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EU도 관세장벽…글로벌 트렌드 되는 ‘트럼프식 보호무역’

본문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고율 관세 조치가 전 세계 통상 질서를 흔드는 기폭제로 작동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이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관세 장벽 강화에 나서면서, 보호무역주의가 일시적 현상을 넘어 ‘세계적 트렌드’로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는 기존 철강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를 대체하는 저율관세할당(TRQ) 제도를 발표하면서 “역내 산업 보호”를 이유로 내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월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50%로 인상하면서 아시아와 중동산 철강이 미국 대신 유럽으로 몰릴 가능성이 커지면서 EU는 선제적으로 장벽을 높였다. EU의 철강 산업 가동률은 현재 67% 수준에 머문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이번 EU의 조치는 철강 산업의 가동률 하락과 수입 급증에 대응하기 위한 산업 보호 수단이자, 향후 미국과 철강 협상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미 철강관세 엎친데…EU 50% 폭탄 덮친다

‘트럼프 트리거’로 인해 전 세계 통상 질서의 방향이 ‘자유무역’에서 ‘전략적 보호무역’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상대가 장벽을 세우면 똑같이 세워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현실주의가 국제무역의 새 질서가 됐다”고 밝혔다.

미국과 대척점에 설 것으로 보였던 EU가 오히려 미국처럼 관세 장벽을 높이는 선택을 한 점에서 파장은 클 수밖에 없다. 허 교수는 “EU는 미국의 보호무역을 비판하지만, 실제 정책은 늘 유사한 궤적을 밟아왔다”며 “지금 EU는 철강 관세뿐 아니라 디지털서비스법(DMA),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으로 거대한 규제의 성벽을 쌓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이 철강·알루미늄 산업을 넘어 전략산업 전반으로 퍼질 조짐도 있다. 미국이 ‘핵심 공급망 재편’을 명분으로 반도체·전기차·배터리 등에까지 관세 확대를 검토하고 있어서다. EU 역시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유사한 제도를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

극우세력과 반이민 정서 부상 등 변화하는 세계 정치 환경도 보호무역주의를 자극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세계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이날 보고서에서 “관세 인상 조치가 내년 세계 무역 성장률 둔화(0.5%)의 주요 원인”이라며 “보호무역 확산이 글로벌 경기 회복세를 약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내년 세계 교역은 관세 충격이 본격화하며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3,989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