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팩플] 민간 제작 누리호, 첫 리허설 실시…뉴스페이스 시대 ‘예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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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발사를 앞둔 누리호 4차 발사체가 26일 WDR(웻드레스 리허설)을 진행 중에 있다. 사진 우주항공청
16일 오후 KTX 순천역에서 차로 한 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조립동에서 발사대로 이어진 이송로를 5분가량 오르자, 오는 11월 발사를 앞둔 누리호 4차 발사체 ‘FM 4’가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높이 47.5m의 FM 4는 이날 오전 조립동을 떠나 발사대로 옮겨졌다. 발사체에 가까이 갈수록 내부 압력을 유지하기 위해 주입되는 공기 때문에 ‘윙~’ 하는 소리가 커졌다. 동서 300m, 남북 200m로 약 6000㎡ 면적 발사대 구역 내에서 직접 발사체를 살펴보니, FM 4는 세워진 상태로 연료와 전력을 공급하는 엄빌리컬(‘탯줄’을 의미) 타워에 연결돼 있었다. 발사 두 달을 남기고 진행되는 사전 시험 ‘WDR’(Wet Dress Rehearsal)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었다.
WDR이 뭔데
WDR은 액체 연료와 산화제 등 실제 추진제를 주입하는 ‘추진제 충전 및 배출 사전 시험’을 말한다. 엔진 점화 없이 발사 직전 상태까지만 재현하는 절차다. 탑재 예정인 위성을 싣지 않고, 일부 화약류도 장착하지 않은 채 발사체 자체로만 WDR을 진행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박종찬 한국형발사체고도화사업단장은 “영하 183도 극저온 추진제를 주입하면 (발사체 주재료인) 금속이 수축하는 등 상온에서는 볼 수 없는 변화가 생길 수 있어, 실제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WDR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FM 4는 조립·이송·엄빌리컬 타워 연결까지 마쳤다. 다만, 헬륨 공급라인 누설로 인해 산화제를 주입하는 본시험은 18일로 연기됐다. 이에 대해 우주항공청 측은 “WDR을 수행하는 목적이 이런 문제가 있는지 사전에 모두 점검하고자 하는 것”이라면서 “발사체 자체엔 전혀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조립동에서 발사대로 이송을 준비 중인 누리호 4차 발사체. 이번 발사부터 민간 체계종합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작 전 과정을 주관한다. 사진 우주항공청
무슨 의미야
누리호 발사 프로젝트에서 WDR을 진행한 것은 2021년 첫 발사 이후 이번 4차 발사가 두 번째다. 2차(2022년)와 3차(2023년)에선 생략됐다. 다시 WDR을 실시한 이유에 대해 항우연은 기존 항우연 주도 제작 방식에서 벗어나, 제작 전 과정을 민간 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맡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단장은 “FM 4는 체계종합기업 주도로 제작된 첫 발사체로, 기존과 다른 제작 구도뿐 아니라 장기간의 공백(2023년 5월 3차 발사 이후 2년 6개월간 만)까지 있었던 만큼 돌다리도 두드려보자는 취지에서 WDR을 하게 됐다”며 “향후 5·6차 발사에서는 WDR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왜 중요해
이번 누리호 4차 발사는 한국형 발사체 개발의 주도권이 공공에서 민간으로 넘어가는 ‘뉴스페이스 시대’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1~3차 누리호는 항우연 중심으로 개발됐지만, 4차부터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참여업체 관리부터 단조립, 전기체 조립 등 발사체 제작 전 과정을 주관하기 때문이다. 다만, 발사 자체는 여전히 항우연이 주관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참여하는 형태다. 내년과 내후년 예정인 5·6차 발사에서는 점진적으로 민간의 참여 범위를 확대할 전망이다. 이번 발사는 우주항공청 출범 이후 첫 발사이기도 하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전환하는 출발점으로, 민간이 우주수송 역량을 기반으로 자유롭게 활동하는 우주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앞으로는
누리호 4차 발사는 11월 말쯤으로 예상된다. WDR 점검 결과를 분석해 오는 26일 발사관리위원회 회의에서 최종 발사일을 확정한다. 발사체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차세대중형위성 3호가 주탑재되며, 국내 기업·대학·연구기관에서 제작한 큐브위성 12기도 함께 실린다. 총 1050㎏의 위성을 싣고 고도 600㎞까지 올라가, 항상 같은 지역을 같은 시각에 지나는 태양동기궤도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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