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법원장 압박, 용산도 동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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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 이견을 표한 뒤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뉴스1]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해명할 수 없는 의심에 대해 대법원장이 책임져야 한다. 지금이라도 사퇴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특히 지난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을 “조희대의 난(亂), 사법 쿠데타”라고 거론하며 “대법원장직을 수행할 수 없을 만큼 편향적이라는 법원 내부의 평가가 그때 있었다. 재판 독립, 법원의 정치적 중립은 조희대 대법원장 스스로가 어겼다”고 맹공했다. 이어 “우리 국민은 3·15 부정선거의 책임을 물어 이승만을 하야시켰고, 당시 내무부 장관은 사형당했다. 박근혜·윤석열을 탄핵한 국민”이라며 “대법원장이 그리도 대단하냐, 대통령 위에 있느냐, 국민의 탄핵 대상이 아니냐”는 말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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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의 발언은 이날 오전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브리핑 질의응답 과정에서 여당의 대법원장 사퇴 요구와 관련해 “개연성과 이유에 대해서 좀 돌이켜봐야 될 필요가 있지 않나라는 점에서는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있다”고 말한 직후 나왔다. 강 대변인은 브리핑 이후 50여 분이 지나 “시대적·국민적 요구가 있다면 (조 대법원장은) 임명된 권한으로서 그 요구에 대한 개연성과 이유를 돌이켜봐야 될 필요가 있다는 취지”라며 발언을 정정했지만, 당 안팎에선 ‘대법원장 사퇴 압박’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 대한 대통령실 차원의 긍정 신호로 해석됐다.

조 대법원장을 향한 이날 민주당의 공세는 지난 5월 이 대통령 사건 파기환송 직후를 연상케 할 만큼 전방위적이었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12·3 내란에는 침묵하고 대통령 후보 바꾸기를 획책하더니 내란 심판에는 ‘재판 독립’ 운운하는 조희대 대법원장부터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영교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이재명 후보 기록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며칠 만에 파기환송했다. 이건 정치 개입”이라며 “탄핵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국회가 관여하겠다는데…재판독립 운운” 더 거칠어진 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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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왼쪽)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서영교 의원은 또 “공수처 등에서 수사를 해서 사법 거래가 있었는지, 내부의 결탁이 있었는지, 직권 남용이 있었는지 철저히 밝혀야 한다”는 말도 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주장도 격렬해졌다. 정 대표는 내란전담재판부와 관련해 “조희대의 정치적 편향성, 지귀연 판사의 침대 축구가 불러온 자업자득”이라며 “내란 수괴 혐의자 윤석열을 날짜가 아닌 시간으로 계산해 탈옥·석방한 지귀연 판사가 잘한 것이냐”고 말했다.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페이스북에 “내란전담재판부 구성을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자들은 내란을 하찮게 여기거나 내란을 옹호하는 자들”이라고 썼다. 심지어 전현희 민주당 3대 특검 종합대응특위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농단전담재판부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추진하는 법률안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건희 특검과 순직해병 특검 사건 역시 국회가 개입해 구성하는 전담재판부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재판하는 사람이 법관이기만 하면, 국회가 입법을 통해 특정 사건을 맡을 법관을 지정하는 데 개입해도 문제가 없다는 게 민주당의 인식이다. 변호사 출신인 박주민 의원은 이날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전담재판부는) 배당 절차를 특별하게 한 번 설치해서 가동시키는 것이다. 법원도 배당 절차라고 인식하고 있다”며 “사건을 배당하는 절차에 대해서 국회가 좀 관여를 하겠다는데 이게 재판권 침해라는 게 이해가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갑작스레 사법부를 향해 전면 공세를 벌이는 건 이 대통령이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내란특별재판부가 왜 위헌인가”라고 말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당 입장에선 사법부 압박에 대한 부담을 덜었기 때문이다. 김철현 정치평론가는 “이 대통령의 발언이 일종의 신호”라며 “내란전담재판부 법안은 통과시켜도 조 대법원장이 임명하지 않으면 대법원장을 탄핵해야 한다는 얘기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덕수 전 총리 구속영장 기각도 대법원을 향한 불신의 트리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 결집용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특히 최근엔 특검법 개정과 관련해선 당내 투톱(정청래·김병기)의 갈등이 부각됐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특검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민주당 내부 혼선이 노출됐으니 조희대 대법원장 공격을 통해 지지층 결집력을 높이려는 생각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사법부에 대한 누적된 불만과 불안의 표출”(3선 의원)이라는 설명도 나왔다.

이날 열린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도 민주당은 “내란 좀비들이 모든 권력, 검찰·경찰·군대·사법부까지 침투해 똬리를 틀고 있다. 솎아내야 한다”(박성준 의원), “내란으로도 안 되니 대법원까지 나서서 ‘이재명 죽이기’를 시도했다”(신정훈 의원) 등의 주장을 쏟아냈다. 국민의힘은 “자기에게 불리한 재판을 했다고 대법원장 물러나라는 정권은 보다 보다 처음 본다”(임이자 의원), “재판도 내 뜻대로 하겠다는,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것이야말로 기본적인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독재의 시작”(신성범 의원)이라고 맞섰다.

‘조희대 사퇴’를 두고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회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괘씸죄로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를 무너뜨리겠다는 것”(나경원 의원), “터키 에르도안 대통령의 사법부 숙청을 연상시킨다”(주진우 의원) 등의 주장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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