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드론 “바다에 뜬 해경 위험” 신고 18분 뒤에도 살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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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영흥도 갯벌에서 고립된 노인을 홀로 구조하다 순직한 인천해양경찰서 영흥파출소 소속 이재석 경사의 사망 당시 통신 기록과 드론 영상 등이 공개되며 사고 대응이 미흡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 이 경사의 팀원들이 ‘은폐 의혹’을 제기하며 추가 논란이 일자 해경은 즉각 지휘부를 전면 교체하는 등 조치에 나섰다.

16일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양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사고 당시 재난안전통신망 녹취록 등에 따르면 이 경사는 11일 오전 2시42분쯤 “요구조자 확인했고, 입수해서 들어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바로 1분 뒤에는 “혼자 가능하겠냐, 누구라도 깨워서 보내줄까”라는 질문에 “물이 차올라 (인원이) 조금 필요할 것 같긴 하다”고 회신했다. 44분쯤부터는 “물이 한 발목정도(까지) 차오르는데 일단 가서 상봉하고 보고하겠다”고 했고, 팀장은 “어 조심해서 가”라고 회신했다. 이어 57분에는 “물이 제 허리정도 차고 있다”며 “(요구조자)구명조끼로 이동시키도록 하겠다”고 무전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

이어 약 12분 뒤인 오전 3시9분, 드론순찰대 조종사가 “바다에 떠 있는 경찰관이 위험해 보인다”고 신고했고, 파출소에서는 이보다 5분이 더 지난 3시14분쯤에야 이 경사에게 “교신 가능하면 아무 때나 연락하라”고 했다. 드론에는 이 경사가 오전 3시27분까지 두 손에 장비를 쥔 채 생존수영을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후 드론이 배터리 교체를 위해 잠시 복귀했다가 10여분 뒤 이 경사를 찾으러 갔지만, 그 사이 고인의 모습은 사라져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이 경사가 바다 위에서 30분 넘게 사투를 벌이는 동안 해경의 대응은 직원 2명을 현장에 보낸 게 전부였다. 5분 뒤인 오전 3시32분쯤 현장에 출동한 한 팀원이 “무동력으로 할 게 아니다. 동력 서프보드(모터가 장착된 보드로 수심이 얕은 곳에서 구조 활동을 펼칠 때 활용하는 장비)라도 필요할 것 같다”고 요청했지만, 파출소에서 무전을 받은 다른 팀원은 “예비키를 못 찾겠다”고도 했다. 해경 측이 다수의 규정을 어긴 정황이 드러난 데 더해 현장 대응이 늦은 부분도 나타난 셈이다.

함께 당직을 섰던 동료들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휴게시간이 끝나고 복귀했는데, 팀장이 상황에 대해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며 “드론업체의 전화를 받은 뒤에야 상황을 파악했고, 팀장과 서장은 이를 묵인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영흥파출소 상황보고서와 녹취록을 보면 이 경사가 2시43분에 요청한 현장 지원 내용이 상황보고서에 기록되지 않기도 했다. 이에 해경 관계자는 “이 경사와 팀장이 사용한 통신망은 파출소 직원들만 이용하는 채널이어서 (인천해양서) 상황실에서 빨리 대처하기 어려웠던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해경은 16일 이광진 인천해양경찰서장(총경)을 대기발령한 뒤 중부해경청으로 전보 조치했고, 이 경사가 근무했던 영흥파출소 소장(경감)과 사고 당시 당직을 섰던 팀장(경위)도 대기발령 조치했다. 중부해경청은 이재명 대통령이 “외부 독립 기관에 맡겨 엄정히 조사하라”고 지시한 데 따라 외부 전문가 6명으로 구성했던 진상조사단 활동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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