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무제한 한·미 통화스와프' 관세협상 새 협상 카드로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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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착 상태에 놓인 한·미 관세 협상에서 상설·무제한 통화스와프(두 나라가 서로 통화를 교환해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는 제도)가 새로운 협상 카드로 부상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협상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14일 “대미 투자 협상 과정에서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협상 방식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상설·무제한 통화스와프가 유력한 협상 카드로 거론된다. 한국 정부가 2021년 종료된 한미 통화스와프의 재개를 협의 테이블에 올린 것이다. 통화스와프는 유사시 자국 화폐를 상대국에 맡기고 미리 정해진 환율로 상대국 통화를 빌려올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이다.
정부가 이 같은 카드를 검토하는 것은 대미 투자펀드 조성 과정에서 외환시장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국이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 달러는 외환보유액 4200억 달러의 83.3%에 달한다. 한국은 직접 투자 대신 보증·대출·보조금 등으로 부담을 분산하려 하지만, 미국은 최근 일본과 체결한 합의처럼 직접 투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3500억 달러 투자를 일본식 방식으로 추진할 경우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 외환시장이 감당하기 어렵다”며 “이를 그대로 수용하면 외환위기급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한국과 일본은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은 준기축통화국일 뿐 아니라 달러·엔 통화스와프가 무제한 가능해 외화 유출 충격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5500억 달러 투자도 일본 외환보유액 1조3200억 달러의 41.6% 그치는 수준이다.
다만 한국 정부의 통화스와프 요청은 실제 체결 가능성보다는 협상 전략의 일환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한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비기축통화국과 상설 통화스와프를 맺은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과 상설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국가는 일본,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스위스, 영국, 캐나다 등으로 대부분 기축통화를 보유한 나라들이다. 무엇보다 투자를 위해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맺는다는 것은 미국이 차관을 내주고 그 자금으로 한국이 다시 미국에 투자하라는 의미여서 현실적으로 미국이 수용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국이 요구하는 대로 한국 정부가 사실상 대부분의 투자금을 직접 부담해야 한다면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투자 금액에 연간 한도를 두거나 투자처를 한·미가 공동 선정하는 방식,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통화스와프 체결 등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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