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소년중앙] 장항습지의 말똥게·선버들이 '자연과의 공생' 힌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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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하류 끝자락인 하구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역으로, 보통 바닷물이 밀물로 밀려 올라와 농사를 망치는 것을 막기 위해 둑을 쌓아요. 하지만 남북 중립수역인 한강 하구는 하굿둑을 설치하지 않아서 바닷물과 민물이 섞여 염분이 적은 물인 기수(汽水)가 있는 지역, 즉 기수역을 볼 수 있죠. 기수는 우리말로 갯물이라고도 불러요.

황지유(왼쪽)·박건우 학생기자가 람사르 고양 장항습지생태관을 찾아 장항습지의 생태계를 살펴봤다.
한강 하구 기수역이 시작하는 초입에 있는 장항습지는 국내 24번째 람사르 습지이기도 해요. 박건우·황지유 학생기자가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에 있는 람사르 고양 장항습지생태관을 찾아 김시자 강사, 이기영 자연환경해설사와 함께 장항습지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어요. 이곳은 원래 군인들이 보초를 서던 군막사였지만, 2024년부터 장항습지의 중요성과 가치를 알리는 생태관으로 운영되고 있죠.
"행정적으로 고양시의 신평동·장항동·법곳동에 걸쳐있는 장항습지의 길이는 김포대교에서 일산대교까지 약 7.6km, 면적은 5.95㎢예요. 장항습지가 있는 한강 하구는 우리나라 큰 하천 중 유일하게 하굿둑이 없는 열린 하구로, 담수 생태계와 해양 생태계가 연결된 기수역 생태계가 잘 보존된 지역이에요. 장항습지에는 습지숲·갈대밭·농경지·갯벌·수역 등 다양한 서식지가 분포해 생물다양성이 높으며, 한강 하구 공동수역 주변의 민간인 통제구역 내에 있어 생태계가 잘 보전되어 왔죠."(김)

람사르 고양 장항습지생태관에서는 관련 전시와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콘텐트로 장항습지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생태관 1층에서 장항습지 위치와 면적을 표시한 지도를 보던 건우 학생기자가 "장항습지는 어떻게 형성된 건가요"라고 궁금해했죠. "현재 장항습지 자리에는 모래섬이 있었어요. 이 섬을 조선시대 후기에는 ‘제주초도’, 1980년대 후반까지는 '사미섬'이라고 불렀죠. 서울올림픽이 개최된 1988년, 한강의 수심을 확보해 대형 유람선을 띄우고, 한강으로 올라올 수 있는 북한의 잠수정도 막으며, 밀물 때 역류하는 바닷물을 막아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김포대교 아래 신곡수중보가 설치된 후, 물길이 달라져 사미섬의 형태가 바뀌었어요. 게다가 사미섬의 모래를 1990년 자유로를 착공하며 골재로 사용하면서 섬이 사라지게 됐죠. 이후 사미섬이 있던 자리에 서해에서 밀물과 썰물이 왔다 갔다 하면서 퇴적물이 쌓이면서 현재 모습의 장항습지가 생기게 된 거죠."(이)
장항습지는 민간인 통제구역이기 때문에 출입이 어렵지만, 생태관 3층 전망대로 가면 약 25m 높이에서 망원경을 통해 장항습지와 한강 하구의 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답니다. 건우·지유 학생기자가 김 강사와 함께 전망대에 올라 망원경으로 들여다봤는데요. 드넓게 펼쳐진 10만 평의 논 뒤로 서해로 흘러가는 한강 하구가 보였죠.

상공에서 바라본 장항습지 전경. 장항습지는 김포대교에서 일산대교까지 약 7.6km 길이로 길게 뻗어있으며, 면적은 약 5.95㎢다. ⓒ고양특례시
김 강사가 "장항습지는 한강 하구 공동수역 주변의 민간인 통제구역이기 때문에 허가받은 농민·어민·군인만 출입할 수 있어요. 고양시의 행주어촌계에 속하는 11척이 어업을 하고 있으며, 논도 12개가 있는데 모두 허가받은 어민·농민이죠"라고 말했습니다.
"어, 저 하얀 새는 백로네요!" 망원경을 들여다보던 지유 학생기자가 반갑다는 듯이 소리쳤죠. 장항습지는 재두루미·개리·저어새·붉은발말똥게 등 멸종위기종 48종, 호사도요·원앙 등 천연기념물 29종 등 한강 하구 습지보호지역 내 야생생물들의 서식지예요. 특히 재두루미·저어새는 전 세계 개체군의 1% 이상이 도래하죠.
덕분에 장항습지는 국제적으로도 생태계의 보고로 인정받았죠. "장항습지는 2019년 국제철새보호기구인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 143호 지역으로 등재됐어요. EAAFP는 철새이동경로 서식지 네트워크 FSN(Flyway Site Network)에 속하는 지구상 9개 경로 중 하나인데, 장항습지가 143호 지역으로 등록됐다는 것은 이 지역이 국제적으로 중요한 이동성 물새 서식지라는 의미죠."(김)

3층 전망대에서 바라본 장항습지의 전경. 10만 평의 논과 서해로 흐르는 한강 하구가 보인다.
김 강사의 설명을 듣던 지유 학생기자가 "장항습지는 람사르 습지이기도 하다고 들었어요"라고 말했어요. "맞아요. 람사르 습지는 독특한 생물지리학적 특성을 가지거나, 희귀동물 서식지 및 물새 서식처로서 중요성을 가진 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람사르 협약에 의거해 등록된 습지인데요. 장항습지는 2021년에 국내 24번째 람사르 습지에 등록됐죠."(김)
물새 외에도 너구리·삵·고라니·두더지·등줄쥐·멧밭쥐 등 포유류, 뱀장어·웅어·전어·붕어·잉어·메기 등 어류도 장항습지에 살고 있어요. 고양시가 2024년 공개한 '장항습지 주요 생물종 현황'에 따르면 410종의 식물, 11종의 균류, 360종의 곤충, 56종의 어류, 18종의 양서·파충류, 16종의 포유류, 191종의 조류 등 총 1123종의 생물종이 장항습지에 서식하고 있습니다.

3월에 고향인 북쪽으로 날아가기 전까지 장항습지에서 겨울을 보내는 재두루미에 대해 알아본 박건우 학생기자.
소중 학생기자단은 3면이 거대 스크린으로 된 다큐멘터리관에서 장항습지의 사계와 이곳에 사는 여러 동물을 살펴봤어요. 습지에 사는 고라니, 삼삼오오 모여 갯벌에서 움직이는 말똥게를 영상으로 생생하게 볼 수 있었죠. 겨울철에 장항습지를 찾은 큰기러기와 재두루미를 드론·카메라로 포착한 모습은 장관이었어요. 재두루미·개리 등 겨울을 장항습지에서 나는 물새는 매년 약 3만여 마리에 이릅니다.
이렇게 다양한 동물이 서식할 수 있는 이유는 여러 환경이 공존하는 장항습지의 지형적 특징 때문입니다. 앞서 장항습지는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지역, 즉 기수역이라 했죠. 기수역 갯벌에는 사초과에 속하는 수생식물인 새섬매자기가 자라요. 새섬매자기 지하부에 달리는 덩이줄기는 영양이 풍부하여, 개리·재두루미·큰기러기·큰고니 등이 먹이로 삼죠. 장항습지에 철새들이 모여드는 이유입니다.

휴식 중인 기러기들(위 사진)과 논에서 먹이를 찾는 재두루미. 고양시는 친환경농법과 먹이 공급 등을 통해 철새들과 공존하는 법을 모색 중이다. ⓒ고양특례시·이종렬
밀물과 썰물이 반복해서 오가는 장항습지에는 자연스레 크고 작은 물골이 발달하는데, 이를 갯골이라 해요. 갯골은 뱀장어·웅어·참게·말똥게·펄콩게의 서식지이죠. 갯골은 장항습지를 축축하게 유지하는 젖줄일 뿐만 아니라 생물다양성의 비결이기도 해요. 장항습지 갯물숲에는 크고 작은 갯골들이 실핏줄처럼 나 있어요. 밀물 때면 갯물숲 아래 줄기까지 물에 잠기는데요. 썰물이 되어 물이 빠지면 갯물숲 바닥은 갯벌처럼 변하고, 갯물숲 아래에 굴을 파고 살던 말똥게가 활동을 시작해요. 말똥게와 선버들이 서로 이익을 주고받는 상리공생(相利共生·com-mensalism) 생태계를 볼 수 있죠.
"잡식성인 말똥게는 유기물이 섞인 흙과 죽은 어류 외에 선버들 잎도 먹어요. 말똥게가 땅속 깊이 파놓은 굴은 서로 연결되어 신선한 공기가 나무뿌리로 공급되죠. 더불어 말똥게가 나무뿌리 주변에 남기는 배설물은 나무에게는 양질의 비료가 됩니다."(김)
장항습지는 동식물 외에 사람에게도 이로운 역할을 많이 해요. 이러한 습지의 역할을 생태계서비스라 표현하는데, 장항습지는 주변 지역에 네 가지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첫 번째는 건강한 수산물을 시민에게 제공하는 공급서비스예요. 자연하구인 한강하구에는 뱀장어·참게·황복·웅어·숭어·참게 등 건강한 수산물이 철 따라 생산돼요. 또한 장항습지의 농경지에 있는 논에서는 양질의 쌀이 생산되죠.

민간인 통제구역으로 인간의 간섭이 최소화된 환경인 장항습지에서는 선버들과 공생관계인 말똥게(위 사진)와 중백로·고라니 등 다양한 종류의 생물이 공존한다. ⓒ고양특례시·이종렬
두 번째는 환경조절서비스예요. 장항습지의 갯물숲은 물의 범람을 막아 도시를 보호해요. 또한 갯물숲의 버드나무는 녹색탄소의 저장고로서 기후변화를 완화하죠. 장항습지의 벌·나비와 같은 수분(受粉) 매개자들은 열매가 달리게 하는 식물 생산을 돕습니다.
세 번째는 장항습지의 특이한 생태계로 인한 생태관광·생태교육·생태체험·탐조·휴양 및 예술 활동을 제공해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김 강사와 이 해설사를 통해 람사르 고양 장항습지생태관에서 받은 교육도 여기에 해당하죠.
네 번째는 생태계 지지서비스예요. 앞서 새섬매자기는 매년 개리·재두루미의 먹이 역할을 하며, 갯물숲은 말똥게와 공생관계라 했는데요. 이렇게 먹이그물을 통해 생태계 순환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거죠. 또한 갯골은 어류의 산란지이자 치어의 보금자리 역할을 합니다. 장항습지에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할 수 있는 이유죠.

이기영(가운데) 자연환경해설사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장항습지에서 나타나는 기수역 생태계의 특징에 관해 설명했다.
고양시는 장항습지 보존을 위한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장항습지에는 지역 농민들이 과거부터 경작해 오던 약 10만 평의 논이 있어요. 고양시는 농민들과 생태계서비스 지불제 계약을 맺어 생물다양성을 높이는 친환경농법을 시행하고, 철새에게는 먹이와 쉼터를 제공하죠. 농민들은 10월 중순쯤 벼를 수확한 뒤 볏짚을 남겨요. 논에 남은 볏짚은 지렁이·곤충 등 토양 소동물 서식처가 돼 철새들에게 동물성 먹이를 공급하죠."(이)
또 겨울에 눈이 오면 고양시에서는 장항습지에서 농사를 지은 볍씨 등을 드론을 활용해 논에 뿌려요. 2024년 12월~2025년 3월엔 매주 2회 약 23톤의 곡물을 하늘에서 살포해,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하면서도 큰기러기·쇠기러기·재두루미와 같은 철새들이 3월에 고향인 북쪽으로 날아가기 전까지 겨울을 잘 나도록 도왔죠. 어민들도 외래어종이나 상품 가치가 없는 물고기 등을 야생생물의 먹이로 제공한답니다.

장항습지 버드나무 군락 밑에서 서식하는 붉은발말똥게에 대해 알아본 황지유 학생기자.
거대 도시인 수도권에 이렇게 다양한 생물이 사는 지역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나요. 이들과 공존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이 동반되면 우리는 습지가 제공하는 여러 서비스를 누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물 다양성도 더욱 풍부해질 수 있답니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법, 장항습지의 생태계를 통해 고민해 보세요.
동행취재=박건우(경기도 판교초 5)·황지유(서울 봉은초 6) 학생기자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자연과 생태계에 관심이 많아서 장항습지 취재를 무척 기대했어요. 장항습지는 하굿둑이 없는 한강 하구와 서해 바다가 만나는 기수역으로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 다양한 생태계를 볼 수 있는 곳이자 국내 24번째 람사르습지입니다. 안타깝게도 민간인 통제구역이기 때문에 직접 갈 수는 없지만 세세한 설명을 들으며 생물다양성이 우수한 장항습지를 다시 한번 동경하게 됐죠. 선버들과 말똥게가 공생하고 여러 야생동물의 생명줄인 장항습지를 전망대에서 둘러보니 인간이 함부로 개입하여 자연의 섭리를 파괴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죠. 특히 종의 다양성이 풍부하고 많은 생태계 서비스를 자랑하는 장항습지를 더욱 잘 보호해야 할 것 같아요. 이번 겨울 장항습지에 재두루미와 개리가 도래할 때쯤 다시 와보고 싶어졌습니다.
박건우(경기도 판교초 5) 학생기자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장항습지에 다녀왔습니다. 아쉽게도 민간인 통제구역이라 직접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장항습지의 모습을 가득 담은 람사르 고양 장항습지생태관에서 취재했어요. 다큐멘터리·전시실·전망대 등 다양한 콘텐트를 통해 장항습지에 대해 배웠죠. 장항습지는 '람사르' 습지고, '국제적으로 중요한 이동성 물새 서식지'로 등재된 사실에 놀랐어요. 말똥게와 선버들의 공생관계도 신기했고 생태관에서 했던 활동들이 모두 재미있었죠. 겨울철엔 전망대에서 재두루미를 관찰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이번 겨울에 꼭 와서 보고 싶습니다. 언젠가는 직접 장항습지에 들어가 관찰해보고 싶다는 바람이 커진 취재였어요.
황지유(서울 봉은초 6)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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