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종이재판 시대 막 내린다…내일부터 형사재판도 전자소송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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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4월 20일 서울지검 직원들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재판에 증거로 제출할 12·12 및 5·18 관련 수사기록 13만 7000여쪽을 차에 싣고 있다. 오는 10일 형사 전자소송 시스템이 시행되면 이처럼 수사기록 보따리를 법원으로 옮기는 풍경도 내년이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전망이다. 중앙포토

‘종이 재판’ 시대가 오는 10일 막을 내린다. 법원행정처는 이날 0시부터 형사전자소송 시스템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검사·변호사가 수사 기록 보따리를 들고 법원을 오가던 풍경이 점차 사라지고 모든 형사 절차가 전자화될 예정이다.

이는 민사·가사·행정소송에 전자소송이 도입된 지 약 15년 만이다. 2010년 특허 사건을 시작으로 2011년 민사, 2013년 가사·행정 사건까지 전자소송이 확대됐고, 2015년 형사를 제외하고는 전자화가 완료됐다. 2025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민사 본안사건 중 99.9%가 전자소송이었다.

반면 형사 사건은 지금까지 직접 또는 우편으로 접수된 종이 서류로만 진행돼왔다. 검찰은 영장을 청구할 때 수사 기록을 승합차에 싣고 법원에 왔고, 변호사사무실에서는 법원에 방문해 소송 기록을 복사해간 뒤 다시 스캔하는 작업을 거쳤다. 방대한 형사사건에서는 기록 복사에만 수십일이 걸려 “열람·등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판 진행이 늦어지기도 했다.

형사 전자소송이 시행되면 이런 절차가 모두 ‘기록 뷰어’ 열람으로 바뀐다. 재판부·검사·변호인은 기록을 복사하지 않아도 시스템을 통해 동시에 기록을 검토할 수 있다. 의견서·항소장 등 각종 서면과 신청서 접수, 송달도 전자소송 사이트를 통해 이뤄진다. 검찰·경찰 등이 사용하는 차세대 형사사법정보시스템(킥스·KICS)과 소송 시스템을 연계해 형사 절차에 필요한 문서를 완전히 전자화하는 방식이다. 판결문은 이미 지난 8월 18일부터 전자문서로 대체됐다.

이번 시스템 개통은 지난 6년간의 형사 절차 전자화 작업의 완성 단계다. 법원은 2019년 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에서 92건의 사건을 지정해 전자사본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며 형사 전자소송 도입의 첫발을 뗐다. 2020년 법무부가 ‘형사사법절차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며 사업이 본격화됐다. 당초 형사 전자소송은 지난 6월 9일 개통 예정이었으나 사전테스트 및 점검 등 이유로 한 차례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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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연합뉴스

전자소송은 오는 10일 이후 수사 개시돼 접수된 사건부터 적용된다. 기존에 진행되던 사건은 종이 기록으로 심리하는 만큼 당분간 종이소송과 전자소송이 공존하다 차츰 전자로 전환될 전망이다. 만일 자필로 반성문·탄원서 등을 제출하고자 한다면 지금까지처럼 종이로 제출하면 법원에서 스캔해 기록으로 올린다.

법원행정처는 10월 10일~12월 14일에는 서울동부지법·서울가정법원(소년보호재판)·서울중앙지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기소 사건) 등 중점법원에서 안정화 기간을 가질 예정이다. 안정화 정도에 따라 오는 12월 검찰·경찰·해경·공수처·법무부 등 관계기관 협의회를 열어 적용 법원을 얼마나 확대할지 결정한다. 관련법에 따라 늦어도 2026년 9월까지는 모든 법원이 전자소송 도입을 완료해야 한다.

법원행정처는 접수되는 형사 사건의 90% 이상이 1년 내에 전자로 대체될 거로 보고 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기존에 진행되던 종이소송 시스템과 전자소송 시스템이 모두 작동하는 데 오류가 없도록 하는 게 당장의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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