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독재의 시작" "범죄자들 신났네"…명절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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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명절을 앞두고 전국 곳곳이 현수막 홍수를 이루고 있다. 전봇대와 가로수·교차로 난간마다 다양한 색과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가득하다. 대부분 내년 6월 지방선거에 마음을 두고 있는 정치인이 걸었다. 전·현직 자치단체장·국회의원·지방의원은 물론 교육감을 꿈꾸는 인사의 현수막도 보인다. 문구는 대부분 ‘풍요로운 한가위’ ‘즐거운 한가위’ 등 명절 덕담으로 시작한다. 반면 ‘사법파괴’ ‘검찰은 역사 속으로’같은 정치적 문구도 빠지지 않는다. 현수막에는 이름과 직함도 꼭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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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시청 사거리 인근에 지역 정치인들이 내건 추석 인사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명절 맞아 현수막 홍보전 치열 

대전시 서구 둔산동 대전시청 네거리에는 현수막이 10여개 달려있다. 이장우 대전시장, 박범계 국회의원, 양홍규 국민의힘 당협위원장 등의 현수막이 눈에 띈다. 민간단체인 대전사랑시민협의회가 내건 ‘꿀잼도시 대전, 고향방문을 환영합니다’란 현수막도 있다. ‘독재의 시작, 민주당의 사법파괴’ ‘토끼는 보름달 속으로, 검찰은 역사 속으로’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도 보인다. 대전 서구 곳곳에는 ‘범죄자들 신났네요 ㅋ’라고 적힌 현수막도 있다.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로 적힌 이 현수막은 김소연 변호사가 걸었다. 김한수 전 배재대학교 산학부총장은 “손해만 보는 문재인 전 대통령 동서’라는 문구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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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서구 둔산동에 걸린 현수막. 김방현 기자

대전에서는 서구 지역에 가장 많은 현수막이 걸려 있다고 한다. 반면 대전 중구와 유성구는 구청장이 현수막 게시를 자제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 지역에서는 무단으로 건 일부 현수막은 철거하기도 했다. 대전시민 이모씨는 “현수막이 난립해 도심 주요 거리를 지나면 어지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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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서구 둔산동에 '범죄자들 신났네요'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방현 기자

충남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천안시내 곳곳에도 충남도지사·충남교육감·천안시장·충남도의원·천안시의원 등에 출마하려는 정치계 인사 현수막이 넘쳐난다. 현수막에는 ‘즐거운 한가위를 보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은 "너무 많은 현수막은 공해"라며 “현수막만 걸지 말고 직접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충북 청주 성안길, 상당공원사거리, 미평사거리, 산남사거리 등 여러 사거리에는 "넉넉하고 따뜻한 한가위 되세요", "보름달처럼 고르게 빛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겉으로는 명절 인사말을 내세웠지만, 대부분은 이름과 얼굴을 큼지막하게 내걸어 사실상 내년 있을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전 선거전'을 하는 모양새다. 현수막에는 차기 충북지사나 교육감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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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서구 둔산동에 걸린 현수막. 김방현 기자

신용한 대통령직속 지방시대위원회 부위원장은 "충북도 서울도 보름달처럼 고르게 빛나길"이라는 문구로 지사 후보군 존재감을 드러냈다. 윤희근 전 경찰청장은 "고민하겠습니다! 2025 즐겁고 행복한 한가위 되세요"라는 다소 함축적인 문구의 인사 현수막을 내걸어 이목을 끌었다. 윤 전 청장은 국민의힘 소속으로 차기 충북지사 출마가 거론된다. 충북교육감 선거 출마 가능성이 있는 김진균 청주시체육회장은 "넉넉하고 따뜻한 한가위 되세요"라는 덕담을 내걸었다. 경남 창원시청 앞 거리에도 현수막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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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서구 둔산동에 걸린 현수막

"규정있지만 잘 지키지 않아" 

하지만 이런 현수막 난립 현상을 막을 뾰족한 방법은 없다. 정당 현수막은 헌법이 보장하는 ‘정당 활동 자유’를 위해 일반 현수막과 달리 사전에 허가 또는 신고를 받지 않고 설치해도 된다. 장소 제한 없이 설치가 가능하지만 2024년부터 일부 제한 규정이 신설됐다. 정당 현수막은 15일 이내의 게시 기간과 읍·면·동별 2개, 정당 명칭과 연락처 기재, 글씨 크기 등을 지켜야 한다. 교차로 5m 이내와 횡단보도·버스정류장 10m 이내에 현수막을 걸 때는 아랫부분 높이가 2.5m 이상이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규정은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치단체 관계자는 “불법 현수막이라도 철거하면 정치인들이 항의하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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