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정치 자금 제공 혐의를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정점에 있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17일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에 출석했다.

한 총재는 이날 오전 9시 47분쯤 서울 종로구 KT광화문웨스트빌딩에 위치한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며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1억원을 전달한 게 맞나’ ‘김건희 여사에게 목걸이와 가방을 전달하라고 지시했나’는 등 질문에 “나중에 들으세요”라며 즉답을 피했다.

한 총재는 특검팀 소환 조사 통보에 세 차례 불응하다 체포영장 청구 가능성 등이 거론되자 이날 자진 출석하겠다고 전날 입장을 냈다. 앞서 특검팀은 한 총재 측에 지난 8일, 11일 그리고 15일을 소환 조사일로 통보했다.

한 총재는 특검팀이 지정한 날짜에 출석하지 않고 이날 출석한 이유에 대해 “내가 아파서 그랬다. 수술받고 아파서”라고 말했다. 한 총재는 특검 사무실에 입장하며 통일교 관계자의 부축을 받았다. 한 총재는 그간 심장 시술에 따른 건강상 문제를 이유로 특검팀 조사에 불응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강정현 기자

한 총재는 윤영호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과 공모해 전날 구속된 권 의원에게 2022년 1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20대 대선을 앞두고 통일교 지역 조직 간부를 통해 국민의힘 중앙당과 당시 국민의힘 현역 의원에게 2억1000만원을 전달한 혐의도 있다.

한 총재는 2022년 4~7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 측에 그라프 목걸이, 샤넬 가방 2개 등 총 8293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도 받는다. 관련해 특검팀은 한 총재가 교단의 정교일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등에게 접근했다고 판단했다.

윤 전 본부장은 특검팀 조사에서 통일교 현안을 당시 여권 인사들에게 청탁하며 금품을 제공하는 과정에 있어 한 총재 등 윗선 승인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같은 내용은 윤 전 본부장 공소장에도 담겼다. 다만 한 총재 등 통일교 측은 해당 의혹과 관련해 윤 전 본부장 개인의 일탈일 뿐 교단 차원의 개입은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김건희 특검팀 김형근 특검보가 지난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 입장하고 있다. 뉴스1

특검팀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한 총재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김형근 특검보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특검은 오늘 오전 10시부터 한 총재에 대한 피의자 심문을 진행 중”이라며 “특검은 향후 이 사건을 법에 정해진 원칙과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한 총재가 소환 조사 통보에 세 차례 불응한 점을 지적했다. 김 특검보는 “금일 조사는 피의자가 특검의 3회에 걸친 통보에 불응하고 공범의 구속 여부를 지켜본 후 임의로 자신이 원하는 일자를 선택해 특검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특검에 출석하며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공범은 권 의원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