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오토바이 타던 여대생…일본서 드문 비세습 총리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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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자민당 당사에 출근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총재. 이달 말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열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첫 외교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지지통신]

일본 첫 여성 총리가 될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64) 신임 자민당 총재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함께 “장관급을 다케시마(竹島)의 날 행사에 보내야 한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 극우 성향으로 한국에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석에선 “불고기와 K팝을 좋아한다”고 털어놓는다고 한다. 좋아하는 음식은 고로케, 취미는 스쿠버다이빙과 악기 연주. 존경하는 인물은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와 부모님을 꼽는다. 출마 기자회견에선 “회식에 참석을 잘 안 한다”는 점을 공개하기도 했다. 기존 정치 문법과는 다른 다카이치만의 문법이다.

다카이치는 자민당 유력 인사 중에선 보기 드문 비세습 정치인으로, 자수성가형 인물이란 평가를 받는다. 그는 1961년 나라(奈良)현에서 토요타 계열의 기계회사에서 일하는 부친과 경찰인 모친 사이에서 태어났다. 게이오대 진학을 꿈꿨지만, 학비 부담에 고베대 경영학과로 진학했다. 초등학교 시절 이웃에 살던 음대생 언니로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영국의 록밴드 딥퍼플(Deep Purple) 팬이다. 대학 시절엔 밴드에서 드럼을 쳤고, 오토바이를 타고 일본을 일주했다. 지금도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오토바이를 타던 20대 시절의 사진을 올려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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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 재킷 차림으로 오토바이에 올라탄 다카이치 총재의 학창 시절. [사진 다카이치 홈페이지]

자유로운 인생이 바뀐 건 84년 ‘정치 사관학교’로 불리는 마쓰시타정경숙(松下政經塾)에 들어가면서부터다. 영업맨 출신인 다카이치의 부친은 밥상머리에서 마쓰시타전기를 일군 마쓰시타 고노스케 창업주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당시 마쓰시타정경숙 학생들은 전자제품 판매 실습을 했는데, 다카이치는 “전구를 갈아주겠다”며 세탁기와 텔레비전을 팔았다고 한다. 마쓰시타 창업주는 정경숙에서 “일본은 90년대가 되면 장기불황에 들어간다”고 설파했고, 충격을 받은 다카이치는 “나라의 틀을 바꾸거나 그런 리스크를 최소화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87년에는 대일 강경파인 미국 하원의원 퍼트리샤 슈로더(민주당)의 사무실에서 일하며 미국이 아시아와 일본을 어떻게 보는지 깨달았다.

정계 입문을 시도한 건 31세 때인 92년이다. 참의원(상원) 선거에 무소속으로 도전했지만 낙선했다. 절치부심, 오전 6시부터 저녁까지 역 앞에 나가 연설해 이듬해 치러진 중의원(하원)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의원 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다카이치의 정치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이번 총재 선거에서 맞붙은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농림수산상의 부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 純一郎) 전 총리다. 2005년 고이즈미 총리가 우정민영화법안에 반대한 의원 지역구에 자신의 사람을 꽂는 전략 공천을 할 때 다카이치가 ‘자객 공천’을 받아 금배지를 달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와도 오랜 인연을 맺으며 지원을 받았다. 다카이치는 2006년 9월 제1차 아베 정권이 들어섰을 때 처음 내각부 특명대신으로 입각했다. 지금도 옛 아베파 의원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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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담도 남다르다. 중의원을 지낸 야마모토 다쿠(山本拓·72)와는 인생 첫 낙선을 경험한 2004년에 연을 맺었다. 일본 최초의 ‘퍼스트맨’이 된 야마모토는 당시 낙선해 의기소침해하던 다카이치에게 “진지하게 결혼 상대를 찾는다면 후보가 되겠다”고 프러포즈했다. 둘의 사이는 2017년 멀어지기도 했다.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다카이치가 아베를 지지한 반면, 야마모토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를 민 영향이 컸다고 한다. 그러던 두 사람은 2021년 재결합했다. 이번엔 남편인 야마모토가 다카이치의 성을 따라 ‘다카이치 다쿠’로 바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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