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금통위 “집 대출 묶어도 현금부자 움직여”…한은, 금리 인하 신중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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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규제에도 사그라들지 않는 부동산 가격 상승세와 가계 부채 문제로 한국은행 내에서 기준금리 인하 ‘신중론’이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17일(현지시간) 올해 처음으로 금리를 낮추는 것이 유력하다. 역대 최대 한·미 금리 차(상단 기준 2%포인트)가 줄며 기준금리를 내릴 여지가 생겼다.

하지만 지난달 금리 동결을 결정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회의록에는 ‘경계심’이 가득했다. 한 금통위원은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여전히 높은 데다, 수급 불안에 대한 우려도 남아 있다”며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부채가 추세적으로 안정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또 다른 위원은 “과거 대책 발표 이후에 비해 높은 주택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 등 아직 금융 불균형의 추세적 안정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짚었다. 다른 위원은 “서울과 수도권의 공급 제약, 실거주 수요, 국내외 금리 인하 기대로 인한 추가적인 투자 수요가 계속 존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음달 기준금리 동결에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부동산에 대한 기대심리는 단기간에 해소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의 자금조달계획서 등 7월 중 주택거래를 분석한 결과 서울 주요 선호지역에서 금융회사 대출이나 임대보증금 없이 현금 등 순수 자기 자금을 활용한 거래 비중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는 한은 관련 부서의 분석도 공개됐다. 이른바 ‘현금부자’들의 부동산 수요가 여전하다는 우려로 풀이된다. 한은은 “주택시장의 가격 상승 기대, 가격 상승률, 거래량이 기조적으로 낮아지고 상당 기간 지속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위해 정부의 실효성 있는 공급 대책 마련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16일 모교인 서울대에서 열린 특강에서 “0.25%포인트 인하를 한두 달 미뤄도 경기를 잡는 데 큰 영향이 없지만, 인하 시그널로 서울 집값이 오르면 더 큰 고생을 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달 금리 동결은) 유동성 공급으로 부동산에 불을 지르지 않겠다는 철학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KB증권은 “모든 금통위원들이 부동산 가격에 대한 경계심을 보여주고 있고,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며 “연내 추가 인하가 없을 가능성도 열어놔야 한다”고 분석했다.  “추석 이후 부동산 대책이 발표될 경우 한은은 정책 공조 측면에서 추가 인하 시점을 내년 초까지로 미룰 가능성도 있다”는 게 KB증권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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