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공개 충돌했던 정청래·김병기, 최고위서 눈도 안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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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최고위원들 발언을 듣고 있다. 임현동 기자
공개적으로 충돌했던 더불어민주당 투톱이 12일 한데 앉아서 회의를 했지만 서로 얼굴도 보지 않고 정면만 응시했다.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3대 특검법 합의안을 놓고 “지도부의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정 대표), “정청래는 사과하라 그래”(김 원내대표)라고 얼굴을 붉힌 지 하루 만인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했다. 둘은 늘 하던 대로 바로 옆자리에 앉았지만 공개된 회의 시간 내내 눈 한 번 마주치지 않았다. 평소엔 다른 최고위원이 발언할 때 종종 귓속말을 하곤 했으나, 이날은 그 조차도 없었다.
정면을 주로 바라보던 정 대표는 자신의 오른쪽에 있는 전현희 최고위원이 미리 적어온 발언 원고를 힐끔힐끔 쳐다보곤 했을 뿐이다. 김 원내대표도 자신의 왼쪽에 있는 한준호 최고위원과는 회의 도중 짧은 담소를 나눴지만 정 대표 쪽으로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정 대표는 이날 회의 공개 발언에서 유독 ‘원팀’ 정신을 강조했다. 정 대표는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3대 특검법 중 하나인 ‘내란 특검’을 언급하며 “당·정·대가 찰떡 같이 뭉쳐 차돌처럼 단단하게, 당·정·대가 원팀·원보이스로 완전한 내란 종식과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함께 달립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연한 시빗거리로 갑론을박을 하며 세월을 보내기보다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라는 3대 특검의 본질에 집중하기로 했다”며 “당장 우여곡절이 많은 것처럼 보여도 결국 역사는 하나의 큰 물줄기로 흘러간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는 3대 특검법 개정안과 관련해 일절 발언하지 않았다. 김 원내대표는 대신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끝내 자신의 생명을 바치신 고 이재석 경장의 숭고한 희생을 깊이 애도합니다”라고 했다. 아울러 미국 조지아주에 구금됐다가 이날 귀국하는 근로자 300여명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하고, 검찰의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 둘째는 한준호 최고위원과 대화하는 김병기 원내대표. 임현동 기자
이처럼 투톱 사이에 냉기류가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10일 여야 합의안 발표 전에 투톱이 사전 소통을 했는지를 두고 양측의 진실 공방도 계속되고 있다.
정 대표 측은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비공개 회의에서도 수사 기간의 ‘기’도 꺼내지 않았고, 여야 합의 직전 대표와 통화에서도 정 대표에게 기간 이야기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내용을 잘 모르고 있다가 여야 합의가 발표되자) 정 대표가 놀라서 오후 9시쯤 원내지도부에 재협상을 지시한 것”이라고 했다. 협상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 반발했던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도 12일 페이스북에 “(10일) 원내 합의에 신경을 쓸 여지가 전혀 없었다. 법사위 사전 보고 동의 논란은 유감”이라고 썼다.
반면 김 원내대표 측은 “상식적으로 원내대표가 대표와 논의를 안 했겠느냐. 원내수석, 원내대표가 정 대표 본인과 정 대표 측 인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에게 (협상 전에 내용을) 전달했다”고 반박했다.
투톱의 대립에 대한 민주당 의원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 나와 “(김 원내대표가) 국정원 출신이라서 굉장히 스트릭트(strict·엄격한)한 것 같다. 열심히 하는 건 인정하지만 좀 주변을 살피고 조금 더 민주적인 부분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반면 6선의 조정식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여야 합의 전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간) 소통은 저는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후 나타난 여러 여론 동향을 감안했을 때, 좀 더 보완하는 것이 좋겠다는 방향에서 정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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