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 AFP=연합뉴스

중국이 전략 자원인 희토류와 관련 기술의 해외 유출을 차단하기 위해 수출 통제를 대폭 강화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자석 등 첨단 산업 전반을 겨냥한 조치로 해석된다.

중국 상무부는 9일 ‘역외(해외) 희토류 물자 수출 통제 결정’을 발표하고, 사마륨·디스프로슘·가돌리늄·터븀·루테튬·스칸듐·이트륨 등 주요 희토류 금속과 사마륨-코발트·터븀-철·디스프로슘-철·터븀-디스프로슘-철 합금, 산화 디스프로슘·산화 터븀 등을 수출 통제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 물질들은 군사용과 민간용으로 모두 활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 물자’로 분류되며, 해외 수출 시 중국 상무부의 수출허가증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또한 이러한 희토류를 함유하거나 조합·혼합해 제조된 영구자석 재료나 타깃 소재 역시 통제 대상에 포함됐다.

중국은 이 물질들이 자국 기술을 이용해 해외에서 가공된 경우에도 통제를 적용할 방침이다. 즉, 중국산 희토류를 기반으로 해외에서 제조된 제품이라 하더라도 중국 정부의 관리 대상이 된다.

특히 중국은 해외 군수기업이나 ‘수출 통제 관심 리스트’에 오른 기업 및 그 자회사·지사(지분 50% 이상)에는 원칙적으로 수출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한 군사용이 아니더라도 14나노미터 이하의 시스템반도체, 256층 이상의 메모리반도체 및 관련 제조·테스트 장비용 희토류, AI 연구·개발용 희토류에 대해서는 개별 심사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중국은 이번 조치가 단순한 규제 강화가 아니라, 해외로의 ‘우회 수출’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상무부는 “희토류는 군용·민간용 이중용도 품목으로, 수출 통제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관리 방식”이라며 “일부 해외 조직이 중국산 희토류를 불법적으로 획득해 군사 분야에 활용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다자 및 양자 수출 통제 대화 메커니즘을 통해 각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며 “합법적 무역을 촉진하고 글로벌 공급망의 안전과 안정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는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중국이 희토류를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해 반도체 및 AI 산업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