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볕 좋은 가을, 태양광 남아돌아…블랙아웃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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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발전이 늘면서 올가을 전력수급 관리에 경고등이 켜졌다. 사진은 전남 신안군 안좌면에 있는 태양광 집적화 단지. [사진 신안군]

올가을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전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남아도는 게 문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6일 전남 나주 전력거래소에서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 등이 참여한 가운데 ‘가을철 경부하기 대비 전력계통 안정화를 위한 비상모의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실시간 전력 수급 파악과 발전 출력 제어, 기관 간 조치 계획 점검 등이 이뤄졌다.

정전은 전력 공급이 부족해 일어나지만, 공급이 수요를 뛰어넘어도 발생한다. 가을은 일조량이 풍부해 태양광발전이 늘지만, 올해는 최장 열흘에 달하는 추석 연휴로 전력 사용이 줄 가능성이 커졌다. 산업부는 이번 연휴 중간에 있는 추석 당일 전력 수요가 최저치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발전을 일시적으로 줄이는 출력 제어 등 조치를 진행할 계획이다. 석탄발전단지 운영을 최소화하고, 수요자원(DR·당국의 요청이 오면 전기 사용량을 늘리거나 줄이도록 사전에 약속) 제도도 필요시 활용할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급증한 태양광·풍력 설비 탓에 봄·가을마다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출력 제어량(제주도 제외)은 164.4GWh(기가와트시)로, 지난해 전체 출력 제어량(13.2GWh)의 12.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는 4인 가구가 하루 평균 300~400㎾h(키로와트시)의 전력을 사용하는 것을 고려하면 최대 1400만 가구가 하루 동안 쓸 수 있는 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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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지난해 태양광 출력 제어는 26회(7899㎿h·메가와트시), 풍력은 16회(157㎿h)에 불과했지만 올해 상반기에 이미 태양광 44회(6만4057㎿h), 풍력 37회(8249㎿h)로 전년 수치를 크게 뛰어넘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태양광뿐 아니라 원전·연료전지 등 기저 전원까지 출력 제어 지시가 내려졌을 정도다.

4월 스페인 대정전도 재생에너지 쏠림 탓
지난 4월 스페인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도 재생에너지 발전의 과도한 쏠림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스페인은 평소에도 전력 생산의 약 6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할 만큼 유럽 내 대표적인 재생에너지 강국이다. 유럽 대륙 전력망과 연결된 스페인조차 전력 수출입 조정으로 정전을 막지 못했다. 한 전력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사실상 ‘전기의 섬’이어서 정전 위험도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와중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가장 빠른 전력 공급은 태양광·풍력”이라며 “1~2년 안에 대대적으로 건설하라”고 속도전을 지시했다. 정부는 내년도 재생에너지 예산을 올해보다 50% 증액했다.

전기를 실어나를 송전망 확충이 뒤따르지 않은 것도 문제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태양광발전 설비는 2015년 2.5GW(기가와트)에서 올해 초 27.4GW로 늘었지만, 송전선로는 같은 기간 8.5% 늘어난 데 그쳤다. 전기는 10배로 늘었는데, 길은 그대로인 셈이다. 주민 반대와 환경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

올 4월 준공된 충남 북당진~신탕정(아산) 345㎸(킬로볼트) 송전선로의 경우 사업 착수 21년 만에 사업을 완료했다. 또 신한울원전과 연계된 500㎸ 동해안~신가평 초고압직류송전방식(HVDC), 345㎸ 당진화력~신송산 송전선로 사업은 사업 기간이 당초보다 각각 5년10개월, 7년10개월씩 지연되기도 했다.

대용량 송·변전 설비 근접지 지원 확대
이와 관련해 정부는 대책을 내놨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시행령’이 의결됐다. 주민·지방자치단체 지원 확대에 방점을 찍었다. 대용량 송·변전 설비 설치를 2개월 내에 합의하는 토지주에게 보상금을 최대 75% 가산해 지급하기로 했다. 대용량 송·변전 설비 근접·밀집 지역에는 기존 대비 최대 4.5배의 지원금이 나간다. 가공선로가 지나는 지자체에는 ㎞당 20억원이 지급돼 지중화 사업 등에 활용된다. 주민·토지주가 참여하는 10㎿(메가와트) 미만 재생에너지 사업에는 계통 접속비로 최대 10억원이 지원된다.

정부는 실시계획 의견 조회 기간을 30일에서 60일로 연장하고, 국무총리 주재 전력망위원회에서 갈등을 조정하도록 했다. 정부는 평균 13년이 소요되는 345㎸급 송·변전 설비 건설 기간을 9년 이내로 줄일 계획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출력 제어에 따른 전력계통 불안정이 정전 등 참사로 이어지기 전에 보상과 참여의 균형 있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다만 한국전력 부채가 206조원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보상 확대가 전기요금 인상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한편 이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 시행령도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부지 선정과 유치 지역 지원 방안 등이 담겼다. 30년 장기계획을 수립해 주민 요구 시 공청회를 열고, 부지 및 주변 5㎞ 이내 지역에 특별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중간저장시설은 2050년, 영구처분시설은 2060년 가동이 목표다. 관리위원회 직제 시행령도 함께 마련됐다. 국무총리 소속으로 신설되는 관리위는 부지 선정과 기반 조성 등 독립적 기능을 수행한다. 9차례 부지 선정 실패와 두 차례 공론화를 거친 끝에 제도적 기반을 갖췄다. 산업부 관계자는 “방폐장 확보의 첫걸음을 뗐다”며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불가피한 과제를 국민과 함께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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