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우리말 바루기] ‘뒤치닥거리’를 할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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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3년 내내 노력을 기울여 온 건 학생들뿐만이 아닐 것이다. 뒷바라지에 전념한 부모들 또한 그 노력이 이루 말할 수 없을 테다. “이제 곧 아이의 뒤치다꺼리가 끝난다고 생각하니 시원섭섭하다” “아이 뒤치닥거리를 어서 끝내고 내 인생을 찾고 싶다”고 호소하는 학부모가 많다.

‘일을 치러 내는 일’ ‘남의 자잘한 일을 보살펴서 도와주는 일’ 등을 나타내는 말로 ‘치다꺼리’가 있다. 그런데 이를 ‘치닥거리’로 쓰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우리말은 원래의 형태를 밝혀 적는 경우가 많아 ‘치다꺼리’가 ‘치닥거리’를 소리 나는 대로 쓴 잘못된 표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바른 표현은 ‘치다꺼리’다.

의존명사인 ‘거리’는 ‘마실 거리’ ‘일할 거리’ 등에서와 같이 어미 ‘-을’ 뒤에 쓰여 어떤 행동을 하는 데 쓰이는 대상이나 소재를 가리킨다. 또 ‘반찬거리’ ‘이야깃거리’ 등에서처럼 일부 명사 뒤에 붙어 ‘재료’ ‘대상’ ‘소재’의 뜻을 나타내기도 한다.

따라서 의존명사 ‘거리’가 붙어 ‘치닥거리’라는 단어가 만들어지려면 ‘치닥’이라는 낱말이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말에 ‘치닥’이라는 단어는 없다. 어원이 불분명한 말은 그 원형을 밝히지 않고 소리 나는 대로 적는 게 원칙이므로 ‘치닥거리’가 아닌 ‘치다꺼리’를 표준어로 삼은 것이다.

그러므로 ‘뒤’와 결합할 때에도 ‘뒤치닥거리’가 아닌 ‘뒤치다꺼리’라고 해야 바른 표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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