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아동유괴 시도' 하루 한 번꼴…불안한 부모들, 이 알바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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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인근 유괴 미수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며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확산하는 가운데, 지난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경찰관이 학생들의 하교를 지켜보고 있다. 뉴스1

최근 미성년자 약취·유인 시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사회적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3시쯤 강북구 미아동에서 귀가 중이던 9세 초등학교 여학생을 껴안으려던 60대 남성 A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학원을 마치고 귀가 중이던 피해 아동에게 “예쁘다, 한번 안아보자”고 말하며 다가갔다. 깜짝 놀란 아동이 도망가면서 미수에 그쳤다. 경찰은 A씨를 강제추행미수 혐의로 입건하고 수사 예정이다.

같은 날 대구에서도 초등학교 여학생에 접근해 유인을 시도하던 60대 남성이 검거됐다. 유인 미수 혐의로 붙잡힌 B씨는 피해자에게 “짜장면을 먹으러 가자”며 팔을 잡아끈 혐의를 받는다. 앞서 지난 9일엔 경기 광명, 인천,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미성년자 약취·유인 시도가 발생했다. 지난달 28일부터 최근 2주 동안 알려진 미성년자 약취유인 미수 사건만 7건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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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아동 유괴 사건은 금전이 목적이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성적인 목적이나 장난이 대부분 사건의 동기로 나타났다. 지난달 28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발생한 유인 미수 사건을 제외하면, 최근 발생한 7건의 사건 중 6건은 여성 아동을 대상으로 한 남성의 범행이었다. 지난 8일 경기 광명시 한 아파트에서 초등학교 여학생의 입을 막고 끌고 가려 한 고등학생 C군은 경찰에 “성범죄를 저지를 목적으로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2023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아동유괴 피해자의 62%가 여성 아동이고, 가해자의 73%가 남성이었다.

동기만 달라졌을 뿐, 유괴 사건 자체는 여전히 빈번하게 일어난다. 대검찰청에 의하면, 2023년 한 해 동안 일어난 약취유인 범죄는 총 349건으로 하루에 한 번꼴로 발생했다. 특히 그중 58.5%에 해당하는 204건이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유괴 범죄였다.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폭력범죄도 2021년부터 매년 증가하며 2023년 한 해 동안만 1500건을 기록했다.

연일 유인미수 사건이 발생하자 학부모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김모(38)씨는 “집에서 학교가 코앞이지만 그 짧은 거리도 불안해 아이를 매일 초등학교에 데려다주고 데려오고 있다”며 “아이에게 ‘낯선 사람이 말을 걸면 대답하지 말라’고 가르치고 있는데, 직접 데리고 다녀야 마음이 놓일 것 같다”고 말했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는 ‘서울 초등학생 안전 픽업 알바’가 등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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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초등학생 안전 픽업 알바' 관련 글이 게시되어 있다. 당근마켓 캡쳐

학교 측의 부담과 피로도 늘어났다. 경기도 화성시의 초등교사 김모(52)씨는 “연간 10시간 이상 실종유괴예방교육을 하는 데 최근 사건 이후로는 부모들에 예방 조치와 학생들 상황별 대처 요령에 대해 공지하고 있다”며 “귀가 학생 대상으로 유괴가 발생할 경우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부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유괴 납치 관련 통계를 보면 명확한 성별 특징이 보이는데, 결국 성범죄를 의도한 유괴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분석하며 “아동은 어른들의 말을 믿거나 따라오는 경우가 있어 성인 대상 성범죄보다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염 교수는 “범죄의 연속성에 따른 모방 범죄를 막기 위해 가용할 수 있는 경찰과 교육 관계자 인력을 동원해 분위기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현실적으로 경찰이 온종일 모든 아동을 다 보호할 수 없기 때문에, 학부모 단체와 비영리 단체, 그리고 지역 커뮤니티가 아동 안전 서비스를 ‘공동생산’ 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유괴 자체가 미수로 그쳤어도 온 국민과 학부모들을 불안과 공포에 몰아넣는 보이지 않는 피해를 유발한 것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청은 다음 달 2일까지 전국 초등학교 등⋅하교 시간에 맞춰 학교 인근 주요 통학로 주변에 경찰을 집중배치해 순찰을 실시하겠다 밝혔다. 경찰은 아동안전지킴이⋅녹색어머니⋅자율방범대 등 단체와도 협력해 합동보호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또, 미성년자 범죄 관련 112 신고를 접수할 경우 이를 긴급신고인 코드1 이상으로 지정해 신속히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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