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낮보다 강한 밤…돈 되는 '야간관광' 힘쏟는 지자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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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경북 고령군 대가야읍 대가야수목원에 조성된 '대가야 빛의 숲' 전경. 김정석 기자

지난 6일 오후 7시 경북 고령군 대가야읍 대가야수목원. 전날 문을 연 ‘대가야 빛의 숲’을 방문한 이들로 매표소 앞에 길게 줄이 만들어졌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찾은 가족부터 화려하게 꾸며진 경관조명 아래서 데이트를 하기 위해 방문한 커플들까지 남녀노소 다양한 모습이었다.

대가야 빛의 숲은 대가야수목원 내부 약 3만㎡ 부지에 총 사업비 62억원을 들여 투광등, 라인조명, 조형물, 포토존, 라이팅쇼 등 다양한 경관 조명을 설치해 꾸민 테마공원이다. 바다와 사막, 극지방 등 7가지 테마로 꾸며졌다. 지난 2월부터 대가야수목원 운영을 중단하고 본격적인 공사를 거쳐 지난 5일 개장했다.

지역서 쓴 영수증 있으면 무료

남편과 함께 이곳을 찾은 김수정(36·대구 달성군)씨는 “집에서 가까운 곳에 새로운 테마공원이 조성됐다고 해서 구경왔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 꾸며져 있어 보는 재미가 있었다”며 “화려한 조명을 배경으로 모험하는 느낌이 들어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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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경북 고령군 대가야읍 대가야수목원에 조성된 '대가야 빛의 숲' 매표소에 줄이 길게 만들어져 있다. 김정석 기자

고령 이외에 거주하는 성인의 경우 대가야 빛의 숲 입장료가 1만원이지만 5000원을 지역상품권으로 환급해준다. 또 당일 고령에서 인당 1만원 이상 지출한 영수증을 지참하면 입장료가 무료다. 대가야 빛의 숲 방문을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결시키기 위한 정책이다.

전국 지자체들이 ‘야간관광’에 힘을 쏟고 있다. 고령처럼 빛을 테마로 한 야간 명소를 꾸미거나 야간에만 영업하는 야시장, 관광명소를 야간에 둘러볼 수 있는 야행(夜行) 행사를 기획하는 등 방식이다.

주간 관광보다 쇼핑·외식 늘어

지자체들은 야간관광이 주간관광보다 경제 효과가 더욱 크다는 점에 주목했다. 낮보다 방문객의 체류 시간이 길어지고 소비도 더 늘어난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야간관광은 여행객의 평균 체류 일수를 0.7일 증가시키고 주간 대비 쇼핑 31%, 레저 27%, 외식 19% 증가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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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경북 고령군 대가야읍 대가야수목원에 조성된 '대가야 빛의 숲'에 커다란 북극곰 모양 경관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김정석 기자

실제 지난 4월 25일부터 5월 31일까지 총 15차례에 걸쳐 열린 경북 구미 ‘낭만야시장’은 총 20만4000여 명의 방문객이 다녀갔으며 이 중 외지인 방문객이 5만6000여 명으로 2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야시장 운영 기간 소비한 매출액은 약 51억원에 달했다.

최근에는 야외 활동을 하기 좋은 계절을 맞이하면서 전국 지자체들이 앞다퉈 야간관광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부산시와 부산관광공사는 이달 12~21일 중 5일 동안 수영강 APEC 나루공원 일대에서 ‘별·빛·강(별이 빛나는 수영강 LED 카약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참가자들은 사전 수상 안전교육을 받은 뒤 LED 카약을 타고 야경을 즐길 수 있다.

경북 청도군은 오는 19~20일 이틀간 ‘2025 청도 국가유산 야행’ 행사를 진행한다. 행사 부제는 ‘읍성을 걷다, 선비의 달빛산책’으로, 선비의 고장 청도의 정체성을 살려 ‘밤마실 나온 선비’라는 콘셉트로 기획됐다. 지난달 30일 ‘성밖숲 나이트워킹’ 행사를 진행했던 경북 성주군은 이달에도 성주시장에서 ‘2025 성주별빛 야시장·맥주축제’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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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부산시 해운대구 수영강에서 진행된 야간 LED 카약 체험 장면. 사진 부산관광공사

“빛 공해 등 막을 대책도 필요”

문화체육관광부도 2022년부터 ‘야간관광 특화도시 조성사업’을 통해 야간관광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야간관광 특화도시로 선정된 부산·인천·공주·강릉·통영·여수·전주·진주·대전·성주 등 10개 도시는 매년 지역별로 특색을 살린 콘텐트를 선보인다. 올해도 지난 6월 28일 인천을 시작으로 야간관광 특화도시에서 ‘2025 대한민국 밤밤 페스타’를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했다.

야간관광이 지역 경제 활성화의 효자 정책으로 부상했지만, 그 이면의 과제도 있다. 빛 공해나 생태계 교란, 불필요한 전력 낭비, 범죄, 소음 등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나라살림연구소 김민수 책임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야간관광은 주로 조명을 활용해 경관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빛 공해가 일어나고 경관조명을 나무 등에 설치해 식물과 조류, 곤충류 등에 생태적 교란을 일으킨다는 지적이 있다”며 “환경적이고 생태친화적 야간 활동에 대한 고민도 반드시 함께 이뤄져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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