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음악과 결혼한 사람” 72세 전인권, 이제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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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권은 20~21일 서울 연세대 대강당에서 ‘들국화, 전인권 40주년 콘서트-마지막 울림’을 연다. 사진은 10일 마포구 서교동에서 콘서트 합주연습을 하는 모습. 장진영 기자

“살아 있는 한 음악을 오래 하고 싶다. 죽기 전까지 음악을 하겠다.”

데뷔 40년을 맞은 가수 전인권(72)의 음악 욕심은 여전했다. 1985년 최성원(베이스), 고(故) 허성욱(키보드), 고 조덕환(기타), 고 주찬권(드럼)과 함께 밴드 들국화로 본격적인 음악활동을 시작하며 한국 대중음악사를 새롭게 쓴 그다. 오는 20∼21일 서울 연세대 대강당에서 ‘들국화, 전인권 40주년 콘서트-마지막 울림’을 연다. 들국화 멤버들의 빈자리는 신석철(드럼), 김정욱(베이스), 정현철(기타), 조승연(키보드) 등 오래 합을 맞춰온 연주자들이 채운다.

전인권과의 인터뷰는 지난 10일 오후 서울 홍대 앞 한 식당에서 진행됐다. 대화 도중에는 대표곡 ‘행진’의 짧은 소절을 직접 불러주기도 했다. 작은 목소리인데도 힘이 느껴졌다.

전인권에게 음악의 출발점은 팝이다. 집에는 쌓인 3000장의 LP가 그의 선생님이었단다. “동네 레코드 가게를 다니며 설레곤 했다. 24세에 오디오가 생기고 더 열심히 들었다.” 그렇게 익힌 감각은 ‘행진’ ‘그것만이 내 세상’ ‘매일 그대와’ 등이 수록된 1985년 들국화의 첫 앨범으로 폭발했다.

지금까지 들국화의 노래가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그는 “포기를 모르는 팀이었다. 학원도, 유튜브도 없던 시절 우리끼리 모여 열심히 음악을 했다. ‘제발’ 같은 노래는 내가 지금 들어도 그때의 순수함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시련도 많았다. 몇 차례 마약 사건으로 구속되면서 음악 활동을 하지 못하기도 했다. 전인권은 “내가 서리를 맞으면 멤버들도 같이 맞았다. 그래도 음악은 서리를 맞지 않았다. 인간적인 음악이라 누가 들어도 괜찮았던 것 같다. 다만 활동을 오래 이어가지 못한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전인권은 삶의 위로를 바다에서 찾는다고 했다. “음악을 들으며 바다를 바라본다. 레드 제플린의 ‘신스 아이브 빈 러빙 유(Since I’ve Been Loving You)’를 즐겨 듣는다”며 제플린의 로버트 플랜트를 최고의 보컬리스트로 언급했다.

전인권 또한 대체 불가한 보컬로 손꼽힌다. ‘걱정말아요 그대’ ‘돌고 돌고 돌고’ ‘사랑한 후에’ 등 솔로로도 히트곡을 여럿 냈다. 그럼에도 그는 고개를 저으며 “난 모르겠다. 연습할 것들이 많다”고 했다. 공연 제목을 ‘마지막 울림’이라 붙인 이유로는 “마지막이면서 또 다른 시작이란 의미”라고 말했다.

“정상에 가면 내려오는 길만 있다. 그런데 내가 정상에서 내려다보니 길이 여러 갈래더라. 다시 올라갈 수 있는 언덕이 있다. 그 내리막에서 포기하지 않으면 또 새로운 시작이 가능하다.”

콘서트에서 전인권은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신곡 두 곡을 공개한다. 한 곡의 제목은 ‘축하해요’로, ‘당신은 강하고 귀한 사람이다, 당신은 당신을 잘 모른다’는 가사를 담았다. 또 다른 곡은 ‘우리 어머니 장에 나가시네’로, 어머니를 떠올리며 만들었다. 그는 “내 이야기를 담은 노래지만 다른 사람들도 이 메시지를 좋아해준다는 것, 그래서 대중음악은 참 좋은 음악”이라며 신곡 발표에 기대를 표했다.

후배들에게는 음악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가 여전히 무대에 서고, 40년을 넘어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래 음악을 하기 위해선 간단하다. 음악을 좋아하라. 좋아하면 음악에 빠지게 된다. 나는 이제 음악과 결혼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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