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금값 최고가 경신에 부모님 결혼반지 재활용…18k 대신 14k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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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귀금속 거리의 모습. 상인들은 최근 금값이 올라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고 고개를 저었다. 전율 기자
내년 10월 결혼식을 앞둔 김혜린(27)씨는 최근 급격히 오른 금값 소식을 듣고 고민에 빠졌다. 결혼반지 예산으로 250만원 이하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금값이 올라 예산을 맞추지 못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아직 본식까지 1년 넘게 남아서 반지는 천천히 알아보려 했는데, 금값이 계속 오르는 걸 보니까 미리 사야 했나 후회도 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씨는 “차라리 세팅비만 들여서 부모님 결혼반지를 물려받고, 부모님께 선물을 따로 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이번 추석 때 대구에 있는 본가에 가서 상의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급상승하자 결혼반지를 준비하던 예비 신혼부부들이 대안을 찾아 나섰다. 부모님 결혼반지를 물려받아 세공비만 들여 새로 맞추거나, 좀 더 저렴한 반지를 찾아 18k 대신 14k 반지를 알아보는 식이다.

12일 오전 서울 종로 귀금속 거리의 한 가게에 반지와 목걸이 등이 진열되어 있다. 전율 기자
서울 종로 귀금속 거리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50대 박모씨는 “취향 차이긴 하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은 굳이 18k를 고집하는 게 아니면 14k를 많이 선택한다”며 “부모님께 물려받은 결혼반지를 가져와서 재가공하는 사람들도 종종 찾아온다”고 말했다. 양가 부모님께 드리는 혼주 예물도 따로 하지 않는 분위기다. 귀금속 상점 판매원 이모(49)씨는 “예전엔 부모님 모시고 와서 예물까지 같이 맞추곤 했는데, 최근엔 당사자들만 와서 커플링만 간단하게 예물로 맞춘다”고 설명했다.
아예 결혼반지를 현물 자산으로 생각하고 투자 목적으로 구매하는 이들도 있다. 종로에서 20년 넘게 귀금속 가게를 운영했다는 이대성(60)씨는 “금값이 하도 올라서 요즘엔 사려는 사람은 잘 없고 팔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요즘 결혼반지 맞추는 커플들은 아예 재산으로 생각하고 순금으로 맞추기도 한다”고 말했다.
국제 금값은 지난달 말부터 연일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금 현물 가격은 지난 9일 런던금시장협회(LBMA)에서 온스당 3674.27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와 달러화 가치 하락 등이 결합하며 안전자산인 금으로 투자자들이 몰린 결과다. 12일 한국금거래소 기준 24k 금 한 돈 시세는 살 때 70만 9000원으로, 65만원이었던 한 달 전에 비해 약 9% 증가했다.
전문가는 변화된 결혼반지 풍경을 두고 “결혼 비용 자체가 상승해 부담을 낮추려다 보니 생긴 일”이라고 분석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요즘 예비 신혼부부들 보면 금뿐만 아니라 신혼집 마련하기도 너무 힘들다”며 “전반적으로 결혼할 때 들어가는 비용 자체가 올라가 생긴 현상”이라고 했다. 이어 “금값이 앞으로도 많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데, 여러 비용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순도를 14k로 낮추거나 금이 아닌 다른 반지를 알아보는 등으로 부담을 낮추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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