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적자 누적" "희망하는 곳 없어"…공공병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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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부족과 만성적인 적자 누적으로 지방의 공공병원 운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자치단체 부담은 늘고 신규 병원 건립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지난해 10월 29일 김태흠 충남지사가 기자회견을 갖고 내포신도시에 추진 중인 종합병원 건립을 직접 투자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신진호 기자
충남도는 지난해 12월 명지의료재단이 내포신도시(충남도청 신도시) 종합병원 건립사업을 중단하자 “직접 병원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재단 측이 중도금을 납부하지 못하면서 결국 전임 양승조 지사가 체결했던 업무협약을 파기하고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명지의료재단은 2022년 5월 내포신도시에 응급의료센터와 중증 심혈관센터 등을 갖춘 5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을 갖추기 위해 충남개발공사와 의료용지 3만4214㎡를 355억8500만원에 매매하기로 계약했다. 지방선거를 불과 한 달 앞둔 시점이었다. 계약 체결 이후 중도금 납부가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충남개발공사는 계약 해지를 결정하고 그동안 납부했던 중도금 160억원도 모두 명지의료재단에 돌려줬다.
충남도, 명지의료재단 계약 해지…독자 추진
종합병원 건립이 무산되자 충남도는 대안으로 준비했던 ‘도립병원’ 건립 추진에 나섰다. 자체 예산(세금)으로 병원을 건립한 뒤 이른바 ‘빅5 병원’으로 불리는 서울의 대형병원에 운영을 위탁하는 방식이다. 애초 명지의료재단이 건립하려던 병원에도 충남도가 시설비의 70%(1060억원)를 지원할 예정이었던 만큼 사업비를 전액 부담하더라도 문제가 없다는 게 충남도의 설명이다. 개원 이후 운영비 지원이 불가피하겠지만, 주민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학병원에 운영을 맡기는 게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판단했다.

2023년 1월 김태흠 충남지사(왼쪽 둘째)가 충남도청 상황실에서 명지의료재단과 내포종합병원 건립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 충남도]
충남도는 우선 2028년 소아 진료 중심의 특화병원을 개원한 뒤 2030년까지 중증전문 진료센터로 확대할 계획이다. 내포신도시를 중심으로 충남 서북부권의 의료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데다 정부가 추진하는 2차 공공기관 이전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종합병원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충남에서 대학병원이 있는 곳은 천안이 유일하다. 충남도가 추진하는 소아진료 중심 특화병원 건립에는 500억원, 중증전문 진료센터 건설에는 20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모두 충남도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다.
병원 건립 2000억 투입…빅5 병원 위탁
충남도는 지난 6월 전문업체를 선정, 설계를 진행 중이다. 설계에만 17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내년 2월까지 설계를 마친 뒤 공사업체를 선정, 이르면 3월 착공 예정이다. 계획대로라면 2028년 3월 소아진료 중심 특화병원이 문을 열게 된다.

충남도는 자체 예산을 투입해 내포신도시에 소아진료 중심 특화병원 건립을 추진 중이다. 신진호 기자
문제는 예산과 수요다. 병원 건립비용 2000억원을 전액 충남도가 부담하고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적자도 모두 충남도가 떠안아야 한다. 서울과 대전 등 대도시에서도 부족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인력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전·충남을 기반으로 둔 충남대병원조차 난색을 보이는 상황에서 서울의 대형병원에 위탁 운영을 맡기겠다는 대안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의료계의 지적이다.
전문인력 구하기 어려워…위탁 운영 불투명
앞서 충남도는 2020년에도 내포신도시에 300병상 규모의 병원을 짓겠다며 한국중입자암치료센터와 업무협약을 체결했지만, 중도금 미납으로 추진이 중단됐다. 당시 병원 측은 “예상하는 만큼 의료 수요가 많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명지병원 건립 무산 이후 ‘플랜B’를 추진 중이며 계획대로라면 2028년 초 소아진료 전문 특화병원이 문을 열게 된다”며 “개원 이후 운영비 지원이 불가피하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최선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26일 대전 서구에 위치한 공공어린이재활병원에서 직원들이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신진호 기자
2023년 대전 서구에 문을 연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전문인력을 확충하지 못해 위탁 기관인 충남대병원에서 의사를 지원받은 데다 원장까지 직접 진료에 나서는 형편이다. 매년 발생하는 50억원 이상의 적자는 모두 대전시가 부담하고 있다. 대전시는 관련 부처에 국비 지원을 요청했지만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내년 예산에는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어린이재활병원은 대전은 물론 세종과 충남·충북을 비롯해 전북·전남에서도 치료를 받기 위해 하루 평균 120여 명의 장애아동이 방문한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정부 지원 한 푼도 없어
대전시 관계자는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고비용, 저수익 진료를 담당하는 지자체 재정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며 “복지는 자치단체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의 공동 책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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