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금값’ 된 금, 순금 1돈에 80만원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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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이 사상 처음 트로이온스당 4000달러를 넘어선 8일 서울의 금은방 모습. [연합뉴스]
국제 금값이 사상 처음으로 트로이온스당 4000달러를 돌파했다. 미국 정부 셧다운(행정기관 일부 폐쇄)에 프랑스·일본의 정치 불안이 겹치며 ‘안전자산’ 선호 정서가 커지면서다. 국내에서도 순금 한 돈(3.75g) 시세가 80만원을 넘어섰다.
억만장자 달리오 “금, 달러보다 안전”
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은 전날보다 0.7% 오른 온스당 4004.4달러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4013.10달러까지 오르며 기록을 새로 썼다. 8일 오전 1시30분에도 4055달러를 넘어서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날 한국금거래소의 순금 한 돈 시세도 81만원을 웃돌았다. 추석 연휴 시작 전 77만원대에서 상승 폭을 키웠다.

김영옥 기자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값은 올해 들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여파 등으로 50% 이상 급등했다. 금값이 연일 상승하는 데는 정치·경제적 복합 요인이 작용했다.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이 일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프랑스와 일본 등 주요국의 정치적 격변도 시장을 자극했다. 재정 위기에 내몰린 프랑스에서는 신임 총리가 예산 협상에 실패하면서 취임 한 달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일본에서는 여당인 자유민주당이 참의원 선거에 참패하면서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신임 총재가 사실상 차기 총리로 확정됐다. 다카이치 총재는 ‘여자 아베(아베노믹스 계승자)’로 불리며 금리 인하와 재정 완화를 병행하겠다는 입장이라 시장의 긴장감을 키우고 있다.
스위스 귀금속 기업 엠케이에스 팜프의 니키 실즈 전략담당은 “프랑스와 일본의 정치적 변화가 재정 불안을 키우며 ‘금 랠리’를 부추기고 있다”며 “유럽과 일본의 개인 투자자뿐 아니라 기관 자금의 유입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최근 금값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창립자인 레이 달리오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경제 불안정에 금이 급등했던 1970년대를 떠올리게 한다”며 “금이 달러보다 확실히 더 안전한 피난처”라고 말했다.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당분간 금값 상승세가 이어질 거란 전망이 앞선다.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내년 12월 금값 전망치를 기존 온스당 4300달러에서 4900달러로 높였다. “중앙은행의 금 매입과 서구권 상장지수펀드(ETF) 유입이 견고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지난 6월 세계금협회(WGC)의 조사에서 1년 내 금 보유 확대를 계획한 중앙은행은 43%에 달한다. 전년 대비 14%포인트 늘었다. 특히 중국 인민은행은 8월 기준 10개월 연속 금 보유량을 늘려 세계 최대 매입국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최근 3년 사이 한국은행이 보유한 금(104.4t)의 세 배 이상을 사들였다.
금융권 “투기꾼 차익실현 나설 위험도”
로이터는 “(금값 상승을) 놓치는 데 대한 두려움”도 랠리를 부추기고 있다고 전했다. ‘나 홀로 상승장에서 소외될 수 없다’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가 금값에 기름을 붓고 있다는 해석이다. 골드만삭스는 “민간 자금의 포트폴리오 다변화 움직임이 지속한다면 금 수요가 예상치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금값이 정점에 가까워져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계감 섞인 진단도 나오기 시작했다. TD증권의 상품 전략 책임자인 바트 멀렉은 “8월 중순 이후 상승세의 속도와 규모를 고려할 때 투기꾼들이 차익 실현에 나설 위험이 있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앨리슨 슈레이거는 “금은 무위험 자산이 아니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금값은 6% 하락했고, 금 역시 다른 자산처럼 변동성이 큰 상품”이라고 경고했다. 글로벌 금융기업 UBS의 지오반니 스타우노보 애널리스트는 “금의 변동성은 10~15%에 달한다”고 말했다.
억만장자 사이에서도 금 보유 비중에 대한 의견이 갈린다. 레이 달리오는 “전략적 자산 배분 관점에서만 본다면 포트폴리오의 15% 정도를 금으로 구성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권했다. 월가의 ‘채권왕’ 제프리 건들락은 “최대 25%까지의 투자는 과하지 않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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