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공개수업 중 쓰러진 학부모, 구급대원 학부모가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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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처치를 하는 경기 일산소방서 백석119안전센터 소속 고현종 소방장. 지난달 25일 딸의 공개수업에 참여하던 중 쓰러진 학부모를 응급처치해 구조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일산소방서

지난달 25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의 한 초등학교 1학년 교실. 공개수업을 맞아 교실 뒤편은 물론 복도까지 학부모들로 가득 찼다. 수업이 시작된 지 20여분 정도 지났을 무렵 갑자기 교실 뒤편에서 ‘쿵’ 소리가 났다. 수업을 참관하던 40대 여성 A씨가 쓰러진 것이다. 이때 우왕좌왕하는 학부모들을 가로지르며 한 남성이 나타나 응급조치를 하기 시작했다. 경기 일산소방서 백석119안전센터 소속 고현종(43) 소방장이었다.

자녀의 공개수업에 참여하던 소방 구급대원이 의식을 잃고 쓰러진 여성을 구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일 일산소방서 등에 따르면 고 소방장은 비번날 아내와 함께 둘째 딸의 공개수업에 참여했다가 목격자들이 비명을 지르는 등 어수선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A씨가 쓰러진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복도에 있던 그는 급하게 A씨가 쓰러진 현장으로 달려갔다. A씨는 얼굴이 바닥으로 향한 상태로 그대로 쓰러졌다고 한다.

A씨의 몸을 바로 눕힌 뒤 상태를 확인하던 고 소방장은 A씨의 맥박이 미약하게 뛰는 것을 확인했다. ‘저혈압’ 증상이었다. 뒷자리 학생에게 양해를 구해 의자를 빌린 그는 A씨의 다리를 올려놓는 ‘하지거상’ 자세를 취하게 했다. 넘어지면서 출혈이 생긴 입술 부위 등을 지혈하는 등 응급처치를 시작했다. 담임교사에게도 보건교사에게 상황을 알려주라고 요청했다. 보건교사가 가져온 혈압계와 혈당측정기로 확인한 결과 고 소방장의 판단이 맞았다. 하지거상 자세로 혈압이 어느 정도 돌아왔는데도 A씨의 혈압은 정상범위에 미치지 못했다. 고 소방장은 다른 학부모의 신고로 출동하는 119 구조대와 통화하며 A씨의 상태 등을 알리고 이송과정을 도왔다. 이후 다시 복도로 돌아가 딸의 공개수업을 지켜봤다.

수업이 끝나고 오후 4시쯤 전화를 건 딸의 담임교사는 “아까는 경황이 없어서 감사하다는 말도 못 했다”며 “아버님이 조치를 너무 잘해주셔서 쓰러진 학부모님도 병원에서 잘 치료받고 퇴원하셨다”고 A씨의 상황을 알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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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일산소방서 백석119안전센터 소속 고현종 소방장. 지난달 25일 딸의 공개수업에 참여하던 중 쓰러진 학부모를 응급처치해 구조했다. 사진 일산소방서

고 소방장은 2012년 6월 구급특채로 임용된 13년 경력의 구급대원이다. 구급대원이 되기 전엔 병원응급실에서 4년 정도 근무한 경력이 있다. 그래서 응급상황에 대한 판단이 빠르다는 것이 일산소방서의 설명이다. 이런 판단력 등으로 고 소방장은 하트세이버로 5차례, 브레인세이버로 2차례 선정됐다. 하트세이버는 심폐소생술을 받은 환자를 소생시킨, 브레인세이버는 급성뇌졸중환자를 신속·정확하게 판단해 이송하고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데 기여한 구급대원이나 일반 시민에게 수여한다. 그는 구급 업무 우수대원으로 선정돼 도지사 표창은 물론 서장상도 휩쓸었다고 한다. 고 소방장은 “알고 보니 A씨가 딸의 짝꿍의 어머니라고 하더라”라며 “무엇보다 딸이 ‘아빠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아빠가 너무 자랑스럽다’고 해줘서 기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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