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머리 속 시한폭탄 뇌동맥류…40세 넘으면 '이 검사' 필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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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병원과 함께 하는 뇌혈관 건강 캠페인
고혈압·흡연·순간적 압력 상승 때문
방사선 노출 없는 MRA 찍어봐야
위치·크기·모양 따라 치료 여부 결정

전유성 신경외과 교수는 “40세 이상이거나 가족력이 있으면 뇌혈관 검사를 받는 게 곧 가족의 삶과 직결된 투자”라고 말했다. 김동하 객원기자
2년 전 배우 강수연씨가 뇌동맥류 파열로 세상을 떠났을 때 많은 이들이 ‘그게 그렇게 치명적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뇌동맥류는 뇌혈관 벽이 약해져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다. 증상이 거의 없다가 한 번 터지면 사망률이 40%에 이른다. 살아남더라도 3명 중 1명에겐 중증장애가 남는다. 건강검진에서 발견되는 사례가 늘지만, 여전히 파열 후 응급실로 실려 오는 환자가 많다. 건국대병원 신경외과 전유성 교수는 “40세가 넘으면 한 번은 검사를 받아 자신의 뇌혈관 상태를 알아야 한다”며 “뇌동맥류 유무를 미리 아는 것이 병에 대처하는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건국대병원과 함께 하는 뇌혈관 건강 캠페인
전 교수는 뇌혈관 치료를 전문적으로 다뤄온 의료진이다. 특히 신경외과·영상의학과·신경과의 긴밀한 협진 체계 속에서 난도 높은 수술 경험을 쌓아온 그는 뇌동맥류 치료와 의사결정 과정에서 현실적이고도 깊이 있는 시각을 제시한다.

중앙일보
- 뇌동맥류가 왜 시한폭탄인가.
- “주요 원인은 고혈압·흡연·순간적인 압력 상승이다. 강폭이 좁아지면 물살이 빨라지듯 혈관이 좁아지면 혈류 속도가 빨라져 벽에 더 큰 힘이 가해진다. 그 결과 혈관 벽은 약해지고 약한 부분이 터질 위험이 커진다. ‘거꾸리를 타려면 MRA(뇌혈관 MRI) 찍고 하라’는 말도 나온다. 뇌동맥류는 혈관이 갈라지는 위치(분지부)에 잘 생긴다. 심장에서 강하게 뿜어져 나온 혈류가 분지부에 부딪히며 혈관 벽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파열되면 두통만 겪고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손쓸 수 없이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 MRA(뇌혈관 MRI)는 뭔가.
- “방사선 노출이 없는 선별검사다. 국가 건강검진 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아 개인이 챙겨야 한다. 뇌동맥류는 한 번 터지면 평생 요양과 간병이 필요할 수 있다. 검진은 삶의 질과 가족의 미래를 지키는 투자다. 특히 중년 여성에게서 많이 발견된다.”
- 치료 시점을 고민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 “아직 파열되지 않았다면 비교적 시간적 여유가 있다. 위치와 모양, 환자의 불안 정도에 따라 판단한다. 표면이 불규칙하거나 혈류가 집중되는 분지 부위면 크기가 작아도 치료를 권한다. 이달 초 수술한 57세 환자는 크기 3.8㎜의 전교통동맥류가 있었다. 이 부위는 혈관이 서로를 이어주는 교통로 역할을 하는 곳으로, 혈류가 집중돼 파열 위험이 높아 치료를 선택했다. 의학적 위험도와 환자의 기대여명, 직업, 불안 정도를 함께 저울질하는 공유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두세 명 이상의 의료진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좋다.”
- 수술법엔 어떤 것들이 있나.
- “머리를 열어 동맥류 목을 집게처럼 묶는 클립 결찰술, 사타구니 혈관을 통해 들어가 동맥류 안에 코일을 채우는 코일 색전술이 있다. 최근에는 환자들이 흉터가 적고 덜 두려운 코일 수술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동맥류 형태와 위치에 따라 클립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 거대 동맥류는 치료가 더 어렵다던데.
- “지름이 25㎜를 넘는 거대 동맥류는 현대 의학으로도 정복되지 않은 난제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봐도 혈관 벽을 안전하게 처리하기가 쉽지 않다. 어떤 수술법이 정답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환자를 살려낸 기쁨보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결과가 좋지 않았던 환자가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똑같은 위치, 크기여도 어떤 환자는 회복하지만 어떤 환자는 그렇지 못한다. 환자의 운명이 걸린 일이기에 의사로서는 늘 고민을 안고 간다.”
- 시술 중 파열 위험은 어떤가.
- “의료 기구가 과거보다 유연하고 정밀해져 합병증 위험은 크게 줄었다. 개인적으로는 수술장에 들어갈 때 플랜 A·B·C까지 머릿속에 준비한다. 환자에게 보이지 않는 사소한 고민, 예컨대 코일을 하나 더 넣을지 말지 같은 판단이 재발률과 합병증을 가른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코일 하나를 더 채워 넣어 재발률을 낮추는 방향을 선택한다.”
- 병원마다 치료 결과 차이는 어디에서 나는 건가.
- “건국대병원의 강점은 신경외과·영상의학과·신경과의 원활한 협업이다. 예컨대 뇌혈관 질환 중 동정맥루·동정맥기형은 특히 까다롭다. 동맥(압력 강한 혈류)과 정맥(압력 낮은 혈류)이 비정상적으로 연결되면서 피가 거꾸로 흐르고 이 때문에 눈이 튀어나오거나 충혈·복시 같은 증상이 생긴다. 무수히 많은 샛길을 찾아 막아야 해 6~8시간이 걸리는 수술이다. 그런데 우리 병원에서는 협진을 통해 병변을 정확히 짚어내 40대 여성 환자의 동정맥기형을 4시간도 채 걸리지 않아 치료했다. 환자 입장에서 방사선 노출과 부담이 줄었고 의료진도 효율적으로 치료하며 결과적으로 사회적 비용까지 줄였다. 전형적인 팀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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