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가 관여하겠다는데, 재판권 침해?" 사법부 공격 선 넘는 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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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해명할 수 없는 의심에 대해 대법원장이 책임져야 한다. 지금이라도 사퇴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특히 지난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을 “조희대의 난(亂). 사법 쿠데타”라고 거론하며 조 대법원장을 압박했다. “대법원장직을 수행할 수 없을 만큼 편향적이라는 법원 내부의 평가가 그때 있었다. 재판 독립, 법원의 정치적 중립은 조희대 대법원장 스스로가 어겼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대법원장이 그리도 대단하냐, 대통령 위에 있느냐, 국민의 탄핵 대상이 아니냐”는 말도 남겼다.
정 대표의 발언은 이날 오전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브리핑 질의응답 과정에서 대법원장 사퇴 요구와 관련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있다”고 말한 직후 나왔다. 강 대변인은 50여분이 지난 오전 9시53분 “시대적·국민적 요구가 있다면 (조 대법원장은) 임명된 권한으로서 그 요구에 대한 개연성과 이유를 돌이켜봐야 될 필요가 있다는 취지”라며 발언을 정정했지만, 당 안팎에선 ‘대법원장 사퇴 압박’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 대한 대통령실 차원의 긍정 신호로 해석됐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날 오후 열리는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대법원장을 향한 이날 민주당의 공세는 지난 5월 이 대통령 사건 파기환송 직후를 연상케 할 만큼 전방위적이었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12.3 내란에는 침묵하고 대통령 후보 바꾸기를 획책하더니 내란심판에는 ‘재판독립 ’운운하는 조희대 대법원장부터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서영교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이재명 후보 기록을 제대로 보지도 며칠 만에 파기환송했다. 이건 정치개입”이라며 “법률과 헌법을 위반했다 판단하고 있고 탄핵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공수처 등에서 수사를 해서 사법 거래가 있었는지 내부의 결탁이 있었는지, 직권 남용이 있었는지 철저히 밝혀야 한다”는 말도 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주장도 격렬해졌다. 정 대표는 내란전담재판부와 관련 “조희대의 정치적 편향성, 지귀연 판사의 침대 축구가 불러온 자업자득”이라며 “내란 수괴 혐의자 윤석열을 날짜가 아닌 시간으로 계산해 탈옥·석방한 지귀연 판사가 잘한 것이냐”고 말했다.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페이스북에 “내란전담재판부 구성을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자들은 내란을 하찮게 여기거나 내란을 옹호하는 자들”이라고 썼다. 심지어 전현희 민주당 3대 특검 종합대응특위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농단전담재판부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추진하는 법률안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건희 특검과 순직해병 특검 사건 역시 국회가 개입해 구성하는 전담 재판부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재판하는 사람이 법관이기만 하다면, 국회가 입법을 통해 특정 사건을 맡을 법관을 지정하는 데 개입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다는 게 민주당의 인식이다. 변호사 출신인 박주민 의원은 이날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전담재판부는) 배당 절차를 특별하게 한 번 설치해서 가동시키는 것이다. 법원도 배당 절차라고 인식하고 있다”며 “사건을 배당하는 절차에 대해서 국회가 좀 관여를 하겠다는데 이게 재판권 침해라는 게 이해가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김기표 의원도 같은 방송에서 “극단적으로 얘기해서 만약에 법을 고쳐서 (사법)연수원 나오지 않은 사람도 재판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 사실 그것도 위헌적인 게 아닌 것”이라며 “기존에 있던 판사들을 가지고 지금 재판하겠다는 건데…위헌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5월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준비하며 입술을 다물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내란재판을 진행 중인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 부장판사가 지난 8일 “12월 무렵에는 심리를 마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음에도 민주당이 내란재판을 “침대축구”라고 비판하며 사법부를 전방위 공격하는 것은 “사법부에 대한 누적된 불만과 불안의 표출”(민주당 3선 의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3월 지 부장판사의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취소→지난 5월 대법원의 이 대통령 선거법 위반 사건 유죄취지 파기환송 등을 거치며 쌓였던 감정이 최근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와 대법관 증원 방침을 사법부가 막아서자 폭발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내란특별재판부가 왜 위헌인가”라고 발언한 바로 이튿날(12일) 조 대법원장은 “사법권 독립의 헌법 가치를 중심에 두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대통령 발언, 대법원장 반응 등 이벤트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지도부의 또 다른 의원은 “법개혁 등 논의에 사법부가 너무 안 움직였다”고 했다.
이날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민주당의 ‘사법개혁’이 공방의 초점이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내란 좀비들이 모든 권력, 검찰·경찰·군대·사법부까지 침투해 똬리를 틀고 있다. 솎아내야 한다”(박성준 의원) “내란으로도 안 되니 대법원까지 나서서 '이재명 죽이기'를 시도했다”(신정훈 의원) 등의 과격한 주장을 쏟아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자기에게 불리한 재판을 했다고 대법원장 물러나라는 정권은 보다 보다 처음 본다”(임이자 의원)거나 “재판도 내 뜻대로 하겠다는,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것이야말로 기본적인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독재의 시작”(신성범 의원)이라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차원의 반발도 거셌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법원장의 임기는 헌법에 보장돼 있다 ”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본인의 재판을 위해서, 대통령이 현직 대법원장을 향해 사퇴하라고 외치는 민주당의 저열한 목소리에 원칙적으로 공감한다고 표현했다면 명백한 탄핵 사유”라고 말했다. 국회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도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괘씸죄로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를 무너뜨리겠다는 것”(나경원 의원) “터키 에르도안 대통령의 사법부 숙청을 연상시킨다”(주진우 의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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