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감촉 못 잊어 2년 악몽"…강제추행 혐의 교수 &a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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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의 모습. 연합뉴스

검찰이 강제추행 혐의로 송치된 60대 명문대 교수에게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유발한 상해 혐의를 추가해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해 9월 경찰이 송치될 당시엔 강제추행 혐의를 받았지만, 피해자가 겪고 있는 정신적 피해가 ‘상해’로 판단돼 죄명이 변경된 것이다.

16일 서울동부지검은 지난 9일 연세대 전 교수 A씨(67)를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A씨는 회원만 3만여명인 국내 대형 학회장이던 2023년 11월 학회 사무국 회식 자리에서 여성 직원 B씨를 강제추행해 정신적 상해를 입힌 혐의다.

A씨는 회식 당시 B씨의 등을 쓰다듬으며 “어 (속옷이) 있네”라고 발언하고, 피해자가 술잔에서 술을 흘리자 피해자의 손을 낚아채 혀로 핥으며 추행한 혐의라고 한다. 이 사건으로 B씨에게 전치 6개월의 치료가 필요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입힌 점도 상해 혐의로 인정됐다. 검찰은 B씨가 사건 직후부터 악몽에 시달렸으며 지하철에서 남자만 봐도 움찔거리는 등의 증세를 겪다가 같은 해 12월 말 PTSD 진단을 받았다는 내용의 진단서 및 진료 기록 등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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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나쁜 손' 이미지. 중앙포토

B씨는 2년이 지난 지금도 PTSD 증세가 호전되지 않아 두 달 전 다시 휴직계를 냈다. B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직도 그때의 감촉이 잊히지 않는다”며 “어제도 밤새 악몽을 꿔 잠을 설쳤다”고 했다. 이어 “남성이 대부분인 학회에서 근무하면서 교수들의 성희롱을 비일비재하게 봐왔지만, 이건 도저히 안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며 경찰 신고를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

PTSD는 눈에 보이는 상해가 아니기에 범죄와 인과관계가 명확하고 중대한 일상 장애를 증명해야만 ‘치상’ 혐의가 인정될 수 있다. B씨의 법률대리인은 “경찰 단계에선 인정을 못 받았던 치상이 검찰에선 돼서 놀랐다”며 “피해가 결코 작지 않단 점을 수사기관도 참작한 것 같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중앙일보에 “술에 취해 그날 일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며 “하지만 동석한 사람들 이야길 들어보니 교묘하게 뒤집어씌운 것 같다”며 강제추행 혐의를 부인했다. 치상에 대해서도 “B씨가 (회식 이후) 2차 장소도 알려줬고, 잘 들어가셨냐 인사도 했다”며 “저로 인한 PTSD나 상처가 있었다곤 좀처럼 생각되지 않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별도로 B씨에 대한 학회 내부 2차 가해가 벌어져 고용노동부 서울고용노동청에서도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경찰에 신고하려는 B씨에게 동료 직원들은 “너에 대해 다 까발려져도 괜찮겠느냐”, “사람을 왜 범죄자 취급하냐”며 도리어 피해자인 B씨를 이상한 사람 취급했다고 한다. 평소 잘 지내던 직장 동료들도 갑작스레 등을 돌렸다. 일부 직원은 PTSD로 정상적 근무가 어려워 지난해 1~4월 휴직했던 B씨의 복귀 시점에 맞춰 “B씨를 해고해달라”는 징계요구서를 제출했다. B씨가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라고 주장하면서다. B씨는 “전혀 모르는 사이인 직원의 이름도 있었고, 내가 하지 않은 행동을 지어내 뒤집어씌웠다”며 “나중엔 가해자보다 2차 가해자 때문에 더 힘들었다”고 호소했다. ‘업무상 이유’라며 한직으로 근무 이동을 시키기도 했다. 이에 노동청은 지난달 2차 가해를 주도한 직원의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했고, 학회는 해당 직원에게 ‘견책’ 징계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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