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돕겠다"더니 돈받고 잠적…사기 피해자 두번 울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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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경찰서.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유사수신 사건 피해자들에게 집단소송을 대리하겠다며 수임료를 받은 뒤 사건 진행을 소홀히 해 정직·제명 징계를 받고 잠적한 변호사가 또 다른 사기 사건에 연루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일 경찰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경기 광명경찰서는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A(51) 변호사를 사기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지난달 19일 소환 조사했다. A 변호사는 2017년 2월 지인에게 1억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로 지난 7월 30일 고소를 당했다. 두 차례 경찰 소환에 불응하던 중 C급 지명수배(통보) 대상이 되자 경찰에 출석했다고 한다.

A 변호사는 지난 7월 8일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성실 의무 위반으로 제명 징계를 받아 변호사 자격이 박탈됐다. 변협은 A 변호사가 수임 사건을 진행하지 않고 의뢰인과 연락을 끊은 뒤 수임료를 돌려주지 않은 점, 법률사무소를 소속 지방변호사회에 둬야 하는데 다른 지역(충남 천안)에서 운영한 점 등을 징계 사유로 들었다. 그는 2021년 9월 과태료 200만원, 2022년 8월과 지난해 5월에도 성실 의무위반으로 정직 6개월 및 정직 1년 징계를 받은 전력도 있다.

그런데 A 변호사는 지난해 2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OO 자산관리법인 단체고소방’을 개설한 뒤 해당 유사수신 사건 피해자를 모았다고 한다. 피해자들은 A 변호사가 해당 업체의 내부 자료를 제시하면서 문자 메시지를 발송하고, 게임 메신저 디스코드(Discord)를 통해 소송 설명회를 열었다고 주장한다.

당시 A 변호사는 사정을 잘 아는 것처럼 “(유사수신업체에) 숨겨진 자금 80억원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공지했고, 피해자들은 보상에 도움이 될 줄 믿고 A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겼다. 그런 피해자만 59명에 달한다. 이들은 각각 330만~550만원을 A 변호사에게 선임료로 냈다. 하지만 A 변호사는 당시 정직 1년의 징계 상태여서 소송을 대리할 수 없었다.

이에 피해자들은 이 변호사를 상대로 수임료를 돌려달라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6월 무변론 선고로 A 변호사가 원고 각자에게 약 600만~1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고, 이 판결은 확정됐다.

피해자 A씨는 “가뜩이나 유사수신 사기를 당해 5000만원 이상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서 수백만원을 또 수임료로 받은 것”이라며 “돌려받을 길이 없어 욕 밖에 안 나온다”고 호소했다. 피해자들을 돕는 김윤관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징계 사실을 숨기고 변호사 활동을 한 것은 3년 후 자격이 회복되는 단순 제명이 아니라 영구 제명해야 할 비위”라며 “구속 수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신속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 변호사는 변호사법 위반 및 사기 등 혐의로 서울 관악경찰서와 충남 천안동남경찰서에서도 수사를 받고 있다. 그는 사건 경위 등을 묻는 본지의 수차례 전화·문자 연락에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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