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영월 농민회 간사 피살사건’ 무기징역 뒤집고 항소심서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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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강원 영월에서 발생한 이른바 '영월 농민회 간사 피살사건'의 피의자 A씨가 지난해 6월 28일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춘천지검 영월지청 현관에서 취재진을 향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피 묻은 족적’과 피고인 샌들 일치한다 보기 어렵다
강원도 영월 농민회 간사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받았던 60대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재판장 이은혜)는 16일 A씨(60)의 살인 혐의 사건 선고 공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핵심 증거인 ‘피 묻은 족적’과 피고인의 샌들이 일치한다고 판단했던 1심 재판부와 달리 항소심 재판부는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총 5번의 족적 감정 결과 3번의 감정은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2번은 ‘양 족적 사이에 동일성을 인정할만한 개별적인 특징점이 없다’고 본 결과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감정인의 숙련도나 감정 기간, 방법의 차이점 등을 고려해도 일관되게 같은 결과가 도출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개별 특징점을 발견해 족적이 같다고 본 3번의 감정도 그 특징점이 다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지문, DNA 등 다른 보강자료 없이 오로지 족적 감정만 있는 상황에서 족적 감정 결과만으로는 피고인을 범인으로 보기에는 부족해 보인다”며 “감정 결과의 증명력을 제한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수사기관에서 제출한 간접 증거들은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적극적 증거로서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할 만큼 압도적으로 우월한 증명력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20년 전 강원 영월에서 발생한 이른바 '영월 농민회 간사 피살사건'의 피의자 A씨가 지난해 6월 28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에 앞서 춘천지검 영월지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항소심 무죄 받은 A씨 곧바로 풀려나
영월 농민회 간사 살해 사건은 대표적 장기 미해결 강력사건이다. A씨(당시 39세)는 2004년 8월 9일 오후 영월군 영월읍 농민회 사무실에서 모 영농조합법인 간사 B씨(당시 41세)의 목, 배 등을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20년 만인 지난해 7월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 초기부터 용의선상에 올랐던 A씨는 당시 경찰에서 사건 발생 시각에 영월 미사리 계곡에서 가족 등과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어 당일 촬영한 물놀이 사진을 경찰에 제출, 용의선상에서 제외되면서 이 사건은 장기 미제살인 사건이 됐다.
이 사건에 대한 수사가 다시 활기를 띤 건 사건 발생 10년 만인 2014년이다. 강원경찰청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은 면밀한 사건 기록 검토와 분석, 사건의 재구성, ‘증거(족적)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과학적 근거와 신념을 토대로 족적 재감정을 거듭했다.
이후 2020년 6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당시 사건 현장의 족적과 유력 용의자 A씨의 족적이 특징점 17개가 99.9% 일치한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경찰은 국과수 감정 내용 등 재수사 결과를 토대로 2020년 11월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도 3년7개월에 걸친 보완 수사 끝에 A씨를 법정에 세웠다. 경찰과 검찰은 A씨가 당시 교제 중이던 C씨(30대 중반)로 부터 영농조합법인 간사인 피해자 B씨를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범행을 계획하고 알리바이도 만든 것으로 판단했다. 한편 A씨는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함에 따라 곧바로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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