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안방극장 해결사로 나선 이영애·한석규·고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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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드라마 포스터. 방송사 제공
안방극장이 ‘빅 네임’ 배우들의 출연으로 뜨겁다. 한석규(61)가 tvN ‘신사장 프로젝트’, 고현정(54)이 SBS ‘사마귀’, 이영애(54)가 KBS2 ‘은수 좋은 날’로 활약한 것. 세 작품의 장르는 제각각이지만, 이들이 맡은 캐릭터에는 공통점이 있다. 갈등과 사건을 풀어내며 극을 주도하는 ‘해결사’라는 점이다.
세 배우의 동시 복귀는 한국 드라마 산업에 상징적이다. OTT(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에 의존한다거나 스타마케팅 전략 없이, 배우의 열연만으로 안정적인 시청률을 확보하고 ‘현재진행형 배우’임을 입증했다. 탄탄한 연기력으로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배우의 힘을 다시 확인시킨 것이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세 배우가 과거 이미지를 반복하지 않고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며 해결사적 캐릭터를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활밀착형 히어로’ 신사장
먼저 한석규는 월화극 ‘신사장 프로젝트’(12부작)에서 협상을 이끌어내는 치킨집 사장 신사장 역을 맡았다. 호탕한 성격과 명쾌한 말솜씨로 이웃들 사이 분쟁이 일어날 때마다 어김없이 나타나 싸움을 중재하는 이웃의 해결사같은 존재다. 3화에서는 폭탄 테러 현장 한복판에 뛰어들어, 피해자로 밝혀진 테러 협박범을 해외로 도피시키고 인질인 비리 시장을 검거하는 독특한 협상 플레이를 펼쳤다.

한석규는 '신사장 프로젝트'에서 유능한 협상가이자 치킨집 사장 신사장 역을 맡았다.사진 tvN
판타지에 가까운 설정이지만, 한석규의 무게감으로 이야기가 설득력있게 전개된다. 이해관계가 얽힌 인물들 사이에서 약자의 사정을 이해하고 대변하는 정의로운 중재자 캐릭터를 구현했다. 덕분에 드라마는 첫 회 5.9%(이하 닐슨코리아)로 시작해 최고 8.7%까지 치솟았다. 웨이브에서도 방송 첫 주(9월 셋째 주) 드라마 시청 시간, 유저, 신규 유료 가입 견인 모두 1위를 달성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살인자이자 엄마, 그리고 딸”
지난달 27일 7.4%(8화)의 시청률로 종영한 SBS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8부작)은 연쇄살인범이 해결사가 되는 독특한 서사로 인기를 끌었다. 넷플릭스 국내 1위에 올랐고, 민낯에 산발머리로 열연한 고현정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다.
극 중 고현정은 연쇄살인마 ‘사마귀’이자 엄마인 정이신을 연기했다. 장기 복역 중이던 정이신은 자기 범죄를 모방한 새로운 살인이 일어나자 수사에 도움을 주겠다고 나서는 인물이다. 초반엔 속을 알 수 없는 서늘한 눈빛을 보였던 고현정은 결말에서 짙은 모성애로 울림을 주는 연기를 펼쳤다. 원톱 주연으로 극 전체를 끌고 가는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연기가 돋보였다. 제작발표회에서 고현정은 “개인적으로는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로 (새로운 이미지에) 물꼬를 튼 셈”이라며 “살인자이자 엄마이고, 동시에 누군가의 딸인 복잡한 정이신을 연기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고현정은 '사마귀'에서 모성애를 품은 연쇄살인범 정이신 역으로 열연했다. 사진 SBS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신사장 프로젝트’와 ‘사마귀’는 역지사지의 해법을 제시하고 우리 사회의 여러 갈등을 돌아보게 한다”며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해법을 드라마가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KBS에서 다룬 마약 소재
가장 늦게 출발해 4화까지 방영한 ‘은수 좋은 날’(12부작)은 시청률 3%대에서 상승을 노리고 있다. 26년만에 KBS 드라마에 복귀한 이영애는 KBS2가 앞서 동시간 주말극으로 편성했던 ‘트웰브’의 2%대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일단 공영방송치고는 소재가 파격적이다. 평범한 교사와 가정주부가 마약에 노출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영애는 기존의 ‘우아한 아우라’를 깨뜨리고 가난에 빠진 집안을 살리는 주부 강은수로 변신했다. 남편의 항암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경매에 넘어갈 집을 살리기 위해 마약상을 자처하는 인물이다. 앞치마를 두르고 밥을 짓던 주부가 나이트릴 장갑을 끼고 마약을 다루는 극적인 대비가 재미와 긴장감을 준다. 정 평론가에 따르면 과거 JTBC ‘구경이’에서 괴짜 추적자를 연기하며 보여줬던 변주가 이번에는 더 강하게 드러난다.

이영애는 '은수 좋은 날'에서 가정을 지키기 위해 마약상이 되고자 하는 강은수 역을 맡았다. 사진 KBS
연출자 송현욱 감독은 “맑은 눈빛과 수수한 모습의 이영애 배우야말로 연기의 내공을 담아 강은수 내면의 감춰진 욕망과 집념까지 담아낼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캐스팅 비하인드를 전했다.
공 평론가는 “범죄 수법이나 소재 등의 측면에서 안방극장도 OTT 못지않은 과감한 선택을 하고 있다. 배우들의 연기는 자극적인 소재로만 그치지 않고 서사에 설득력을 부여하고 있는 중요한 부분”이라며 “세 배우의 도전은 단순히 화제성을 넘어, 지금 TV 드라마가 어떤 서사를 필요로 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총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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