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서류는 직접 작성해 팩스로"…상주가 빈소 자주 비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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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시민 A씨는 지난달 29일 부친상을 당했다. A씨는 6.25 참전용사인 부친을 국립호국원에 안장하기로 했다. 그런데 지난 26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국가보훈부 민원서비스도 먹통이 됐다. 보훈부와 국립현충원·호국원 등 홈페이지가 마비된 것은 물론 국립묘지 안장시스템, 유엔참전용사 디지털아카이브, 공훈전자사료관, 제대군인전직지원시스템 등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 화재로 중단된 정부 전산망에 대한 복구 작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30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주민센터에 IC주민등록증, 모바일 주민등록증 발급 등 일부 민원사무 중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참전용사 부친, 호국원 모시는 거 힘들어"
A씨는 이날 부친을 집 근처 장례식장에 모신 뒤 충청권에 있는 국립호국원에 전화를 걸어 문의했다. 호국원측은 안장신청서를 팩스로 보내 주겠다고 했다. 호국원측은 또 “동사무소(행정복지센터)를 찾아가 병적증명서와 사망증명서를 발급받아 팩스로 제출하라”고 안내했다. A씨는 신청서를 작성해 호국원측에 팩스로 보냈다. 그런 다음 거주지 동사무소를 찾아 문의했다. 직계 가족만 관련 서류를 신청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동사무소에서는 병무청에 병적증명서를 발급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당장 병적증명서가 발급된 것은 아니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지난 온라인 민원서비스가 일시적으로 마비되는 바람에 병적증명서 발급도 지체됐다. 상주(喪主)인 A씨는 동사무소에서 계속 머물 수가 없어 장례식장으로 돌아온 뒤 다음날 다시 동사무소를 방문해 해당 서류를 찾았다. 그런 다음 이들 서류를 호국원에 팩스로 보냈다. A씨는 또 화장장에도 전화와 팩스로 민원 신청을 했다. 관련 서류는 직접 손으로 작성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국가보훈부 사이트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 홈페이지 캡쳐
"빈소 자주 비워 문상객에 미안"
A씨는 “전산망 마비로 동사무소를 이틀 연속 찾는 등 장례 기간 내내 어수선했다”며 “빈소를 자주 비워 문상객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A씨는 “공무원들도 오랜만에 팩스를 보내는 게 서툴러 보였다”라며 “70~80년대로 후퇴한 것 같다”고 전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 전산 시설에 불이 난 지 6일째인 1일에도 민원 불편은 계속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현재 마비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 관리 시스템 647개 복구율은 15% 수준이다.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 주민등록모바일 확인 등은 여전히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에 국민신문고는 손으로 서류를 작성해 제출하고 있다.

30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현장에서 감식 관계자들이 4일차 현장 감식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지난 26일 정부 전산시스템이 있는 국정자원에서 리튬이온배터리 화재가 발생해 정부 전산 서비스가 대규모로 마비된 바 있다. 연합뉴스
불법 주차 과태료 부과와 입국자 검역 정보 입력도 수기로 한다. 공인중개사들도 정부 사이트 접속이 불안정해 애를 먹고 있다. 지자체 민원서비스도 일부 작동하지 않아 수기를 동원해야 한다. 대전시는 홈페이지에서 ‘시장에게 바란다’ ‘정보공개 청구’등이 작동하지 않는다. 대전시는 “일부 민원은 서류를 직접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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