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독해진다, 지구의 복수

본문

17582123725638.jpg

급성가뭄 늘어나고, 수온 4~5도 오르고, 소나무 에이즈 북상.

“우리나라는 바다와 대기 모두 지구 평균보다 최소 두 배 이상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폭염의 증가 속도도 빠를 수밖에 없습니다”

기후과학자인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올여름 기록적인 더위의 원인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를 포함한 국내 112명의 과학자는 “온난화가 더욱 심화되면서 폭염·집중호우 등 기상재해가 더 강하고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5년 동안 발표된 2000여 편의 논문·보고서를 분석해 내린 결론이다.

17582123727646.jpg

차준홍 기자

환경부와 기상청은 이런 내용을 담은 ‘한국 기후위기 평가보고서 2025’를 18일 발간했다. 최근 기후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건 다양한 과학적 데이터로 입증되고 있다. 1912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기온은 10년마다 0.21도씩 올랐다. 1912~2017년까지 0.18도 올랐다는 걸 고려하면 최근 7년간(2018~2024년) 온난화 추세가 강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최근 2년 동안 한반도 연평균 기온이 각각 14.5도(2024년), 13.7도(2023년)로 역대 1, 2위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현재(2000~2019년) 연평균 8.8일인 폭염일수가 온실가스 감축 정도에 따라 가까운 미래(2021~2040)에는 16.8~17.8일로 두 배, 먼 미래(2081~2100)에는 24.2~79.5일로 최대 9배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홍수와 가뭄의 위험도 커질 것으로 분석됐다. 여름철 집중호우의 강도가 증가하는 등 비의 양상이 점차 극단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특히 ‘폭염형 급성가뭄’이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급성가뭄은 고온으로 증·발산하는 물이 증가하면서 급격하게 발생하는 가뭄이다. 최근 강원 강릉에서 나타난 가뭄이 대표적인 급성가뭄이라는 분석도 있다.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심각하다. 외래종 침입이 대표적이다. 최근 항만 등에서 발견되고 있는 붉은불개미는 정착할 경우 기후변화로 인해 내륙으로 점차 확산할 것으로 예측됐다. 기후 적합성이 높은 지역이 현재 5개 지역(14%)에서 2060년 25개 지역(74%), 2100년 34개 지역(97%)으로 점차 증가하기 때문이다. 붉은불개미는 맹독성 해충으로 꼬리의 독침에 찔리면 심한 통증과 가려움을 유발한다.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소나무재선충병도 매개충이 점차 북쪽으로 확산하면서 경제적 피해가 가중될 것으로 전망됐다.

바다의 온난화는 한층 심각하다. 우리나라 주변 바다 표면 수온은 1968년부터 2023년까지 1.44도 올라 지구 평균 상승 폭(0.7도)을 2배 이상 웃돌았다. 고수온으로 인해 수산업은 최근 14년간(2011~2024년) 3472억 원의 누적 피해가 발생했다. 보고서는 2100년까지 우리나라 주요 양식밀집해역의 수온이 4~5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민 횟감’으로 불리는 우럭(조피볼락)은 한계 수온이 28도일 정도로 찬물을 좋아해 양식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한인성 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장은 “고수온에 취약한 조피볼락을 대체할 수 있는 품종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4,529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