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답 못 내린 산업부 장관 방미...교착 상태 장기화되는 한·미 관세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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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지에서 한미 관세협상 관련 후속 협의를 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4일 오전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관세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논의를 위해 미국을 방문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귀국했다.
14일 새벽 인천공항에 도착한 김정관 장관은 입국장을 빠져나오며 협상 결과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양자 간 협의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일본 모델’을 그대로 요구받았느냐는 질문에는 “일본 모델이라기보다는 애초에 관세 패키지가 마련돼 있는 상황”이라며 “모두 수용한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김 장관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러트닉 상무장관과 만나 한국이 약속한 대미 투자의 구조, 방식, 이익 배분 등 세부 사항을 두고 합의를 모색했다. 그러나 이번 방미 협상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한·미 간 관세 후속 협의는 장기화될 전망이다.
지난 7월 한·미 협상에서 대미 투자 규모는 3500달러로 정해졌지만 투자 구조와 방식, 이익 배분 등에 있어 양국은 여전히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보증·대출·보조금 등으로 부담을 분산하기를 원하지만, 미국은 직접 투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투자 결정 권한과 관련해 미국은 직접 주도권을 잡겠다고 주장하는 반면, 한국은 기업의 자율적 선택권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이 지난 4일 미국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며 합의한 사례가 한국 협상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모습이다. 러트닉 미 장관은 11일(현지시간) CNBC 방송에서 한국이 일본식 모델을 따르지 않으면 25%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일본 모델은 대미 투자 펀드 수익의 90%를 미국에 귀속시키는 구조다. 일본이 5500억 달러를 투자할 경우 초기에 투자금을 회수하기 전까지 양국이 수익을 절반씩 나누지만, 이후에는 미국이 90%를 가져가는 방식이다. 또한 미국이 투자처를 정하면 일본은 45일 내 현금을 송금해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16일부터 일본산 자동차 관세가 15%로 낮아지면서 25% 관세를 부담해야 하는 한국 기업들이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본이 미국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며 체결한 합의 방식을 한국이 그대로 따라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자동차 관세 인하만을 서둘러 문서화하는 데 집중한다면 국익에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한국이 약속한 3500억 달러 투자를 일본식 방식으로 추진할 경우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 외환시장이 감당하기 어렵다”며 “정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알래스카 에너지 투자, 미국산 무기 구매, 시장 개방 등 다른 형태의 보상으로 협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국이 미국에 투자하기로 약속한 금액(3500억 달러)은 지난달 기준 외환보유액 4200억 달러의 83.3%에 달한다. 반면 일본의 5500억 달러 투자는 외환보유액 1조3200억 달러의 41.6% 수준이다. 일본은 엔화를 보유한 ‘준(準)기축통화국’이라는 점에서도 한국과 자금 조달 여건이 크게 다르다.
미국이 요구하는 대로 한국 정부가 사실상 대부분 투자금을 직접 마련해야 한다면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장 원장은 “투자 금액에 연간 한도를 두거나 투자처를 한·미가 공동 선정하는 방식,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통화스와프(두 나라가 서로 통화를 교환해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는 제도) 체결 등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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