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마진 개선’ K석화, 힘 받나…동에도 호재, 서에도 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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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탈출 기대감 고조

불황에 시달리는 K-석유화학(석화) 업계에 볕이 들 수 있을까. 주력 제품 수익성이 조금씩 나아지는 추세를 보이면서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일본 등 경쟁국 석화 업체가 구조조정(감산)을 추진하는 점도 긍정적이다.
15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에틸렌과 나프타 가격 차이를 뜻하는 ‘에틸렌 스프레드’의 지난달 톤(t)당 가격이 214달러를 기록했다. 에틸렌 스프레드는 6월 160.5달러로 올해 들어 저점을 찍었다. 7월 203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잇달아 상승세다.

김영옥 기자
석화 업체는 원유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정제해 에틸렌으로 만들어 판매한다. 에틸렌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는 각종 플라스틱, 섬유, 비닐 등의 기초 원료다. 나프타(원재료)와 에틸렌(제품)의 가격 차(스프레드)는 기업의 수익성을 판단하는 지표 중 하나다.
통상 에틸렌 스프레드가 250달러 이상 돼야 흑자를 낼 수 있는 것으로 본다. 기업 분석 업체 CEO스코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 등 국내 9개 석화 업체의 평균 매출 원가율은 98.6%를 기록했다. 사실상 이익을 내지 못했다는 의미다. 유통비, 광고비 등까지 고려하면 적자 구조다.
석화 업체는 하반기부터 적자를 줄일 것으로 기대한다. 2분기 들어 본격화한 중국 석화 업체의 공장 가동률 하락, 한국 석화 업체의 자체 감산 등의 영향으로 에틸렌 가격 상승세가 지속할 거란 전망 때문이다. 여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전할 경우 (러시아 원유를 값싸게 받을 수 있어) 한국 석화 업체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적어도 업황이 ‘바닥’을 치고 최악에서 벗어났다고 본다”며 “에틸렌 스프레드 상승세가 지속해 t당 250달러를 넘긴다면 확실한 반등의 청신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대 위협 요인인 중국이 이르면 이달 말 발표하는 15차 5개년(2026~2030년) 계획도 기대감을 주는 요소다. 블룸버그는 최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 공업정보화부(MIIT) 등 중앙 정부 기관 5곳이 지방 정부에 노후 석유화학 설비에 대한 정보 수입을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20년 이상 운영한 노후 석화 설비를 정리한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중국이 석화 제품 감산에 들어가면 한국 업체가 한숨을 돌릴 수 있다.
최근엔 일본도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10일 일본의 석화 ‘빅3’인 미쓰이화학·이데미쓰코산·스미토모화학이 내년 4월까지 범용 제품 사업 통폐합에 의견을 모았다고 보도했다. 폴리올레핀(비닐봉지 제조에 쓰는 폴리에틸렌과 자동차 부품 소재 등 용도로 쓰는 폴리프로필렌 등) 생산 공정을 통합하는 내용이다. 닛케이는 “이번 통합이 일본 석화 업계의 재편을 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 10대 석화 업체에 연말까지 나프타분해시설(NCC) 최대 370만t(국내 생산능력의 25%) 규모 감축 계획을 제출하라고 주문했다. LG화학은 GS칼텍스 측에 여수 NCC 통합 논의를 제안했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도 NCC 통폐합 논의를 진행 중이다. 중국·일본 석화 업체의 구조조정과 맞물릴 경우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한 석화 업체 관계자는 “현재 상황은 응급실로 간 환자(석화 업계)가 간신히 의식을 차린 수준”이라며 “회복한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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