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가 2025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최종 타결했다.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해 명절지원금, 여름휴가비, 연구능률향상수당 등을 새로 포함하는 등 노조의 핵심 요구가 일부 반영됐다. 아직 임단협 교섭을 끝내지 못한 기아, 한국GM 등 동종 업계는 물론 국내 산업계 전반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16일 새벽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전체 조합원 4만2479명 중 3만6208명(투표율 85.2%)이 참여했고, 이 가운데 1만9154명(52.9%)이 찬성해 가결됐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6월 18일 상견례 이후 83일 만에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현대자동차 노사 대표가 지난 6월 18일 울산공장에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상견례를 열고 있다. 사진 현대차

교섭은 쉽지 않았다. 현대차 노조는 교섭 난항을 이유로 지난 3~5일 사흘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2018년 이후 7년 만이다. 재교섭 끝에 잠정합의안이 마련되며 파업이 장기화되지는 않았다.

합의안에는 월 기본급 10만원 인상, 성과급 450%와 고정금 1580만원, 주식 30주, 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이 담겼다. 통상임금에는 명절지원금, 여름휴가비, 연구능률향상수당이 새로 포함됐다. 범위 확대에 따라 초과근로수당 등 각종 수당 산정 기준이 높아져 직원들의 실질 임금이 늘어난다. 국내 공장에서의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 양성과 차세대 파워트레인 핵심 부품 생산 추진도 포함됐다.

반면 노조가 요구한 정년 연장과 ‘주 4.5일 근무제’는 반영되지 않았다. 정년 문제는 현행 ‘정년퇴직 후 2년간 촉탁 고용’ 제도를 유지하되, 향후 법 개정 시 별도 협의하기로 했다.

현대차와 달리 기아는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기아 노사는 지난 8월 상견례 이후 12차례 협상을 진행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11일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으며, 15일에는 쟁의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오는 19일 전체 조합원 대상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예정돼 있다. 찬성률이 과반을 넘고 중노위가 조정중지를 결정하면 합법적 파업권을 확보한다.

기아 노조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영업이익 30%에 해당하는 3조8000억원 규모 성과급, 통상임금 특별 위로금 2000만원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특별 요구안으로 정년 64세 연장과 주 4일 근무제 도입도 제시했다. 노조는 역대 최대 실적에 걸맞은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사측은 노조의 요구 조건을 일부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관세 리스크와 글로벌 경기 불확실 등 부담 요인이 커지고 있어서다. 다만 현대차가 임단협을 타결한 만큼 기아도 추석 전 합의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부과 시행을 앞둔 지난 4월 1일 인천 부평구 한국GM 부평공장 모습. 연합뉴스

한국GM은 상황이 더 복잡하다. 노조는 한 달째 부분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12일 예정된 17차 교섭은 사측 요청으로 무산됐다. 노조는 이에 반발해 16일 4시간, 17~18일 6시간씩 부분파업을 예고했다.

노조는 기본급 5%(14만1300원) 인상, 당기순이익 15%에 해당하는 성과급 4136만원, 2018년 이후 양보한 임금의 원상 회복을 위한 통상임금 500% 격려금 2250만원 등을 요구했다. 또한 노조는 ‘한국GM 철수설’을 잠재우기 위한 요구안으로 직영 서비스센터 매각 철회,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생산 재개, 전기차 부품 국산화, 신규 차종 투입 등을 제시했으며, GM 본사의 명확한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김광현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현대차의 임단협 타결은 국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특히 통상임금 산정 기준 확대 부분은 아직 임단협을 진행 중인 다른 완성차 업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