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봉준호의 제언 “스토리텔링으로 관객 매료, 본질은 불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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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글로벌 미디어 컨퍼런스’에 참석한 봉준호 감독. 전민규 기자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보다 극장이 사랑스러울 수밖에 없죠. 보는 사람이 ‘일시 중지’ 버튼을 누를 수 없잖아요. 그런데 이제 세상이 바뀌었어요. 빠르게 달리는 지하철 안에서도 핸드폰으로 영화를 봐요. 이제 창작자는, 너무나 재밌어서 ‘도저히 중지 버튼을 누를 수 없는’ 영화를 만들어야 해요. 극장의 환경, 구조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요.”
18일 열린 ‘글로벌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봉준호 감독이 한 말이다. 그는 대담자인 마크 톰슨 CNN 최고경영책임자(CEO)가 “넷플릭스 등 OTT가 나오며 사람들이 극장에 가지 않는다”고 지적하자 이렇게 답했다.
이날 컨퍼런스의 주제는 ‘혼돈의 시대, 경계를 넘는 혼종’. ‘이름이 곧 장르’가 된 봉 감독에게 딱 맞는 주제였다. 그의 작품은 한 가지의 장르, 정서, 기법으로 설명할 수 없다. ‘괴물’에선 전형적인 괴수 영화의 서사와 가족 드라마, 신랄한 사회 풍자를 함께 담았고, ‘기생충’에선 코미디와 스릴러, 공포물을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장르뿐 아니다. 2017년 봉 감독은 국내에선 최초로 넷플릭스가 제작에 참여한 영화 ‘옥자’를 연출하며 유통 플랫폼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도 유연한 행보를 보였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해 봉 감독은 “TV, 인터넷, 케이블, 스트리밍 등 영화를 위협하는 도전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고 그때마다 영화는 구시대의 산물인 것으로 취급됐다”며 “하지만 스토리텔링으로 관객을 매료시킨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 마케팅을 위해 마케터나 배급자들이 늘 내 작품이 어떤 장르인지 물어보는데 그때마다 한마디로 대답하지 못하는 고충을 겪고 있다”면서 “(장르가 불분명한) 이런 특징이 내 영화의 강점이다”고 했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AI(인공지능)에 대해서는 “흥분되기도, 두렵기도 한 존재”라고 했다. 그는 “영화 ‘미키 17’에서 한 화면에 두 미키(로버트 패틴슨)가 나오는 장면을 만들기 위해 AI의 도움을 받았다”며 “기술이 어떻게 인간성을 위협하는지 보여주는 영화에서조차 AI를 도구로 사용하는 게 우리가 처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톰슨 CEO는 대담 내내 “‘괴물’을 봤을 때의 신선한 충격을 잊을 수 없다” “봉 감독은 나의 영웅”이라며 ‘팬심’을 드러냈다. 봉 감독은 “CNN 역시 가짜뉴스의 위협을 받지 않느냐” 등 언론이 처한 위기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봉 감독이 “새로 만들 영화 속 뉴스 리포팅 장면에 CNN 로고를 쓰게 해달라”고 요청하자 톰슨 CEO가 즉석에서 “하겠다”고 수락하며 객석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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