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단독] 오늘 유튜브 뭔가 다른데?…세종대왕도 놀랄 로고 만든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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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인 9일 유튜브를 사용하는 이들은 뭔가 달라진 걸 눈치챌 거다. 빨간 네모창 옆 'YouTube'라는 로고가 한글 세 글자, '유튜브'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한글의 시작인 훈민정음 해례본 판본체에서 가져온 글자체를 기본으로 더러 붓글씨 질감도 살렸다. 유튜브가 특정 나라의 언어와 문자를 기념해 로고를 바꾼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튜브 코리아 측은 "유튜브가 누구나 창의성을 드러낼 수 있는 플랫폼인 만큼 전 세계적 인기를 누리는 한국 문화, 한국의 창의성이 언어와도 깊이 맞닿아 있음을 보여주는 캠페인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유튜브', 한글날 24시간 동안 로고 한글로
지난 5월부터 유튜브의 한글 로고 디자인 작업을 해 온 이수연(39) 타입 디자이너를 이메일로 만났다. 타입 디자이너는 서체를 웹·모바일 등 다양한 환경에 맞게 구현한다. 그는 "한글날 하루만큼은 ‘오늘은 로고가 한글이네?’ 하고 반가워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윤디자인연구소에서 폰트 디자이너, 한글 레터링 디자이너로 활동했고 현재 리리아트타입 대표다. 책 『디자이너를 위한 한글 레터링』(영진닷컴)을 썼다.
- 어떻게 유튜브 한글 로고 작업을 하게 됐나?
- "5월 어느 날, ‘유튜브를 위한 디자인 프로젝트?(Design project for YouTube?)’라는 제목의 메일을 받았다. 처음엔 외국서 온 스팸인가 했다. 함께 일하면서 문득 왜 나를 택했을까 궁금해 물어본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선 답변을 못 들었는데 추후 보내준 자료에 ‘왜 당신이었냐고?(Why You?)’라는 페이지가 마련돼 있었다. 그런 섬세한 면에도 감사한다."

9일 한글날 하루, 한국의 유튜브 사용자들은 유튜브 한글 로고를 만날 수 있다. 이수연 타입 디자이너가 만들었다. 사진 유튜브
- 훈민정음 판본체를 택했다.
- "한글날을 위한 작업이었기에 훈민정음에서 시작한 건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판본체는 단순한 옛 서체에 머무는 게 아니라 오늘날에도 글자의 뿌리와 기준을 보여주는 스승 같은 존재다."
- 이번 디자인의 주안점은.
- "판본체의 인상을 느끼게 하는 동시에 글로벌 플랫폼의 간결하고 현대적인 이미지가 조화를 이루게 하는 데 중점을 뒀다. 특히 ‘유’와 ‘튜’의 모음은 본래 선과 점으로만 이뤄져 모바일 환경에서 가독성이 떨어질 수 있기에 접점을 연결해 작은 크기에서도 판독성을 확보했다."

유튜브의 한글날 로고를 디자인한 이수연 타입 디자이너. 사진 유튜브
- 딱 세 글자의 한글 디자인, 운신의 폭이 좁았을 것 같은데.
- "제약 속에서 다양한 인상을 만들어내는 데 익숙해 어려움은 없었다. 그림 그릴 때 같은 얼굴이라도 이목구비의 크기와 배치에 따라 인상이 달라지는 것과 비슷하다. 한글 레터링은 꼭 서커스 같다. 한글은 자음과 모음, 받침이 모여 하나의 음절을 만들 때 균형을 타는 모습이 저글링 같다. 그 아슬아슬한 긴장 속에서 과감한 변주를 시도하는 걸 즐긴다."
- 미국의 야구나 유럽의 축구팀에서 특정일에 한글로 선수들 이름 적은 유니폼을 입고 경기하는 등 세계 곳곳에서 한글이 눈에 띄는데.
- "곳곳에서 한글 폰트를 소비하기 시작했다. 한글쓰기에 대한 관심도 늘었다. 유튜브에서 외국인이 한글 쓸 때 가장 어려운 글자로 ‘를’을 꼽으며 ‘Z를 쓰면 ’를‘을 작게 쓴 거 같다’는 팁을 공유하는 걸 보고 웃었던 기억이 난다. 한글의 형태, 좋은 미감까지 함께 공유되는 시대가 올 거라 기대한다."

유튜브 한글 로고의 모션 디자이너 김우영. 사진 유튜브
이수연의 타입 디자인은 김우영(30)의 모션그래픽으로 움직이게 됐다. 12살에 미국에 이민 가 모션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김씨는 "알파벳은 선형적으로 나열되는 반면, 한글은 자음과 모음이 결합해 하나의 ‘블록’을 이루는 점이 흥미롭다"며 "디자인적으로도 유연하고 창의적인 문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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