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부자들 韓탈출 충격 보고서…"올해 2400명 떠나 21조 유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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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앤 파트너스는 올해 9800명의 백만장자가 아랍에미리트(UAE)로 순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순유입국 1위다. 사진은 UAE 최대 도시 두바이의 마리나 인근. ARP=연합뉴스.
한국 떠나는 부자들이 3년 전보다 6배 늘어난 2400명에 이른다. 영국의 투자이민 컨설팅업체 헨리 앤 파트너스는 올해 한국의 백만장자 순유출은 24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영국(1만6500명), 중국(7800명), 인도(3500명) 다음으로 4위다. 부호들이 한국을 떠나면서 152억 달러(약 21조3000억원) 상당의 자금 유출도 예상된다. 헨리 앤 파트너스가 매년 금융자산이 100만 달러(약 14억원) 이상인 자산가가 새로운 국가에서 6개월 이상 거주(국제이주)하는 경우를 기준으로 산출한 잠정치다.
문제는 매년 한국을 탈출하는 부자 규모가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3년 전(400명)과 비교하면 6배 불어났다. 부자들이 한국을 떠나는 이유는 뭘까. KB경영연구소가 지난해 말 발표한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10억원 이상 자산을 보유한 자산가 4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26.8%가 “해외 투자이민을 생각해봤다”고 답했다. 이들은 ‘낮은 세금’, ‘호의적인 사업환경’, ‘거주환경 요인’ 등을 이민을 고려한 이유로 꼽았다. 특히 한국 상속세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최대주주 할증 적용시 최대 6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이중 14개국은 상속세가 아예 없다.

박경민 기자
‘백만장자 세금’에 영국 순유출국 1위
올해 최대 부자 순유출국 불명예를 얻은 영국도 세금이 원인으로 꼽힌다. 영국은 올해 약 1만6500명의 백만장자가 이탈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중국(7800명 감소)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상당수 전문가는 ‘비영국거주자 제도‘가 폐지된 영향으로 해석했다. 이는 영국에 살지만 영구거주자가 아닐 경우 해외 소득과 자본이득을 영국 내로 들여오지 않으면 과세하지 않는 제도다. 하지만 올해 4월 폐지됐다. 이후 해외에서 온 백만장자들이 영국을 떠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집트 억만장자이자 영국 축구팀 애스턴 빌라의 공동 구단주인 나세프 사위리스가 올해 영국에서 이탈리아로 이주했다. 영국 런던에 머물던 독일 억만장자 크리스티안 앙거마이어는 지난해 이미 스위스로 거주처를 옮겼다. 영국의 대형로펌 미슈콘 드 레이아의 찰리 소스나 변호사는 WSJ를 통해 “영국 정부는 세계적인 부자들이 런던을 너무 좋아해서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과신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세금천국‘ UAE에 패밀리오피스 급증
반대로 세계 부자들은 아랍에미리트(UAE)로 몰린다. 헨리 앤 파트너스는 올해 9800명의 백만장자가 UAE로 순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순유입국 1위다. 뒤를 이어 미국(7500명 증가), 이탈리아(3600명), 스위스(3000명), 사우디아라비아(2400명) 순이었다. 부호들이 UAE로 이주하는 가장 큰 원인은 개인소득세와 자본이득세는 물론 상속ㆍ증여세도 부과하지 않는 ‘세금 천국’이기 때문이다. 헨리 앤 파트너스는 보고서를 통해 “UAE는 소득세가 없고 장기거주권인 골든 비자와 고급 생활 방식, 전략적 위치 덕분에 백만장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UAE에 고액자산가의 자산을 운용하는 패밀리오피스가 급증하는 것도 백만장자가 몰린 영향이다.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즈의 투자 책임자인 마티아스 곤잘레스는 지난 7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UAE에선 패밀리오피스 수요가 급증하면서 지점을 늘리고, 직원을 더 뽑고 있다”며 “UAE에 엄청난 규모의 부자가 유입되면서 중요한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와 달리 젊은 부자들은 자유롭게 해외로 거주를 옮겨다니는 등 이민에 부담이 없다”며 “앞으로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인 상속ㆍ증여세율을 낮추지 않는다면 세금을 피해 한국을 떠나는 기업가와 부자들이 늘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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