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순직해경 동료 “영웅 만들라며 함구 지시”…해경청장 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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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에 고립된 노인을 구조하다 숨진 해양경찰관 고(故) 이재석 경사의 영결식이 15일 인천해양경찰서에서 엄수됐다. 그는 지난 11일 새벽 신고를 받고 홀로 출동해 노인에게 자신의 구명조끼를 벗어 입혀주고 다친 발에는 장갑을 신겨준 뒤 밀물에 휩쓸려 순직했다. [연합뉴스]
갯벌에 고립된 노인을 구조하다 숨진 고(故) 이재석(34) 해양경찰 경사의 영결식이 15일 엄수된 가운데 ‘2인 1조’ 규정 등이 지켜지지 않아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사안에 대해 엄중히 조사하라고 지시했고, 해경 측은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진상조사단을 꾸려 이 경사가 구조대원 없이 홀로 현장에 출동한 경위 등에 대해 조사하기로 했다. 김용진 해양경찰청장은 이날 “순직 해경 사건 관련 이재명 대통령 말씀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중부지방해양경찰청은 15일 오전 10시쯤 인천 서구 인천해양경찰서 청사에서 이 경사의 영결식을 거행했다. 식은 오상권 중부해경청장이 장례위원장을 맡아 중부해경청장 장으로 엄수됐고, 유가족과 동료 해경 등 약 1000명이 참석했다. 고인은 경장에서 경사로 1계급 특진했고, 대한민국 옥조근정훈장을 추서 받았다. 유해는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됐다.
같은 날 오전 8시쯤 이 경사와 함께 당직을 섰던 동료 4명은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인천 동구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규정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자신을 구조 직렬이라고 밝힌 팀원은 “이 경사는 행정 직군이라 해상 순찰을 나가야 하는 나머지 팀원보다 1시간 일찍 복귀했는데, 그 사이에 상황이 발생했다”며 “해경은 편의점에 갈 때도 혼자 이동하는 일이 없는데 팀장과 함께 있었음에도 왜 홀로 출동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빈소와 파출소에서 파출소장과 팀장으로부터 ‘이 경사를 영웅으로 만들어야 하니 사건과 관련해 함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2인 1조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휴게시간이 달라도 비상벨 하나만 누르면 함께 대응할 수 있었는데, 파출소에 복귀한 뒤에도 상황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해 대처가 늦었다”고 했다. 이어 “상황실에 제대로 보고도 안 됐던 점 등 모든 정황에 대한 명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해경 측은 이들의 주장에 대해 “유족에게 폐쇄회로(CC)TV와 무전 녹취록, 드론 영상 등 사고 관련 자료 일체를 제공했다”며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이들의 주장은)사실 무근이다”고 밝혔다.
이 경사는 지난 11일 오전 2시7분쯤 드론 순찰 업체로부터 ‘인천 옹진군 영흥면 꽃섬 갯벌에 고립된 사람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혼자 순찰차를 타고 출동했다. 고립된 노인은 맨손으로 해루질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양경찰청 훈령 ‘파출소 및 출장소 운영 규칙’은 “순찰차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2명 이상이 탑승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구조 임무에 있어 2인 1조로 수행해야 한다는 규정은 별도로 없다는 게 해경 측 설명이다.
해경은 영결식 직후 “2인 1조 원칙을 왜 준수하지 못했는지, 고인과 연락이 두절된 이후 동료들은 왜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는지 등 밝혀야 할 부분이 많다”며 “진상조사단을 통해 명백히 밝히겠다”고 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초동 대처에 있어 미흡한 점이나 늑장 대응은 없었는지 재차 확인했다”며 “유가족과 동료들의 억울함이 없도록 외부에서 엄정히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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