능) 대전환 프로젝트 등에 투입될 민관 합동 펀드로, 첨단전략산업기금 75조원, 민간·연기금·금융회사·국민 출자 75조원으로 5년간 조성될 예정이다. 조성된 펀드는 AI 핵심 산업과 초혁신경제 프로젝트 등에 투입된다.연합뉴스

‘주변 공정’부터 ‘똑똑해진’ AI

11일 재계에 따르면 제조업에서 AI가 가장 먼저 활용되는 영역은 품질 확인이나 생산 스케줄링, 물류화 및 에너지 절감 등 이른바 ‘주변 공정’이다. 아연이 담긴 460℃ 고온 도금 통에서 머리카락 굵기보다 작은 0.1㎜ 이하의 철강 불순물(드로스)을 포착하는 현대제철의 AI 기반 불순물 제거 시스템이나 철강 코일을 냉각하고 곧게 펴는 과정에서 운전자가 수십 대의 카메라를 직접 모니터링 하던 과정을 AI로 모델링으로 대체해 정확성을 높인 포스코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정유업계도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SK이노베이션 등이 설비 상태, 원료 정보, 시장 변수 등을 AI로 분석해 공장 효율을 극대화하는 프로그램을 속속 도입해 운영 중이다.

그러나 핵심 공정에 대한 AI 적용은 아직 제한적이다. 숙련공이 눈과 손끝으로 잡아내는 품질 차이를 AI는 잡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제조업에 요구되는 ‘정밀도’를 AI가 맞추기엔 AI 도입 비용이 여전히 비싼 이유도 있다. 한 자동차 부품 제조 기업 대표는 “제조업은 1㎜의 오차만 있어도 제품 불량으로 이어진다”며 “숙련 작업자가 하던 일을 AI가 따라오려면 갈 길이 아직 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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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는 AI CCTV를 도입하여 사업장 내 위험요소를 조기에 감지하고 있다. 사진은 근로자가 드론을 활용해 설비를 검사하고 있는 모습. GS칼텍스

최대 걸림돌은 ‘노조 반발’

이 같은 훈련 데이터를 확보하려면 작업장 내에 다양한 센서를 설치하고 노동 과정을 촬영한 영상이 필요하다.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하는 휴머노이드 로봇들도 인간의 작업 영상을 보고 배우면서 혁신 속도를 높였다. 이 때문에 제조업 AI 확산의 가장 큰 변수로 노조의 반대가 지목된다. 한국경영학회가 지난달 경영학과 교수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노조’를 AI 확산의 걸림돌로 꼽은 이들이 31%로 가장 많았다.

지난 8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기업인들과 만난 정책간담회에서도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AI 전환이 필수인데 노조 반발이 거세 어렵다”는 얘기가 나왔다. AI 학습을 위해 시각 자료가 필요하지만 CCTV 설치가 노동자 감시라며 노조가 거부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아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에서 “급변하는 산업 대전환 시대에 무분별한 AI 도입으로부터 조합원의 미래 고용 요구를 보장해달라”며 노조가 참여하는 AI 위원회 구성을 별도 안건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반면 AI가 노동의 ‘품질’을 끌어올릴 것이란 반론도 인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선 자신의 업무나 연구를 꼼꼼히 기록해 AI 학습에 활용하는 ‘아카이빙 열풍’이 불고 있다. AI가 자기 자신처럼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유럽 최대 산업별 노동조합인 독일 금속산업노조(IG메탈)의 크리스티아네 베너 의장은 지난해 1월 노조 월간지에서 “무의미하고 고된 작업을 AI에 맡기면 인구 구조 문제와 숙련 인력 부족을 해결할 기회가 된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인력난이 심각한 중소기업에는 AI 전환을 위한 투자가 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지난해 ‘독일 중소기업의 AI 도입 연구’에서 “높은 초기 비용과 불확실한 투자 효과 때문에 중소기업이 AI를 직접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독일은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AI 트레이너 프로그램과 지역별 AI 센터, 노동자평의회와 경영진 협력 프로젝트(en[AI]ble)를 운영하며 제도적 기반을 다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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