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상대방 '개인정보 문서' 제출해 소송당한 변호사…법원 판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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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가 소송 증거로 법원에 상대방의 개인정보가 포함된 문서를 제출한 행위는 불법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건의 피고는 변호사 A씨다. A씨는 2021년 대전지법에서 열린 다단계 투자 관련 손해배상 소송 사건의 대리인을 맡았다. 이때 A씨는 “변호사가 아닌 B씨가 투자자들의 소장, 준비서면을 작성하는 등 소송행위를 대리하고 있다”며 B씨 측이 작성한 계약서 사진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 계약서에는 B씨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이 기재돼 있었다.
그러자 B씨는 “A씨의 위법행위로 인해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며 위자료 4000만원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B씨는 A씨의 행위가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한 것으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주장했고, A씨는 “계약서 제출은 B씨가 변호사가 아니면서 위법하게 소송대리 업무를 하고 있음을 주장하고 증명하기 위한 것”이라며 “위법 행위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B씨에게 위자료 3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개인정보보호법에서 개인정보 누설의 상대방을 제한하고 있지 않으므로, B씨의 개인정보를 법원에 제공한 행위 역시 개인정보의 누설 행위로서 금지 행위”라고 했다. 또 법원에 B씨 개인정보를 제출함으로써 법원뿐만 아니라 소송 당사자들이 이를 볼 수 있게 됐다고도 했다.
2심 판결 역시 같았다. 법원은 “피고의 제출행위로 인해 소송 당사자가 B씨의 개인정보를 언제든지 열람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는바, 위와 같은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이 금지하는 누설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또 “계약서가 주된 쟁점을 입증하기 위한 자료가 아니었고, 설령 제출이 필요했다 하더라도 성명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까지 공개된 채로 제출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달 4일 “A씨가 계약서를 법원에 제출한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피고가 계약서를 종전 소송 담당 재판부에 제출한 행위는 소송행위의 일환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계약서에 기재되어 있는 개인정보의 내용은 B씨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로서 계약 당사자의 특정에 필요한 정보의 범위를 넘지 않는다”며 “사상·신념, 노동조합·정당의 가입·탈퇴, 정치적 견해, 건강 및 성생활 등에 관한 정보 등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민감정보 등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했다.
아울러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가 공공기관의 지위에 있는 법원인 사정까지 고려하면, 원고에게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어떠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소송기록의 열람·복사 등 절차에는 개인정보 보호 관련 규정이 적용되므로, 소송과 무관한 제3자에게 개인정보가 제공될 위험성도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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