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SNS에서 받는 위로, 너무 잘 안다”…뷰티 인플루언서 출신 작가의 소설 『J가 죽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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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만 팔로워의 인플루언서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하고 말하며, 행동할까?" 인플루언서로 활동했던 리안 장 작가는 이런 질문을 안고 소설을 썼다. 사진 오리지널스

수많은 사람이 나의 일상에 “좋아요”를 누르고, 먹고 마시는 평범한 일도 광고가 된다. 겉보기에 설레고 기쁠 것만 같은 SNS 인플루언서의 삶. 그러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고 어필해야 하는 만큼 명암이 확실하다.

‘오리지널스’ 첫 외국서 저자 리안 장 서면 인터뷰

연예인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일상을 적극적으로 올리며 구독자들과 소통한다는 것. 춤과 노래, 연기를 하지 않아도 돼 진입장벽도 낮다. 이들은 스스로 상품이 되어 자신을 마케팅하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그런데 만약 나와 똑같이 생긴 쌍둥이가 인플루언서라면, 그것도 어린 나이에 입양되어 너무나도 다른 삶을 살고 있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 인플루언서 출신 작가 리안 장(25)의 장편 소설 『J가 죽었대』(오리지널스)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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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의서재의 출판 브랜드 '오리지널스'가 출간한 『J가 죽었대』 표지사진. 사진 오리지널스

인플루언서의 명암을 스릴러로 담아낸 『J가 죽었대』는 독서 플랫폼 KT밀리의서재의 출판 브랜드 ‘오리지널스’에서 처음 공개하는 외국책이다. 밀리의서재 관계자는 “전자책과 종이책은 대립하는 성질의 것이 아니고, 상호보완적으로 독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며 “(양쪽 모두를 통해) 좋은 IP를 발굴하고 다양한 콘텐트로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리지널스’는 2023년 첫 종이책을 출간했다.

『J가 죽었대』는 지난달 6일 출간 직후 증쇄가 확정되며 화제성을 입증했다. 미국 현지에선 출간과 동시에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출간 전부터 미국의 제작사 소니 픽처스에서 영상화가 확정됐다. 신인 작가의 첫 장편 소설은 어떻게 동시대 독자들의 공감을 샀나. 지난 2일, 리안 장 작가에게 서면으로 답을 받았다. 답변은 김영옥 번역가가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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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안 장 작가는 중국계 캐나다인이다. 밴쿠버와 토론토를 오가며 지내는 그는 토론토대학교에서 범죄학과 심리학을 전공했다. 사진 오리지널스

인플루언서로서의 경험이 있다고.  

“그렇다. 열여섯 살 때 여드름으로 고생하면서 스킨케어 여정을 기록하려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놀랍게도 1~2년 만에 팔로워가 2만명이 넘었다. 홍보 상품이 밀려들고, 협찬 계약을 체결하기도 하며 여러 브랜드 이벤트에도 초대되는 경험을 했다. 그때 업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비공개 인플루언서 단톡방에 초대됐는데, 은연중에 특권의식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많더라. 이후에 토론토대에서 심리학과 범죄학을 전공하려 인플루언서를 그만뒀지만, 단톡방에서의 대화가 씁쓸하게 기억에 남았다.”

첫 장편 소설인데, 한국에서 번역된 소감을 들려달라.  

“아시아 언어로 번역, 출간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인) 주인공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볼 수 있을 동아시아 독자들이 이 책을 읽는다는 사실이 특별하게 느껴진다. 소설 속 신분을 바꾸는 설정에 영감을 받은 것도 한국 드라마 ‘넌 내게 반했어’(2011)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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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국 소설의 번역본도 자주 읽는다"고 답했다. 『파친코』를 쓴 한국계 미국 소설가 이민진은 그가 존경하는 작가다. 사진 오리지널스

중국계 캐나다인으로서의 삶도 작품에 녹아있나.  

“그렇다. SNS상에서 보이지 않는 교차적인 요인을 탐구하는 데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를 위해 인종과 계층이라는 주제를 주인공의 여정 전반에 드러냈다. 특히 인플루언서 세계에서 중국인 여성이 어떤 소외감을 느끼는지, 그와 달리 백인 사회에 잘 녹아드는 동아시아인은 어떤 결과를 낼 수 있는지를 탐구하고 싶었다.”

현시대 SNS의 특성을 소설에 녹여낸 바 있다면.  

“(인플루언서로서) 온라인에서 연결감과 우정을 발견하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소셜미디어를 통해 얼마나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는지 직접 겪었다. 그 경험과 감정의 일부를 녹여냈다. 인물을 만들 때는 각 인플루언서가 사용하는 앱을 의도에 맞게 설정했다. 플랫폼마다 적합한 콘텐트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젊은 세대에게 가장 인기 있는 앱이 틱톡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빠른 콘텐트와 무심히 넘기는 스크롤이 젊은 세대의 과도하게 자극받은 뇌를 충분히 사로잡을 만큼 매력적이다.”

소설은 ‘시대가 반영되는 장르’다. 『J가 죽었대』는 동시대 독자들에게 어떻게 읽히기를 바라나. 

“이제 온라인은 현대인에게 새로운 모임의 공간이 됐다. 복잡하고 중독적인 만큼 우리가 그걸 헤쳐나갈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SNS를 적당히 사용하는 것이지만, 나는 이 책이 독자들에게 인터넷을 한입 머금은 듯한 느낌으로 다가갔으면 좋겠다. 휴대폰을 집어 드는 대신 페이지를 한장 더 넘길 만큼 이 책이 재미있기를 바란다.”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 몇 편의 소설을 동시에 작업 중이다. 스릴러와 공포 장르는 유지하려 한다. 실화 범죄 팟캐스트, 스토커, 90년대 홍콩 영화계를 다룬 역사적 회고물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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