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강버스 첫날, 인파 몰렸다…지옥철 시달렸던 직장인 반응은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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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송파구 잠실선착장에서 시민들이 한강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문희철 기자

18일 오전 11시 서울 송파구 잠실2동 한강버스 잠실선착장. 한강버스남산서울타워호가 첫 출항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 선박의 정원은 199명이지만 출발 시점에 250명 이상이 몰려 일부는 탑승하지 못했다. 예상보다 많은 인파가 몰려들자 한강버스 관계자는 이미 탑승권을 발권한 승객들이 다음 배를 탈 수 있도록 번호표를 별도로 나눠주기도 했다.

서울 중랑구에 사는 박점자(69) 씨는 “10시 40분에 잠실선착장에 도착했는데 (정원 초과로) 탑승하지 못했다”며 “인천(월미도)·부산에서 종종 배를 타봤는데 서울에서도 배를 탈 수 있어 상당히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식 운항 돌입한 한강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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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 753번에서 내리면 곧장 보이는 풍경. 여의도선착장이 정면에 보인다. 문희철 기자

서울시가 선보인 새로운 교통수단 한강버스가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탑승한 시민들은 기대보다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주류였다.

친구와 함께 강서구 마곡선착장에서 첫차를 타고 같은 날 오후 1시 7분 잠실선착장에 도착한 30대 남성은 “여의도로 출근하는데 보통 출근 시간엔 김포공항에서 먼저 탄 사람들이 많아 앉아서 갈 수 없다”며 “마침 쉬는 날이라 앞으로 한강버스를 이용하면 어떨지 타봤다. 커피 한잔하면서 하루를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아 빨리 출근시간대에도 운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한강버스는 오전 11시부터 운행을 시작했지만, 다음 달 10일부터는 오전 7시부터 운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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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버스 공식 홈페이지는 여의도역에서 여의도선착장까지 연계버스를 잘못 안내하고 있다. 문희철 기자

하지만 출퇴근용으로는 부적합할 것 같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홍모(62)씨는 “다른 빠른 교통수단이 얼마든지 있는데 굳이 출퇴근에 이용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압구정선착장에서 탑승한 여모(28)씨도 “전반적으로 좋긴 한데 출퇴근용으론 힘들 것 같다”며 “다만 급행을 운영하면 기대해볼 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재섭 서울시 미래한강본부 한강수상활성화 부장은 “아침에 20~30분 늦는 게 직장인들에겐 굉장히 큰 시간일 수 있기 때문에 빠듯하면 지하철이 나을 수 있다”며 “다만 아직 출근시간대 운행을 시작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그전에 정시성 등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환승할인도 가능했다. 지하철·버스를 이용한 뒤 여의도선착장에서 티머니 단말기에 카드를 찍으면 일단 1500원을 과금한다. 여기서 뚝섬선착장까지 이동하면 추가 요금 300원이 더 붙는다. 지하철(1550원)·시내버스(0원·환승할인)를 포함해 총 3350원이다. 한강버스만 단독으로 이용할 경우 이동 거리와 무관하게 성인 기준 이용요금은 3000원이다.

한강버스 현장 확인을 위해 여의도선착장을 방문한 티머니 관계자는 “환승할인을 적용할 경우 수도권 거리비례제에 따라 지하철·버스와 동일하게 10㎞까진 추가 요금을 징수하지 않고, 이후 5㎞를 초과할 때마다 100원씩 추가로 징수한다”고 설명했다.

방글라데시·독일 등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들도 다수 보였다. 독일인 빈 슈르츠 씨는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왔다”며 “배에서 보는 롯데타워 등 한강 전망이 너무 좋았고 한 번 더 타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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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버스 여의도선착장 3층에 입점한 스타벅스 내부. 거대한 통창으로 한강을 내려다볼 수 있다. 문희철 기자

한강버스는 교통카드로 탑승이 가능하지만, 선착장에서 만난 대부분의 시민은 키오스크에서 3000원을 지불하고 종이 티켓을 발권하고 있었다. 20대 시민은 “교통카드가 있지만, 혹시 몰라 별도로 티켓을 발권했다”며 “이미 11시 차는 놓쳐서 다음 차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첫차처럼 잠실선착장에서 만석일 경우 그다음 선착장인 뚝섬선착장에서 기다리던 승객은 탑승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잠실에서 빈 차가 올 때까지 계속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다. 이날 잠실선착장에서 12시 30분에 출발한 두 번째 차는 199석 중 150여명이 탑승해 자리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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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한강버스에 탑승한 오세훈 서울시장. 문희철 기자

첫차 17~18분 운행 지연…환승 할인 적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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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버스 여의도선착장 1층에서 판매 중인 서울 굿즈. 한강버스와 케이팝 데몬 헌터스 관련 상품을 전시했다. 문희철 기자

운행 지연도 발생했다. 오전 11시에 마곡에서 출발한 한강버스는 원래 오후 1시 7분까지 잠실에 도착해야 했지만, 실제 도착 시각은 1시 25분이었다. 잠실에서 마곡으로 이동한 한강버스 첫차도 17분 지연 도착했다.

운행 첫날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한강버스 선착장에 입점한 편의점·라면 가게는 다음 차를 기다리는 승객으로 붐볐다.  이날 한강버스의 운행 간격은 1시간~1시간 30분이었다. 잠실선착장에서 첫차를 놓친 시민들은 2층 라면 가게에서 가볍게 한 끼를 해결하거나 3층 커피숍에서 한강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셨다.

선착장 1층에서 판매 중인 서울시 기획 상품(굿즈·goods)을 사는 시민들도 있었다. 이곳에선 서울을 배경으로 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에 등장한 서울시 관련 제품을 판매 중이다.

일부 시민들은 한강버스 선착장 안내와 접근성을 지적했다. 서울 구로구 개봉동에서 사는 최종표(87)씨는 “(잠실선착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광나루역인 줄 알고 왔다가 1시간 이상 걸어서 (잠실선착장에) 도착했다”며 “시민들에게 잠실새내역이 더 가깝다고 보도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접근성이 좋은 선착장도 있다. 예컨대 여의도선착장은 여의도역 5번 출구에서 시내버스 753번을 타면 약 5분 만에 여의나루역에 도착한다.

한강버스 홈페이지에 일부 연계 버스가 잘못 안내되어 있었다. 홈페이지는 여의도역 5번 출구에서 162번·261번 버스 탑승을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162번은 여의도역에서 국회의사당으로 갔다가 다시 여의도역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에 여의나루 방면으로 운행하지 않는다. 또 261번 버스는 여의나루역으로 이동은 가능하지만, 동여의도 좌측 끝에서 우측 끝까지 리을(ㄹ) 형태로 지나쳐 간다. 버스를 타면 걸어서 가는 것보다 더 오래 걸린다. 이에 대해 진재섭 부장은 “빠르게 홈페이지를 수정하겠다”고 말했다.

첫날 한강버스 운행 상황에 대해 김창환 서울시 미래한강본부 한강사업추진단장은 “예기치 못한 수요가 몰리면서 대응이 다소 미비한 부분이 있었다. 일주일 정도 운영하면서 실수요를 파악한 뒤 이에 대응할 수 있도록 예비선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잔여 좌석이나 선착장 혼잡도를 보여주는 카카오지도·네이버맵 상 한강버스 운항정보 표출 기능의 정확도를 보다 높여 보다 안정적으로 한강버스를 운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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