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속옷만 입고 "내 몸매 예쁘지?"…92세 홍숙자는 결혼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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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숙자(92) 전 외교관이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김경록 기자
“나는 지금도 대통령 선거 나갈 자신 있어. 와이 낫(Why not)?”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 후보였던 홍숙자(92)씨가 말했다. 그는 1987년 제13대 직선제 대통령 선거에 사회민주당 후보로 출마했었다.
우리나라 최초 여성 외교관, 세계여성단체협의회(ICW) 회장 등 숱한 ‘최초’의 기록을 가진 그는 당시 “정치 기적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1987년 대통령 선거 홍숙자 후보 포스터
그는 돌연 후보직 사퇴 이후 자취를 감췄다. 그로부터 약 40년이 흘렀다. 잊힌 존재였다. 약 두 달간 설득한 끝에 지난달 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했던 여성의 노년은 어떤 모습일까.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주옥같은 말솜씨에 기자는 이미 마음을 뺏긴 상태였다.
“결혼은 지겨워. 한 남자와 여자가 어떻게 평생 살 수 있겠니. 그때 그때 사랑하는 사람과 자유롭게 연애하고 살았음 좋겠어. 나는 원 없이, 셀 수도 없이 사귀어봤어.”
“우리나라 아직도 멀었어. 여성 대통령 후보도 안나오고 있잖아. 박근혜 전 대통령은 박정희 딸이라는 특수성이 있었지. 지금 여성정치인들 뚝심이 없어. 기력이 있으면 내가 나설텐데 말야.”
호텔에서 약 1시간의 인터뷰를 마치고 그는 취재진을 집으로 초대했다. 은은한 향이 감도는 방에는 외교관 시절 사진들이 놓여있었다.

1980년대 도널드 트럼프와 홍숙자
그는 왜 그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걸까, 이렇게 전 세상을 누렸던 그도 세월 앞에 어쩔 수 없는 걸까….
취재진의 복잡한 표정을 읽은 듯, 그는 능청스럽게 말했다. “내가 예쁜 얼굴은 아닌데 참 매력은 있었지?”
한층 높아진 톤으로 덧붙였다.
“그런데 몸매는 정말 타고나는 것 같아. 한번 봐볼래?”
그는 트위드 재킷의 단추를 풀었다. 하나, 둘…. 마치 세월이 벗겨지는 듯이.
속옷만 입은 살결이 드러나자 젊은 기자들은 순간 얼어붙었다. 낯섦과 감탄, 경이와 약간의 부끄러움이 뒤엉켰다.
놀라움은 그의 대담함 때문만이 아니었다. 뽀얗고 부드러운 피부, 나무의 나이테처럼 가지런히 새겨진 주름, 가슴 아래 허리와 골반까지 흐르는 몸의 곡선이 아름다웠다. 거실 창 너머 역광이 쏟아졌지만, 오히려 그녀의 몸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누구도 요청하지 않았지만 그는 이 순간을 오래 전부터 준비한 것 같았다.
얇은 손목을 도자기 같은 허리에 짚고 말했다.
“주름이 좀 있어도 봐줄 만하지?”
방 안을 채운 건 부끄러움이 아니었다. 오히려 묘한 해방감이 들었다. 여성의 몸을 수치심으로 가둬온 오랜 시간이 단숨에 무너져내리는 듯했다.
여성 개척자로 살아온 그의 길은 남성뿐 아니라 동시대 여성의 경멸과 조롱을 감내하는 일이었다. 모든 기억이 몸에 스며있었을 것이다. 그의 몸은 패배가 아니라 생존의 증거였고 고통이 아니라 승리였다.
홍숙자는 말했다. “개척자가 된다는 건 저주였지만, 동시에 운명이었어.”
〈100세의 행복〉에선 시대를 앞질러 살아온 여성, 홍숙자의 화끈한 이야기를 담았다. 연애와 결혼에 대한 파격적 고백, 한국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까지. 그는 여전히 거침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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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女대통령 꿈꿨다…“몸매 예쁘지?” 92세 홍숙자 파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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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먹으면 죽어요” 버럭했다…이어령 아내, 92세 강인숙 후회
」
강인숙 영인문학관장이 28일 오후 서울 평창동 영인문학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강정현 기자. 2025.08.28.
“밤 10시부터의 시간을 사랑합니다. 어떤 날은 새벽 2시까지 앉아있어요. 컴퓨터 앞에 있는 시간입니다. 나 자신과 마주 앉는 시간이구요.”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영인문학관. 92세 강인숙 관장(전 건국대학교 교수)은 노트북 앞에 앉아있었다. 오전 2시간, 오후 2시간을 컴퓨터로 글을 쓴다고 한다.
백세를 바라보는 나이. 체력이 떨어질 땐 하루를 온전히 쉬며 긴 작업을 위한 힘을 모은다. “이젠 눈이 흐려져 오·탈자도 잦다”고 했지만 그것은 작가로서의 은유일 뿐이었다.
남편 고(故)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과의 추억이 가득한 문학관 곳곳을 소개하는 동안 그는 한 번의 흐트러짐이 없었다.
에세이집 『나는 글과 오래 논다』에서 그는 ‘형용사 하나하나 지울 때마다 전율이 온다’고 했다. 매일 밤, 문장들과 마주한 울림 덕분일까. 그의 눈빛은 이날 통유리를 뚫고 들어오는 여름 햇살보다 뜨겁게 빛났다. 세월이 빚어낸 주름은 오히려 그 눈빛을 단단히 떠받치는, 짙은 배경처럼 느껴졌다.

1990년 7월 제주도 여름 휴가때 이어령, 강인숙 부부. 둘다 57세 인생의 전성기였다. 정세희 기자
〈100세의 행복〉 17화는 이어령의 아내가 아닌 문학가, 인간 강인숙을 다룬다. 병약한 몸을 이끌고 세 자녀의 어머니로, 남편 뒷바라지하는 아내로, 대학교수이자 문학평론가로 살아온 치열한 시간을 따라갔다. 그 고단하고 굴곡진 삶 속에서 지켜온 건강 비결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왜 저녁엔 밥 대신 인절미를 드세요?”, “허리디스크를 낫게 한 체조는 어디서 배운 건가요?”
문학가가 평생 들어보지 않았을 질문들을 던지며 기자는 왠지 부끄러워 종종 얼굴이 붉어졌지만, 강인숙은 마치 학생에게 강의하듯 성실하고 따뜻하게 답해줬다.
남편, 딸, 손주 등 사랑하는 이들을 먼저 떠나보낸 그다. 많은 사람이 오래 건강했으면 하는 엄마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는 인터뷰 전에 다섯 장 분량의 답변서를 직접 써서 e메일로 보냈다. 문장은 차마 손댈 수 없을 만큼 단정하고 아름다웠다. 문체를 되도록 살려 있는 그대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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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먹으면 죽어요” 버럭했다…이어령 아내, 92세 강인숙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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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 때 100회 출격”…전설의 파일럿, 98세 장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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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만(98) 전 공군참모총장이 지난달 21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올해 98세 노인의 손목엔 파스와 보호대가 단단히 감겨 있었다. 시대를 이끌던 영웅도 세월 앞에선 어쩔 수 없는 걸까 싶어 조심스레 물었다. “손목은 왜 그러세요? 넘어지셨어요?”
“아니, 골프 치느라 많이 써서 평소에 아끼는 거야.” 60년 전 시작한 골프는 지금이 몰입감 절정이다. 골프를 잘 치기 위해 매일 체력 단련을 하고, 스쿼트 같은 보강 운동까지 한단다.
노인을 향한 흔한 편견을 뒤흔드는 주인공, 김두만(98) 전 공군참모총장의 원래 무대는 하늘이었다.
전장의 포화 속에서도 살아남은 장군은 뜻밖에도 80대 때 폐병으로 죽음 직전까지 몰렸다. 서 있을 힘도 없고, 밥숟가락 하나 들기도 버거웠다. 지금껏 잘 알려지지 않은 얘기다.
장군을 살린 건 ‘오트밀’이었다. 이때부터 10년째 그의 아침 식사는 오트밀과 치즈 등이 담긴 황금 레시피로 차려진다. 그가 날마다 철칙처럼 지킨다는 운동 루틴(routine)도 입수했다.
〈100세의 행복〉 김두만 장군 편은 그가 전쟁과 병마를 이겨낸 인생 비법서다. 맨손으로 폭탄을 던지며 북한군과 맞섰던 전쟁 영웅이 이제는 노년의 삶을 단련하는 경험담을 전수한다.

김두만 전 공군참모총장이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전투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비법서는 첫 장부터 드라마다. 김두만이 일본에서 ‘소년 비행병’에 지원한 것은 “하늘을 날고 싶다”는 꿈 때문이었다. 그는 세 살에 아버지를 잃고, 일본에 있는 작은아버지 집에 살았다.
일본 비행학교에 처음 들어갔을 때 조교들은 이렇게 반겼다. “야, 소모품 왔구나.” 환영의 진짜 의미를 알게 된 건 2년 뒤였다
조교들이 소모품들에게 술과 담배를 쥐여주곤 말했다. “이제 죽으러 갈 테니 하고 싶은 거 다 해 보라.” 열여덟 김두만에게 곧 잔혹한 현실이 닥쳤다.
그의 임무는 가미카제, 자살 특공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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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구때 전투기 떴다…98세 ‘공군 영웅’의 황금 식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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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를 위한 가장 지적인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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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이것에 밥 말아먹는다…105세 김형석의 ‘최애 반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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