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트럼프 관세, 韓 유독 아팠다…대미수출 대만에도 역전 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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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강도 관세 압박에 미국 수입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가 눈에 띄게 약화했다. 지난해 미국 수입국 순위에서 7위였던 한국이 올해 들어 10위로 미끄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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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연합뉴스

8일 한국무역협회가 미국 상무부 통계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까지 미국의 수입 금액별 국가 순위에서 한국은 10위를 차지했다. 이 기간 미국의 한국 수입액은 756억 달러(약 107조7000억원)로, 미국의 전체 수입액 중 3.7% 비율이었다. 같은 시기 한국에 앞선 나라는 멕시코(15.0%)∙캐나다(11.2%)∙중국(9.4%)∙베트남(5.2%)∙대만(4.9%)∙아일랜드(4.6%)∙독일(4.5%)∙일본(4.2%)∙스위스(4.2%)였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기 직전인 지난해 한국의 비중은 4.0%로 7위였는데 올해 10위로 3계단 밀려났다. 이는 무역협회가 관련 자료를 분석하기 시작한 1988년 이후 가장 낮은 순위다. 특히 한국은 2009년부터는 15년간 꾸준히 6∼7위 자리를 지켜왔다.

이는 미국의 전면적 관세 정책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한국이 경쟁국보다 크게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한국보다 순위가 낮았던 대만∙아일랜드∙스위스가 올해는 한국을 추월했다. 특히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부문에서 한국과 경쟁하는 대만의 순위가 지난해 8위(3.6%)에서 올해 5위(4.9%)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대만은 미국과의 관세 협의가 끝나지 않아 임시로 20%의 관세를 부과받고 있다. 하지만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는 별도의 품목 관세 대상이라 아직 직접적인 수출 피해가 덜한 편이다. 반면 한국은 대미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철강∙기계 등이 직·간접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 대상이 됐고, 그만큼 피해가 컸다. 제조 산업과 무역에서 한국과 구조가 유사한 일본 역시 지난해 5위에서 올해 8위로 순위가 밀렸다.

지난 8월 한국의 대미 철강∙자동차∙자동차부품∙일반기계 수출은 전년 대비 각각 32.1%, 3.5%, 14.4%, 12.7% 감소했다. 자동차의 경우 수출 둔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가 고율(25%) 관세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기차를 중심으로 미국 수출을 줄였고, 대신 현지 공장 생산 물량을 미국 시장에 우선 투입했기 때문이다.

한국이 역대 최대 수출 신기록을 세운 9월에도 주요국 가운에 대미국 수출만은 감소했다. 박정성 산업통상부 무역투자실장은 “관세 예외 품목인 반도체와 무선 통신 기기의 미국 수출은 증가했지만 자동차와 철강, 기계 등 관세 영향을 받는 품목은 부진한 상황”이라며 “여전히 불확실성이 커 연말까지 (대미 수출이) 어떤 흐름을 보일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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