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전설은 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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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축구 레전드들이 함께 한 아이콘매치 종료 직후 FC스피어에 역전승을 거둔 실드 유나이티드의 카를레스 푸욜(맨앞 왼쪽)과 이영표가 마주 보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양 팀 선수들은 승패 구분 없이 서로 따뜻하게 안아주며 격려했다. [뉴스1]
2021년 은퇴 이후 배불뚝이로 변한 웨인 루니(40·잉글랜드)는 영락 없는 조기축구 아저씨 같았다. 하지만 잉글랜드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최다 득점(253골)에 빛나는 ‘킬러 본능’은 여전했다.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이콘매치’ 후반 27분. FC스피어 소속으로 뛰던 루니가 페널티 아크 정면에서 달려들며 오른발 중거리 포로 골망을 흔들자 떠나갈 듯한 함성이 그라운드 주변을 감쌌다.

FC스피어 웨인 루니. [뉴스1]
아이콘매치는 게임 회사 넥슨이 온라인 축구게임에서나 볼 수 있었던 2000년대 세계축구 레전드를 불러 모아 개최한 이벤트 매치다. 공격수 출신인 FC스피어와 수비수들로 구성한 실드 유나이티드가 ‘창과 방패’ 콘셉트로 격돌했다.
먼저 실점한 방패팀은 이후 역전 드라마를 썼다. 후반 37분 이영표(48)의 크로스를 마이콘(44·브라질)이 머리로 돌려놓아 1-1을 만들었다. 이어 후반 42분 욘 아르네 리세(45·노르웨이)의 힐 패스를 박주호(38)가 역전 골로 연결해 2-1 승리를 거머쥐었다. 지난해(4-1승)에 이어 또 한 번 승리한 방패팀은 “축구 역사에서 강력한 수비 없이 우승한 팀은 없다”는 축구계의 격언을 거듭 입증했다.

루니, 호나우지뉴, 박지성(왼쪽부터)
최전성기 시절 몸값 총합이 1조4000억원을 넘는 축구 레전드의 티켓 파워는 여전했다. 프리미엄석 티켓값이 36만원에 달하는데도, 6만4855명의 축구 팬이 관중석을 가득 메웠다. ‘외계인’이라 불린 창팀 호나우지뉴(45·브라질)의 삼바리듬 드리블에, “팬들은 내 전성기를 기억하며 찾아온다”며 자부심을 드러낸 방패팀 카를레스 푸욜(48·스페인)의 육탄 수비에 팬들은 열광했다. 후반 10분 창팀 카카(43·브라질)의 감아차기 슈팅을 심장마비 여파로 2020년 은퇴한 방패팀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44·스페인)가 몸을 던져 막아낸 장면은 화려하면서도 찡했다.
참가 선수 모두가 진심이었다. 창팀 박지성(44)은 무릎이 성치 않은데도 오른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했다. 창팀 아르센 벵거(76) 전 아스널 감독과 방패팀의 라파엘 베니테스(65) 전 리버풀 감독은 경기 내내 서서 지도했다. 주심으로 깜짝 등장한 ‘외계인 심판’ 피에를루이지 콜리나(65·이탈리아)는 여전히 부릅뜬 눈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FC스피어 스티븐 제라드가 공격을 하고 있다. [뉴스1]
하프타임 이벤트에 당첨된 한 남성 팬은 스티븐 제라드(45·잉글랜드) 앞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형의 패스와 킥에 매료돼 리버풀을 응원한 지 20년째”라고 털어놓았다. 제라드는 “20년이나 응원해준 팬들 덕분에 선수 생활을 잘할 수 있었다”고 화답했다.
알레산드로 네스타(49·이탈리아) 마킹이 새겨진 AC밀란 유니폼을 착용하고 현장을 찾은 서명진(40)씨는 “스무살 때 TV로만 보던 네스타가 눈앞에서 뛰니 낭만적”이라고 말했다. 아빠가 물려준 리버풀 유니폼을 입은 아들 호윤(12) 군은 “게임에서 즐겨 쓰던 호나우지뉴를 처음 본다”고 신기해 했다. 박정무 넥슨 사업부사장은 “현역 시절의 플레이를 기억하는 아버지와 게임 캐릭터로만 접한 아들이 같은 선수를 함께 응원할 수 있다는 게 아이콘매치만의 특별한 매력”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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