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수출 꺾였지만, 8월 경상수지 91.5억 달러 흑자…불황형 흑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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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월 경상수지가 역대 같은 달 기준 최대 규모 흑자를 기록했다. 미국발 관세 영향으로 철강·화공품 등 분야의 수출이 줄었지만, 수입이 더 많이 감소하면서다.

2일 한국은행은 8월 국제수지(잠정치)가 91억5000만 달러(약 12조8400억원) 흑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월(107억8000만 달러)보단 흑자 폭이 줄었지만, 8월 기준으로는 최대치다. 28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2000년대 들어 두 번째로 긴 기간 동안 흑자를 유지했다.

특히 상품수지 흑자가 94억 달러(약 13조1769억원)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6억9000만 달러 늘며 역대 8월 중 두 번째로 큰 상품수지 흑자 규모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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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수출이 564억4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1.8% 줄었지만, 같은 기간 수입은 7.3%로 더 많이 줄면서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통관기준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반도체(26.9%)·선박(9.6%)·승용차(7%)에서 늘었지만, 철강제품(-11.7%)·컴퓨터주변기기(-15.5%)·무선통신기기(-11.0%) 등에서 줄었다. 미국 관세 정책의 여파다. 수입의 경우, 유가 등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석탄(-25.3%)·석유제품(-20.3%)·원유(-16.6%) 등 원자재 항목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으로의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2% 줄어, 유럽연합(-9.2%), 일본(-5.3%), 중국(-3%)보다 감소 폭이 컸다. 호조를 보인 건 동남아시아(13.5%)가 유일했다. 다만 한국은행은 아직은 관세 영향이 국제수지에 미친 영향이 크지 않다고 봤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관세 영향은 내년으로 갈수록 더 뚜렷하게 나타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들어 이른바 ‘불황형 흑자’ 그늘이 짙어지고 있는 걸 우려한다. 올해 무역수지 흑자는 수출액과 수입액이 모두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수입액이 더 큰 폭으로 줄어들어 나타나는 현상이어서다. 수출이 급격히 위축된다면 한국 경제가 빠르게 후퇴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이런 우려에 선을 그었다. 한국 수출의 기둥인 반도체가 호조를 이어가고, 미국 관세 정책의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도 유럽 등을 중심으로 선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유가 등이 안정적이고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고 있어 흑자 폭이 커질 것”이라는 게 한국은행의 예상이다.

송재창 부장은 "6월 사상 최대 규모의 흑자(108억8000만 달러)에 이어 3개월 연속 높은 수준의 흑자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며 "9월 경상수지는 100억 달러를 상회하는 흑자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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