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삼부자가 올림피아드 수상자…"비결은 식탁 옆에 놓은 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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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경기 수원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변재우군이 화이트보드에 국제 정보올림피아드에서 나온 문제를 풀고 있다. 변군의 티셔츠에는 암호화폐 이더리움 네트워크 거래 흐름을 분석하는 프로그램 ‘ethflow’가 적혀 있다.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31)은 18세 당시인 2012년 국제 정보올림피아드에서 동메달을 땄다. 김민상 기자
삼부자(三父子)가 모두 올림피아드 대회에서 수상한 이력을 가진 가족이 있다. 아버지 변명광(52)씨는 1990년 수학으로 국제 대회에서 은메달을, 작은아들 변재우(16·경기과학고2)군도 지난 7월 볼리비아에서 열린 대회에서 금메달을 받았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변씨는 현재 국내 대기업에서 통신 분야 소프트웨어 기술을 개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변군의 형(20)도 경기과학고 재학 시절 한국 정보 올림피아드 대회에서 수상한 이력이 있다.
변군은 볼리비아 수크레에서 열린 대회에서 우민규(서울과학고3)·이유찬(경기과학고3)·정민찬(한국과학영재교2)군과 함께 수상 직후 태극기를 들고 기념 사진을 찍었다. 대표단 전원이 금메달을 받은 것은 한국이 1992년부터 국제 정보 올림피아드에 참가한 이래 처음이었다. 최근에 중국 학생들이 1~4위를 모두 차지하는 등 독식하는 분위기라서 전원 수상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볼리비아는 인천공항 출국 뒤 비행기를 네 번 갈아타고 도착한 곳이었다. 현지 시간으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5시간 동안 컴퓨터 프로그래밍 문제 6개를 이틀 동안 풀어야 했다. 중국 정보통신 기업 화웨이와 미국의 인공지능(AI) 기업 오픈AI 등이 공식 후원하는 대회였다.

지난 7월 볼리비아 수크레에서 열린 제37회 국제정보올림피아드에서 한국 대표단 전원이 금메달을 획득한 뒤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 왼쪽부터 김성열 단장, 변재우·이유찬·정민찬·우민규 학생, 박희진 부단장. 사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아버지 변씨는 최근 중앙일보와 만나 “자존심이 강한 녀석이 첫 날 시험 점수가 좋지 않은 뒤 휴대전화 통화 연결이 어려웠다”며 “둘째 날 점수를 만회하고 금메달이 확정된 뒤에야 전화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같이 나온 변군에게 당시 가장 인상 깊었던 문제를 화이트보드로 설명해달라고 했더니 펜으로 금세 한바닥을 채웠다.
둘째 날 나온 첫 번째 문제로 기념품 가게에서 원하는 수량만큼 가격 변수에 따라 정확한 양을 구매할 수 있는 과정을 프로그램을 짜서 해결하는 문제였다. 변군은 “단계별로 가격이 다른 기념품 구매 순서를 정해야 하는데 시간이라는 변수까지 생각해 최적의 답을 알아낼 수 있는 방정식을 짜야 했다”고 설명했다.
부자는 “초등학교 때부터 식탁 옆에 놓은 커다란 화이트보드가 공부의 비결”이라고 입을 모았다. 처음에는 바둑알이나 도형을 가지고 수학의 흥미를 가지게 한 뒤, 첫째 아이가 중학교에 올라간 뒤부터 어려운 수학 문제 풀이 방법을 서로 연구하는 분위기를 만들게 됐다. 변씨는 “둘째 아이가 승부욕이 강해서 생각하지 못한 풀이 방법을 형한테 제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변재우군의 아버지 변명광씨가 지난 2일 경기 수원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중국 학생들이 모두 1~4위를 독차지한 2022년 국제 정보 올림피아드 성적 결과를 가리키고 있다. 김민상 기자
변군은 의대 진학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컴퓨터공학과로 진학해 프로그램 개발자가 되거나 창업을 하는 길을 선택하고 싶다”며 “의대를 가려면 내신 성적이 좋거나 수학능력시험 점수가 월등해야 하는데 올림피아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문제 연구에 들이는 시간이 많아 어렵다”고도 말했다.
학생들은 지난 7월부터 만나 합숙을 하면서 문제를 준비했다. 정보 올림피아드 국가 대표 학생들을 이끈 김성열 건국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국제 문제는 여러 개념을 혼재한 뒤 코딩으로 푸는 방식이라 아직도 챗GPT와 같은 거대언어모델(LLM)도 풀지 못한다”며 “코로나19 이후 끊겼던 국내 대기업 후원이 다시 시작돼 학생들과 더욱 좋은 환경에서 합숙을 통해 문제를 고민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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