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국의 그림자 대통령"…트럼프 등에 올라탄 엘리슨 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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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그림자 대통령”

오라클 공동 창업자 래리 엘리슨(81)에 대한 미 IT매체 와이어드의 평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신임을 얻어 미국 정계와 미디어 산업의 새로운 ‘그림자 권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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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4월 9일(현지시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신경제 정상회의에서 연설을 하는 오라클 CEO 래리 엘리슨. AFP=연합뉴스

먼저 래리는 세계 2위 부자이자 트럼프 행정부의 ‘인공지능(AI) 인프라 설계자’로 꼽힌다. 오라클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5000억 달러(약 702조원) 규모의 ‘스타게이트’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핵심 파트너다. 또 중국의 대형 영상플랫폼 틱톡의 미국 내 운영권 이전 과정에서 알고리즘 재편을 맡게 되면서, 미국 내 1억 명 이상 사용자의 데이터와 여론 흐름에서 중심 역할을 맡게 됐다.

평소 트럼프 대통령은 그에 대해 “기술을 넘어 모든 것을 다룰 수 있는 최고경영자”라고 극찬했다고 한다. 와이어드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 핵심 참모 발언을 인용해 “래리는 워싱턴 내부에서 ‘미국의 그림자 대통령’이라 불릴 정도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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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의 타원형 사무실에서 연설하는 모습을 루퍼트 머독과 래리 엘리슨(맨오른쪽)이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래리는 과거 잦은 결혼과 이혼, 다른 회사의 ‘뒷조사’를 위해 사설탐정을 고용해 쓰레기통을 뒤지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던 기행 등으로 주목받았던 ‘실리콘밸리의 악동’ 시절을 뒤로하고 이제 초고속으로 팽창하는 AI·데이터 사업을 등에 업고 트럼프 행정부와의 밀착 속에 조용하지만 강력한 정치·경제적 권력을 쌓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래리의 자산은 최근 12개월 동안 배로 늘어 3700억 달러(약 520조원)에 달한다. 지난달 한때 블룸버그 억만장자 자산순위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를 제치고 선두를 달렸다.

그의 아들 데이비드 엘리슨(42)도 미디어 제국 확장의 선봉에 서며 두각을 드러냈다. 영화 제작사 스카이댄스를 이끌던 그는 올해 파라마운트를 전격 인수해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를 출범시켰다. 미 CBS 방송을 비롯해 직원 1만8000여 명을 거느린 초대형 미디어 기업을 이끌고 CNN 방송을 소유한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인수까지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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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작사 스카이댄스 CEO 데이비드 엘리슨이 지난 5월 19일(현지시간) 뉴욕의 미국 자연사 박물관에서 열린 "젊음의 분수" 시사회에 참석했다. AP=연합뉴스

이런 엘리슨 부자의 승승장구를 두고 BBC 등 주요 외신은 “일론 머스크와 머독을 넘어서는 신흥 권력 가문”이라고 집중 조명했다. 다만 틱톡, CBS, CNN이 한 가문 아래 놓일 경우, 엘리슨 부자가 미국 내 여론 형성과 뉴스 소비의 핵심 통로를 지배하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진보 진영과 언론 감시단체들은 엘리슨 가문의 급격한 확장이 민주주의에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 미디어 감시단체 페어(FAIR)는 “틱톡 같은 소셜미디어와 CBS, CNN 같은 유력 방송을 동시에 장악한다면 정부 비판 언론을 위축시키고 민주주의를 뒤흔들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의원들 역시 엘리슨의 인수합병 과정에 트럼프 정부의 정치적 거래나 로비 개입 연관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엘리슨 가문의 행보를 역사적 재벌가와 비교하며 경계의 목소리를 높이는 시각도 존재한다. “밴더빌트가 철도를, 록펠러가 석유를 장악했던 것처럼, 엘리슨 가문은 21세기 미국에서 ‘관심과 데이터’를 독점하려 한다”(와이어드)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등에 업은 엘리슨 가문이 미디어·AI·정치 권력의 중심으로 평가되면서 새로운 파워 엘리트의 등장이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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