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초 럭셔리 화장품 선보인 루이 비통의 전략 [더 하이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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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루이 비통이 화장품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지난 8월 말 공개된 첫 메이크업 라인 ‘라 보떼 루이 비통(La Beauté Louis Vuitton)’은 단순한 제품군 확대를 넘어 루이 비통을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확장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뷰티 시장에 도전한 루이 비통 #세계적 거장들과 함께한 협업 #서울 도산 팝업, 아시아 유일 #프리미엄 뷰티 격상된 위상

루이 비통의 첫 화장품 '라 보떼 루이 비통'. 사진 루이 비통
뷰티 컬렉션은 루이 비통의 이니셜 LV에서 착안한 55종의 립스틱과 10종의 립밤, 8종의 아이섀도우 팔레트로 구성됐다. 단순히 색조 제품을 내놓는 데 그치지 않고, 브랜드의 세계관을 일상에서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매개체로 만들었다.
패션 브랜드의 화장품 확장은 기존에도 있었지만, 루이 비통의 진입은 다른 차원의 의미를 지닌다. 가방과 패션, 주얼리에 이어 향수로 확장한 경험을 가진 만큼, 이번 화장품 라인 역시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세계관을 확장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아트 오브 트래블(Art of Travel)’을 모토로 삼아온 루이 비통은 이제 ‘아트 오브 뷰티’를 새롭게 제시하며 또 다른 고객 경험을 구축하려 한다.
예행·패션 정체성 그대로 담아
루이 비통 화장품은 여느 럭셔리 브랜드의 뷰티 컬렉션과는 다른 길을 걷는다. 먼저 패션과 여행이라는 브랜드의 근본을 뷰티 영역에 적용한 점이 눈에 띈다. 단순히 화장품만 내놓는 것이 아니라, 이를 담는 전용 가방과 트렁크, 가죽 소품까지 함께 선보이며 뷰티를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경험으로 확장했다.

지금 가장 주목 받는 아티스트로 꼽히는 산업 디자이너 콘스탄틴 그리치치가 디자인한 '라 보떼 루이 비통' 컬력션을 위한 가죽 제품들은 5개의 립스틱이 들어가는 작은 가방, 여행용 화장품 케이스 등으로 브랜드의 정체성을 제대로 드러낸다. 사진 루이 비통
이 작업은 독일 출신 산업 디자이너 콘스탄틴 그리치치(Konstantin Grcic)가 맡았다. 그는 세계 디자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받는 디자이너다. 1999년 발표한 작품 ‘메이데이(Mayday)’ 램프로 ‘디자인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콤파소 도로(Compasso d’Oro) 상을 받았고, 2004년 선보인 ‘체어 원(Chair_ONE)’은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영구 소장됐다. 그는 흔한 생활용품에 건축적 구조미와 실용성을 결합해 디자인 오브제로 끌어올리는 작업으로 유명하다.
루이 비통의 화장품 역시 그의 손길을 통해 독립적인 작품으로 완성됐다. 여행용 트렁크에서 영감을 받은 배니티 트렁크(Vanity Trunk)와 나이스 뷰티 케이스(Nice Beauty Case) 같은 화장품 전용 케이스에는 브랜드의 장인정신과 여행 철학이 고스란히 담겼다. 화장품 패키지는 알루미늄과 황동 소재를 활용해 내구성을 높이고, 플라스틱 사용은 최소화했다. 내용물을 리필할 수 있는 구조는 립스틱, 아이섀도 등 메이크업 제품 전반에 적용돼 브랜드가 추구하는 지속가능성 철학을 구현했다.

루이 비통의 상징물들이 아름답게 새겨진 라 보떼 루이 비통의 립스틱들. 사진 루이 비통
또 세계적인 메이크업 아티스트 데임 팻 맥그라스(Dame Pat McGrath)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합류해 제품의 발색, 질감, 감각적 사용 경험을 완성했다. 그녀의 참여는 루이 비통의 화장품을 단순한 색조 제품이 아닌, 예술적 영감과 브랜드 철학이 결합한 하나의 퍼포먼스로 끌어올렸다.
서울 도산에서 열린 첫 무대
루이 비통의 화장품 출시는 글로벌 시장에 새로운 경쟁 구도를 형성한다. 이미 에르메스가 립스틱과 블러셔로 성과를 거뒀고, 샤넬과 디올은 오랜 시간 뷰티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지켜왔다. 루이 비통의 합류는 이 판도를 흔들 잠재력을 지니며, 프리미엄 시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소비층을 창출할 가능성이 크다.
치열한 경쟁 속에 모습을 드러낸 라 보떼 루이 비통은 럭셔리 뷰티 시장에서 자신만의 독창성을 강조한다. 특히 다른 럭셔리 브랜드의 화장품보다 한 단계 위의 프리미엄 포지셔닝을 명확히 설정했다. 이를 통해 메이크업 제품이 단순한 ‘스몰 럭셔리’에 머무르지 않고, 브랜드 전체 이미지를 격상시키는 전략적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인근에 위치한 루이 비통 도산 스토어에서는 지금 '라 보떼 루이 비통'의 아시아 최초 팝업이 열리고 있다. 사진 루이 비통

라 보떼 루이 비통의 제품들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는 팝업 내부. 사진 루이 비통
특히 서울 강남 도산공원 인근에 문을 연 루이 비통 도산 팝업스토어는 이번 컬렉션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으로 주목된다. 총 3개 층 규모로 구성된 이 팝업에서는 라 보떼 루이 비통 전 제품과 뷰티 트렁크 라인을 전시한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서울에서만 운영되는 팝업스토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며, 글로벌 럭셔리 뷰티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메이크업 제품은 명품을 가장 작고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스몰 럭셔리’다. 루이 비통은 이를 한 단계 더 고급화해 단순한 화장품이 아닌 브랜드 철학을 소유하는 경험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소비자는 립스틱 하나만 구매해도, 루이 비통의 예술성과 혁신성을 일상 속에서 체험할 수 있다. 앞으로 루이 비통이 풀어야 할 과제는 이 프리미엄 포지셔닝을 어떻게 지속해서 강화하느냐다. 제품의 품질과 감각적 스토리텔링,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바탕으로 화장품을 ‘작은 사치’가 아닌 브랜드 전체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오브제로 발전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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