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전기요금도 버거운 취약계층, 체납 가구 4년새 두 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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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서울 영등포 인근 주택가의 전기계량기 모습. 연합뉴스
전기료 인상 등의 영향으로 요금을 제때 내지 못한 취약계층이 4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바우처 같은 지원 정책이 있지만, 가계 부담에 따른 체납을 막기 어려운 상황이다.
19일 더불어민주당 박지혜 의원이 한국전력공사·한국에너지공단 등에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기요금 복지할인 가구 중 요금 체납 가구(월평균)는 2020년 2만 4591호에서 지난해 4만 6852호로 늘었다. 4년간 증가율은 90.5%에 달한다. 올 상반기엔 5만 2992호로 더 증가했다. 전기요금 복지할인 가구는 한전이 자체 요금 할인을 적용하는 기초수급자·장애인·국가유공자 등 취약계층을 말한다.
지난해 12월 전체 복지할인 가구가 153만 9998호인 걸 고려하면, 이들 가구의 3% 안팎은 전기료를 제대로 납부하지 못 하는 셈이다. 요금 납부의 '질'도 나빠지는 양상이 뚜렷하다. 2020년 168일이던 평균 체납 기간은 지난해 들어 188일로 길어졌다. 각 체납 가구마다 평균적으로 6개월 넘게 전기료가 밀려있다는 의미다.
평균 체납 기간 6개월, 전기료 인상 등 영향

김영옥 기자
한전은 이들 가구의 요금을 일반 가구 대비 월 수천 원에서 수만 원씩 깎아준다. 그런데도 체납 가구가 많아진 동시에 기간까지 늘어난 건 22~23년 집중적으로 이뤄진 전기료 인상과 경기 악화·물가 상승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가정용 전기요금이 마지막으로 인상된 23년 5월을 전후해 복지할인가구의 부담이 크게 늘었다. 변경 후 1년(23년 5월~24년 4월) 가구당 월평균 요금은 3만 2216원으로 이전 1년(22년 5월~23년 4월)보다 5534원 증가했다.
전기요금이 올랐지만, 취약계층의 경제 사정은 더 어려워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14만원으로 1년 전보다 1.5% 감소했다. 상위 20%(5분위)가 같은 기간 5.6%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22년 이후 본격화한 고물가 기조도 지금껏 지속되고 있다. 저소득층은 지출이 수입을 웃도는 '적자' 가계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다.
요금 납부가 장기간 밀린 취약계층은 필수 에너지원인 전기마저 끊길까 걱정이 크다. 자녀 둘과 같이 사는 한부모 가정 엄마 A씨(강원도 거주)는 "이렇다 할 수입이 없어 전기료가 7개월간 밀렸는데, 한 달 치를 내면 (단전을) 미뤄주는 식이다. '전기가 제일 중요한데 끊기면 어떡하나' 생각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전기 끊길까 걱정" 에너지바우처도 체납액 정산 불가

무더운 날씨가 이어진 지난 7월 서울의 한 쪽방촌에서 주민이 선풍기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뉴스1
그나마 노인·영유아·장애인 등이 포함된 기초수급가구는 냉·난방에 필요한 전기와 도시가스 등의 구입비를 에너지바우처 형태로 지원받는다. 지원 단가는 올해 2인 세대 기준 40만 7500원이다.
하지만 규정상 이미 연체된 미납금은 에너지바우처로 정산하거나 깎을 수 없다. 바우처 사용 기간에 나온 신규 고지서만 요금 차감이 적용되는 식이다. 앞서 체납 때문에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면 바우처도 소용없는 '한계'가 있는 셈이다.
박지혜 의원은 "에너지바우처와 같은 현물성 지원만으로 에너지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취약계층 생존에 중요한 에너지 비용 지원을 확대하고, 에너지 효율 개선 등 근본적인 개선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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